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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투성이 제아 ㅣ 이마주 창작동화
황선미 지음, 최정인 그림, 서울초등국어교과교육연구회 도움글 / 이마주 / 2017년 6월
평점 :
일투성이_
뭔가 헝클어지고 엉켜있는 느낌을 받았던 문구이다.
'투성이' 라는 낱말에서 수동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두살 제아는 또래보다 조금 일찍 철이 든 꼬마숙녀이다.
4남매의 맏이로서 해야할 일도 많고,
12살에 꿈꾸고 해보고 싶은 일도 많고,
가족보다 친구가 더 좋고 심각하게 다가와 얽히고 설킨 일도 많은 제아. 현재 제아가
느끼는 열두살의 삶의 무게는 버겁기만 하다.
[나는 저렇게 쭉 이어지는 길이 좋다. 저런 길이라면 절대로 뒤돌아보지 않고 걸어갈
것 같다. 길이 끝날 때까지 혼자라도 전혀 외롭지 않을 것이다.] - P13
작가는 어린 주인공 제아의 시선으로 누구나 바라는 빛이 드리운 환한 오솔길의 삶을
이야기한 것 같다.
누구나 바라는 쭉 뻗은 탄탄대로, 혼자라도 절대 외롭지 않을 길 _ 그런 삶의 길을
모두가 꿈꾸고 바라지만 사실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해야할 일과 하고 싶은 일과의 갈등,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얽히고 설키는 대인관계
등등 모든 일들이 순식간에 제아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재가 몸에 묻어 나듯 제아 주변을 맴돌고 있다.
친구들과 함께 신나게 놀고 싶고, 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방과후에 어린 쌍둥이 동생을
엄마 대신 챙겨야 한다.디자이너가 하고싶어 옷 공방에 다니고 싶지만, 엄마가
시키는대로 미술학원에 가야하는 어른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 제아이다.
해야할 일의 버거움과 하고 싶은 것에 대한 갈등 속에서 열두살 제아는 얽힌 실타래를
풀듯이 한줄 한줄 풀어 나간다.
단짝이란 이름으로 서로에게 불편을 느끼면서도 의무적으로 상대방을 배려한다고 느꼈던
제아와 수연이, 친구들을 골라가며 사귀는 지혜. 평소에 거의 기억하지 못했지만 늘 주변에 있었던 은조, 연주, 다영이.
다양한 친구들의 모습이 나타난다. 제아와 수연이를 보면서 초등 3학년 때 그렇게
친하게 지내다가 4학년 서로 다른반이 되고 단 한번도 아는체 못하고 졸업했던 친구가 떠올랐다. 왜 그랬을까? 지금도 보고 싶은 내 친구 혜진이를
더 생각나게 했다. 열한살 내 어린날의 모습과 제아의 모습이 뒤섞여지며 제아에 대한 공감대가 더 형성된 것 같다.
세상의 모든 일에 치여 온몸이 '일투성이'가 되었지만, 제아는 뒤죽 박죽 된 자신의
일상을 하나 하나 정리해간다.
주변에 스쳐지나갔던 사람들도 보이기 시작하고,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대장 할머니를 통해서 깨닫게 된다.
[이런 애들이 친구라서 좋다. 이젠 내마음을 감추거나 참지않아도 될 것 같다.]
P134
열두살 제아는 유치원부터 오랜기간동안 함께했던 수연이를 떠나보내고 지금 모습 그대로
같이 울고 같이 웃는 다영이와 연주를 만났다.
앞으로 더 많은 이들과 만나고 헤어지겠지만 좀 더 성숙하게 사람을 만나고 떠나 보낼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해야할 일을 잘 정리해가며 쭉 뻗은 길을 자신이 닦으며
갈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