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속말을 하는 곳
윤병무 지음, 이철형 그림 / 국수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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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를 보는 순간 문고리를 잡고 싶어졌다.

포근포근 함박눈이 내리고 하얀 발자국을 남긴 신발을

디딤돌에 가지런히 벗어놓고

 들어간 신발주인은 방안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창호지 문을 구멍을 내고 들여다보고 싶었다.

왜 그런 감정을 가졌을까?

문을 두드리고 뭐하고 있냐고 물어볼 수도 있었을 텐데.......

쪽마루에 쪼그리고 앉아 손을 뻗어 함박눈을 만지며 방안에 들어간

 신발주인과 마주 앉고 싶어지기도 했다.

날이 새도록 말 한마디 안 건네도 그저 따뜻할 것만 같은 그런 느낌....

 

이름을 불러 주면 꽃이 된다고 했던가.

윤병무 작가의 눈길이 닿은 곳은 작가의 시선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이름이 생겼다.

이름이 생긴 , 곳곳, 곡곡들은 이철형 그림 작가에 의해 포근하고 정감 있는 꽃으로 한발자국 더 깊게 다가왔다.

 

P.42

왕자웨이의 영화 화양연화의 말뜻처럼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은 사람마다 다르게 찾아오나 봅니다.

˝누구나 꽃은 한번 핍니다. 그 꽃이 내게는 구십이 넘어서 피었을 뿐입니다.˝

90세가 훨씬 넘은 꼼파이 세군도 할아버지 이야기에  봄에 피는꽃과 가을에 피는 꽃이 있음을 기억하며 조급함을 부끄러워 했다.

서른 곳의 장소에 이름을 지어주고는 덧글을 달았는데 더   공감하게 되는 것 같다.


p.49

누군가의 귀에 소곤대는 말이 귓속말이라면, 자기 마음을 누군가와 눈으로 주고받는 말은 눈속말입니다.

 .........그 빎은 간절한 말입니다. .......그러기에 소통 여부를 떠나 그런 눈속말은 숭고합니다. 

소리내지 않아도 전달되는 눈빛으로 전하는 말. 자식이 간강하고 행복하기를 , 오래 오래 부모님이 건강하고 장수하시기를,

내 사랑하는 이를 위해 오늘도 그 빎은 간절함이 되어 계속 눈속말을 건네고 있는 것 같다.

P.56

철도역 그곳은 배웅이 마중을 소망하는 곳입니다.

배웅이 마중으로 바뀔 수만 있는 곳이라면 철도역이 아니라 부둣가이든 공항이든 행복한 소망임에 틀림없다.

p.73

누구나 마지막으로 이사하는 곳

한참 눈이 머물고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았다.

배웅은 했지만 마중할 수 없다는 슬픔에 빠져 헤어나지 못 할 때 무척이나 위로가 되었던 글귀이다.

p.79

선친의 차례에서 제가 몇 번 듣고서야 저는 고복수의 <짝사랑>이 선친의 애창곡임을 알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선친이 별세하신 지도 14년이 지났습니다. 지난가을, 저는 바깥 술자리를 마치고 한적한 밤길을 걸어 귀가하다가 저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렸습니다. 그러다가 이즈러진 조각달~ 강물도 출렁출렁 목이 멥니다.” 대목에서 눈물이 핑 돌며 목이 메었습니다. 당시 지금의 제 나이셨을 30여 년 전 아버지께서 바로 같은 대목에서 목이 메이시는지 더 이상 발성을 못하시던 오래전 그날 밤처럼 말입니다.

 이 대목에서 눈물이 핑 돌며 목이 메었다.

 울엄마도 지금의 내마음 같았겠지 ....“  30여년 후 뒤 늦은 공감을 하며 눈앞이 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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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4

이미 집골목을 걸어 들어온 통닭냄새가 어린 저를 맞이했습니다. .....그런 날은 드물었습니다. 하지만 어쩌다 그날이 오면 아버지 손에는 늘 통닭이나 투게더 아이스크림 한 통이 들려 있었습니다.

 나도 아버지가 술 취해 오시길 기다리던 어릴 적 기억이 소환되었다. 마루에 둘러 앉아 잠이 덜 깬 눈을 부비며 더 먹던 투게더 아이스크림의 향이 코끝을 스치고 있었다.

서평에 자꾸 감정이입이 되고 있다.

그만큼 이 글은 공감하고 동감하며 함께 눈속말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 곳곳, 곡곡

3부로 나뉘어 서른 곳의 장소를 나열하였지만 순서에 상관없이 읽다보면 여러번 읽어도 신선하게 새롭게 다가오기도 하며, 생뚱맞은 옛 추억을 소환하기도 하고, 처음 읽어 본 부분이 예전에 많이 보았던 글귀처럼 친밀하게 다가온다.

거기에 이 철형 그림작가의 연필 그림이 화룡점정이 되었다.

화룡점정~ 진부한 표현일 수 도 있지만 내가 선택한 가장 알맞은 표현인 것 같다.

눈속말을 하는 곳이 작품은 지치고 위축되었던 내 자신을 토닥토닥 다독이며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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