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하는 습관 - 위대한 창조의 순간을 만든 구체적 하루의 기록
메이슨 커리 지음, 이미정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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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한 창조의 순간을 만든 구체적 하루의 기록" 



메이슨 커리의 <예술하는 습관>은 전체적으로 연분홍색의 표지 디자인이 눈길을 끄는 책이다. 중앙에는 시계를 형상화한 커피 그림과 사람의 실루엣이 시간마다 담겨있다. 책을 다 읽은 후 다시 표지를 보면서 이 글의 핵심을 아주 잘 간파하고 있는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왜냐하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예술가들은 자신만의 리듬에 맞춰서 시간을 아주 잘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커피를 마시며 피로를 떨치고 원동력을 찾는다고들 한다. 공감 가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도 그중 한 사람이라 예술가들의 삶 속에 등장한느 커피가 무척 반가웠다. 그래서 표지의 커피 일러스트가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린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작가이자 에디터인 메이슨 커리는 예술가들의 하루 루틴과 작업 습관을 찾아다닌 결과물을 모아 2013년에 <리추얼>을 출간했다. 그 이후 <예술하는 습관>을 펴내었는데, 이는 남성 예술가의 비율이 확연히 높았던 <리추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이다. 책의 띠지와 작가 소개 글에 나와있듯이 오늘 소개할 책, 메이슨 커리의 <예술하는 습관>은 반복적인 행위에서 창조적 영감을 끌어올린 여성 예술가들의 이야기이다. 같은 여성으로서 공감 가는 부분이 유독 많은 책이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예술가들은 버지니아 울프, 코코 샤넬 외에도 쿠사마 야요이, 샬럿 브론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정을 받고 활동한, 또는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이다. 1800년대 활동한 인물부터 현재 활동하고 있는 인물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으며, 책을 읽다 보면 '그 시대에 이런 생각을 했다고?' 싶을 만큼 놀라운 인터뷰나 대사들이 아주 많다. 특히 가사와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경우에 여성 예술가들이 어떻게 시간을 쪼개 자신의 커리어를 쌓았는지 그 고충이 상세하게 나와있기 때문에, 당시 남성 예술가들이 누렸던 편의 밑에 여성 예술가들의 희생이 자리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예술가 부부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경력 단절 또는 커리어를 쌓을 수 없는 환경인 경우가 많이 등장한다. 그런 어려움을 겪으면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여성들이 무척 존경스러웠고,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그들의 잠재력을 결혼이란 사회적 계약이 앗아간 것만 같아서. 



그러나, 그들은 그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이렇듯 당당히 자신의 작품과 역량을 세상에 드러내 보였다. <예술하는 습관>은 수많은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한 예술가에 대한 분량이 작은 경우 2쪽, 많아도 5쪽 내외에서 끝이 난다.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것에서 꽤 벅찬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데, 이 책의 경우 벅차단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구성 자체가 깔끔했기 때문이다. 간략한 인물 소개가 항상 맨 앞에 들어가 있어서 잘 모르는 예술가여도 어떤 일을 했는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 에피소드가 끝나고 나서도 예술가의 이력과 대표작 등이 함께 나와 있어 정리하기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그들에게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는데, 바로 '자신만의 규칙'이다. 제각기 살아온 환경, 시대 그리고 생활 습관은 무척 달랐지만 자신만의 고유한 규칙이 있다는 점은 동일했다. 영감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예술가나, 꾸준히 매일 조금씩 글을 쓰며 영감을 찾아나가는 예술가 등 그들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찾아서 충실히 이행한다. 그 방법을 찾기 위해 자신을 독방으로 밀어 넣기도 하고, 어떤 사건을 계기로 방법을 확립하기도 한다. 그래서 읽는 내내 나의 루틴, 나의 규칙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에겐 어떤 시간대가 가장 잘 맞는지, 어떤 식으로 일하는 게 효율적이면서 잠재력을 드러낼 수 있는지, 꽤 오래 고민해봤지만 아직 답은 찾지 못했다. 아니, 찾아가는 과정을 겪고 있는 중이다. 


메이슨 커리의 <예술하는 습관>은 팍팍하고 무기력한 삶에 눈을 팍 뜨이게 만드는 책이다. 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앉아서 일을 하고 싶어지는 마성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긍정적으로 자극을 주는 몇 안되는 독서를 오랜만에 한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여성 예술가들의 삶이 궁금하다면, 그들이 어떻게 자신의 잠재력을 드러낼 수 있었는지, 어떻게 훌륭한 작품을 우리에게 선사할 수 있었는지 이 책을 통해 알아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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