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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적 영자 씨
이화경 지음 / 달그림 / 2020년 4월
평점 :

뽀글 뽀글 파마머리.
자주 미용실에 가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영자씨는
될 수 있으면 오랫동안 유지되는 뽀글 뽀글 파마머리를 선호합니다.
책표지의 영자씨는
이마위의 주름과 잘 어울리게 한참 입꼬리를 올려 웃고 있으시네요.
세상의 기본이 되는 색깔을
투박하고 소박한 크레파스로
우리네 이 땅의 어머니의 모습을 단백하게 담아냈다.
지은이 : 이화경
한여름에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할머니와 아빠, 오빠와 수다를 떨었습니다.
그해 저의 가장 큰 목표는 그림책이었지만
할머니 이야기가 실제로 나오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첫 그림책인 《천하무적 영자 씨》는
네이버 그라폴리오 제4회 상상만발 책그림전 당선작이에요.
올여름에도 할머니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영자씨는 지는 법이 없어요.
그 많은 계단을 가장 먼저 씩씩하게 올라갑니다.
울 엄마 생각이 났습니다.
젊디 젊은 딸래미가 못 따라 갈 정도로 잰 걸음으로
시장에도 다녀가고,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그냥 앉아 쉬는 모습을 본 기억이 거의 없네요.

뭐든지 혼자서 해결하고,
언제 어디서든 문제가 생기면 나타나 해결하곤 했답니다.
그저 딸 눈에는 천하무적 울트라 파워 킹 왕 짱 영자씨 였답니다.

그런 영자씨도
쉽게 이길 수 없는 것이 있었으니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여전히 매일 아침
눈을 번쩍 뜨는
천하무적 영자씨 입니다.

비결이 뭘까요?



[ 천하무적 영자씨] 를 보며
울엄마를 추억했고, 함께 오버랩되는 내 모습을 보았다.
엄마의 닦지 않아도 썩지 않는 이를 보고도
엄마의 깨알 같은 글자를 읽을 수 있는 눈을 보고도
엄마의 비가 와도 젖지 않는 구르는 다리를 보고도
난 여전히 엄마가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나보다.
엄마 사진속의 주름이
엄마의 닦지 않아도 썩지 않는 이가
엄마의 깨알 같은 글자를 읽을 수 있는 눈이
엄마의 비가 와도 젖지 않는 구르는 다리가
엄마를 보내고 그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이제 반 백살이 넘어가며 난 엄마의 모습과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 순간 깨알 같은 글자를 읽을 수 있는 눈이
내 곁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점차적으로
닦지 않아도 썩지 않는 이와 비가 와도 젖지 않는 구르는 다리를 얻겠지만,
무기력하고, 나약해 지지 않고
울트라 킹, 왕, 짱 울엄마처럼
여전히 매일 아침 눈을 번쩍 뜨는
천하무적 영자씨가 되기로 했다.
천하무적 영자씨를 만나며 ,
늙는 다는 것에 대해
삶에 대해
진지하게 깊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짧지만 긴 여운을 주신 작가님, 노란돼지, 허니에듀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