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가꾸는 사람의 열두 달 쏜살 문고
카렐 차페크 지음, 김선형 옮김 / 민음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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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민음사 담당 편집자입니다. 2016년 쏜살문고의 첫 권을 펴낸 이래 오늘날까지 해당 문고를 맡아오고 있습니다.

펜연필독약 출판사에서 문제 제기하신 타이틀 『정원 가꾸는 사람의 열두 달』은 2015년 7월(최초에는 ‘맛과멋’이라는 가칭의 문고 시리즈로 기획 중이었습니다.) 쏜살문고 기획 단계에서부터 고려된 작품으로, 2016년 번역 계약을 마친 뒤로 출간을 준비해오던 도서입니다.

2000년대 초반, 대학교를 다니며 즐거이 읽었던 카렐 차페크의 에세이 작품들이 차례차례 절판됨에 따라, 편집자로서 재출간에 대한 의욕이 생겼고, 동료 편집자와도 김선형 선생님(『도롱뇽과의 전쟁』, 『곤충극장』을 우리말로 옮기신 바 있는)의 문장으로 차페크를 만나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누고서, 선생님께 연락을 드려 해당 두 작품(『정원 가꾸는 사람의 열두 달』, 『개를 키웠다 그리고 고양이도』)의 번역을 부탁드렸습니다. 번역 계약을 마친 2016년 10월까지 두 작품의 번역본은 시판되지 않은 상태였고, 종종 직간접적으로 접한 재출간 요청 소식들을 통해, 차페크를 사랑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에 뜻 모를 동료애를 느끼곤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는 사이 두 타이틀이 각각 다른 곳에서 다른 제목으로 먼저 출간되었고, 늦었다거나 안타깝다는 생각보다는 고전의 가치를 재확인한 것은 물론 이 판본들의 기획력과 만듦새에 감탄하면서, 이와는 다른 빛깔로 우리 판본을 만들어야겠다는 방향을 가지고 출간 준비에 임했습니다. 다소나마 시간적 이격을 두어 소개한 것 역시 앞선 발행인분들을 위해서도 우리를 위해서도 이롭겠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두고 선보이게 된 것이 올 연말입니다. 가장 빠르거나 가장 완벽한 타이틀은 아닐지언정 독자적인 기획에 따른 결과물로서 떳떳이 선보이는 작품들입니다. 앞선 출판사의 영광을 가로채려는 의도는 감히 없었음을 밝힙니다. 안타까운 상황으로 인사드리게 되었지만, 펜연필독약 출판사의 목소리를 통해 같은 생태계 내의 다양한 견해와 입장, 바람을 확인하고 배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울러 서로 오해가 없도록 바로잡고자 입장을 전하며, 양사 모두에 상생과 공생의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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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8 1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돌이 2022-01-19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런글을 회사에서 올리는게 아니고 담당자가 글을 올리게 하는 대처방식도 참 안타깝네요. 상대방이 회사로써 대응을 했으면 민음사도 회사로써 대응을 했어야 하는게 맞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내부의 어떤 사정이 있든간에요. 담당자분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일을 알고 있는 주변분들중에 담당자분 걱정하는분이 많아요. 힘내세요!!

열차 2022-01-19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서 사정을 봐왔습니다. 점점 담당자 개인에 대한 비난으로 흘러가는 문제제기가 유감스럽네요. 회사규모가 어떻든 책 뒤에 사람 있고 회사 뒤에 사람 있습니다. 담당자님 힘내시면 좋겠습니다.

duras3 2022-08-10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출판사보다 뒤늦게 번역본을 내면서, 체코어 전공자가 아닌, 영문학 전공자를 번역자로 선택한 이유를 모르겠네요.

지나가다 2022-10-24 21:4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원작의 언어가 영어, 불어, 일어, 독일어 정도가 아니고서는 대개 영역본을 우리말로 번역해 출간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해당 언어를 잘 구사하면서도 번역까지 잘하는 전문 번역가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일년에 체코어 도서가 몇 권이나 국내에서 출간되겠어요. 그걸 업으로 삼을 사람이 없습니다. 체코어 전공자야 찾으려면 찾을 수는 있지만 번역 능력은 별개이니까요. 타 출판사에서도 이 책의 영역본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해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