밤에 쓴 인생론
박목월 지음 / 강이북스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1916년 경상북도 경주에서 태어난 박목월 시인은 청록파로 잘 알려져 있다. 시인 박목월에게 수필집도 있었나? 하는 궁금증으로 이 책을 읽게 됐다. 1975삼중당에서 간행된 초판을 바탕으로 재정리된 책이다.

 

딸에게 주는 글이라는 부분을 읽고, ... 아버지가 바라보는 딸을 생각하는 마음이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딸이 20살 되어 떠날 사람으로의 딸을 발견하고 쓴 부분이다.

 

p.34

딸이란 하나의 여성으로서 자기의 운명을 자기가 선택하고 개척해야 하는 인간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딸이 결혼을 하여 부모 곁에서 물러가는 것은 그녀가 새로운 운명 속에 거듭 태어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p.36,37

그녀가 아무리 배우자를 택하여 결혼을 하는 여성으로서 거듭 태어나는 일이라 하더라도 자기의 운명은 자기가 선택하고, 자기의 앞길은 자기가 개척한다는 주체적인 강인한 정신이 있다면, 대학으로 진학하는 그녀가 인생의 중대한 처사를 결정하는 데 아버지의 의사에 의존할 만큼 약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자기는 자기의 길을 가면서 그 목표에 조화를 가져올 만한 배우자를 선택하고, 또한 결혼이라는 것이 자기의 길을 전적으로 그 방향을 바꾸어 놓은 것이거나 포기하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생략....

여성은 다만 살림살이나 보살피고 어린것이나 기르는 것을 지상의 사명처럼 착각하고 자기를 죽여 버리려는 자세, 그것은 그녀의 어머니나 할머니 때의 여성의 길이었을 것이다.

딸아, 네 갈 길은 네가 가야 한다. 결코 그것을 아버지든 남편이든 누구를 의존해서는 안 된다. 뒤늦게나마 딸에게 타이르고 싶은 말이다.

 

p.39

사랑(청춘적인 감정의 연소)이 상대를 위하여 자기를 던져 버리거나 포기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사랑의 싹에 지나지 않는다. 젊은 그들이 말하는 감정의 연소(사랑)는 서로가 서로를 발견하는 동기이다. 이 동기로 말미암아 영향을 입으며, 10년이건 20년이건 사는 동안에 끝업이 오묘하고 친밀한 인간관계가 맺어진다. -릴케-

 

이 부분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사랑을 하면 나를 던져 버리지 않았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을 시작하기는 힘들지만(친해지는데 시간이 걸리는 유형임 ㅋㅋ) 일단 사랑에 빠지면.. 아주 푹~! 빠져버리기에 그렇고... 그렇기에 이별을 겪으면 후폭풍이 몹시 거세다. 나를 지키면서 상대와 친밀한 관계가 돼 가는 것~! 그것이 성숙한 사랑이 아닐까한다.

 

p.70

미카엘의 미소편에는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 이야기가 나온다. 천상에서 지상으로 추방되고 세 가지 과제를 부여받는다.

1. 인간의 가슴 안에 있는 것이 무엇인가?

2. 인간에게 베풀어져 있지 않는 것이 무엇인가?

3.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중에 두 번째 질문이 마음에 와닿는다. 생명이 언제 까지 인지 모른다는 것! 이 부분이 기억에 남은 이유는, 나는 교통사고로 중환자실에 있었을 만큼 생명이 위독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체력이 회복된 후로 나는 무엇가 이루기 위해 노력했지만 뜻대로 지독히 안 됐다. 그로인해 정신적인 좌절감을 무진장 맛봤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과거(다쳤을 당시)에 나에겐 미래가 없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현재가 과거의 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미래가 내가 꿈꾸던 거 하고는 약간 다르지만 ^^;;;어쨋튼 나는 미래를 살아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의 역사 속에 지금의 힘듦이 거쳐야할 과정이라면... 굳이 괴로워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왜 그동안 힘들어했던가...ㅋㅋ현재에 할 수 있었던 것을 즐거움으로 생각했다면 좋았을 것을... 그래서 요즘은 좀 마음이 더 가볍고 즐겁다. 적어도 내 마음만은 그렇다.

톨스토이가 사랑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한다.

 

p.80

사람과 사귈 때, 그 상대가 어느 점에서 자기에게 이익을 베풀 수 있느냐라는 것보다, 어느 점에 내가 그 상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느냐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어떻든 그렇게 행해 보라. 그렇게 하면 여러분은 자기의 이익만 추구하기보다 훨씬 크게 성공을 거두게 될 것이다.

 

받는 것을 생각하지 말고 주는 것을 생각하라는 말... 이것이 성숙한 사랑의 마음일거다.

 

저자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기차 안에서 만난 대학생의 얘기인데, 같이 설악산에 가자고 한 것이다. 거절했지만 저자는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녀는 자살을 했다.

 

젊은 날의 불타는 사랑에 대한 실연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부분이다. 고흐도 화가로서 빛을 보지 못하고 힘들어하다 자살을 했다. 만약 고흐가 자살을 하지 않았다면, 박목월이 만난 실연한 여자도 자살하지 않았다면...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힘든일이 있더라도 견뎌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내가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힘들었을 때, 스스로를 버린다는 것은 없어야 한다고 중딩때 생각한 기억이 떠올랐었다. 그래서 무던히도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노력했었다. 고흐와 그 여자가 자살하지 않았다면 분명 미래가 있었을 것이다. 고흐가 죽고 20년 뒤 유명해지기 시작했고 그 여자 역시 새로운 운명이 있었을 테니 말이다.

 

과거의 예술가들의 책이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인간사는 예나 지금이나 고민도 비슷한 것 같다. 자신의 고민에 대한 실마리를 찾는데 책이나 예술가의 작품 등을 살피다보면 돌파구 찾기가 수월하지 않을까한다. 우리 생활 속에서 누구나 생각할 법한 고민, 고독, 사랑 이야기가 이해하기 쉬운 문체로 쓰인 책이라 읽기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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