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나비 단비청소년 문학
민경혜 지음 / 단비청소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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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 머리위에 내려 앉은 노란 나비.


<< 꽃 과 나비>>는 201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분에 당선되어 늦깍이 작가가 된 민경혜 작가의 작품이다. 

벚나무에 꽃봉이리가 맺히기 시작하는 이른 봄날 서울에서 태어났고,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저 새싹에 돋아나는 봄날인 양 그렇게 청춘을 살고 싶다고 한다.


책 표지를 보는 순간, 

꽃비를 내릴 것 같은 빛깔 고운 꽃송이들, 

평화의 소녀상 머리위에 앉은 노란 나비. 그냥 눈이 시렸다. 눈 부시게 다가왔다.

차라리 흑백이 바라보기가 편했다.

꽃송이의 색은 빛바랬지만,  아직도 덜 핀 상태로 남아있는 것이 할머니들을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책 내용이 그대로 보이는 것 같아서 책을 펼치기가 망설여졌다.

너무 아픈 이야기란 걸 알기 때문에 그 슬픔을 가눌 수 있을까? 두려웠다.


이 책은 독특한 구조로 이어져 있다.

70여년을 넘나들며 과거의 꽃송이와 현재의 꽃송이 이야기가 시간을 초월하며 펼쳐진다.



왕할머니, 증조 할머니 춘희와 손녀 희주의 이야기다.


P9  춘희나비 날다!


나는 나비가 되었소.

살랑 부는 바람에도 휘청거리는 연약한 날개를 가졌소만,

이리 꽃향기 따라 날아오를 수 있으니 그것으로 되엇소.

한 많은 삶 훌훌털어보리고,

나 이제한마리 나비가 되어 저하늘 위로 훨 날아오르오.

한 줌의 재로 날리는 춘희의 독백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살아 있는 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

바람사이로 날리는 뼛가루처럼 그렇게 비밀을 털어 놓는다.


P 40

' 왕 할머니, 나는 이제 어떻게 해요? 전 아직 답을 못 찾았느데, 이렇게 떠나 버리시면 이제 저는 어떻게 해요.......'


희주가 찾는 답은 무엇이었을까?


P 62

" 잘 생각해보렴 . 희주야 미워한다는 건 용서를 원하는 거란다. 용서하고 싶은 마음인 게지. 그상대를 용서하든, 네 자신을 용서하든. 용서하렴. 용서하고 나면 미움도 사라질거야."


채  피우지 못하고 스러진 꽃송이가 갓  피어나는 꽃에게 용서를 전합니다.


P 145

나는 용서하지못한 죄, 그리고 용서받지못한 죄를 

다 떠안고 이렇게 세상을 떠나오.

그래서 인가 보오.

살랑 부는바람에도 휘청거리는 날개가

내게 이리 무겁고 또 무거운 것을  보면.

나는 무거운 날개짓으로 더 멀리 더 멀리

저 바다를 향해 날아오르오.

저 푸른 바다의 품으로, 나의 어린 복규에게로

나이제야 이렇게 돌아간다오.


2011년 늦은 가을

수요집회에서 김복동할머니를 뵈었던 날을 잊을 수 없다.

작은체구, 쪼그라진 키 그저 평범한 동네 할머니 같았던 그분의 목소리는

카랑카랑하게 일본대사관앞에서 울려퍼졌다.
얼떨결에 받아 쥔 마이크를 들고, 그저 한 마디만 반복했다.

" 죄송합니다.너무 늦게 찾아와서 정말 죄송합니다.
오늘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후 몇번의 집회가 더 있었고 12월 14일 수요집회 1000회를 맞아

평화의 소녀상이 자리했다.


채 펴 보지도 못하고 스러져갔던 꽃송이가 이제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가기를.......


P 145

" 응, 아주 오래된 친구를 보고왔어."

친구들. 그래 , 이제는 아픈 나의 친구들이 몇이나 남았을까.

꽃분이도,나도, 어쩌면 순이마저도 이렇게 그저 머물러 기다리다 지쳐 떠나가는데 , 남은 이들은 또 얼마나 더 기다릴 수 있을까.


지금 해결되면 좋겠지만
후손들이 기억하며 반드시 사과를 받아낼 것이..
기억하고,후손에게 전달하는게 우리의 할 일인 것이다.
함께 기억하고, 실천해야겠다.



2018년 10월 말에 서울 시청 시티갤러리에 

위안부할머니들께서 그린 그림을 전시했었다. 


할머니의 말씀에서 춘희의 향기가 묻어난다.

목련이든 벚꽃이든 꽃은 피어나야 하는데, 제대로 피지 못한 꽃송들이다.


정동길에서 만난 소녀상은 일본과의 황당한 협약이 있을 때

서울시내 고교생들이 성금을 모아 세웠다고 한다.

이런 잊지 않기 위한 후손들의 모습을 보고, 나비가 된 할머니들의 날개가 좀 더 가볍게 훨 훨 날아갈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꼭 전해 줘야하는 아픈 역사를 전해주기 어려워 묻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좋은글로 남겨 준 민경혜 작가, 출판사<<가치창조>>에 감사드리며,

좋은 책을 만나게 해준 [허니에듀]에도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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