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 - 7인 7색 연작 에세이 <책장 위 고양이> 1집 책장 위 고양이 1
김민섭 외 지음, 북크루 기획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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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을 것 같던 시험기간이 끝나고 드디어 책을 읽을 여유가 생겼다. 가장 먼저 읽은 책은 바로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 평소 좋아한 작가님과 읽어보고 싶었던 작가님들, 그리고 즐겨보는 유튜브 <겨울서점>의 김겨울 작가님의 추천사까지! 읽지 않을 이유가 없는, 학교생활에 지친 나에게 심심찮은 위로를 안겨 준 이번 책. 7인 7색 연작 에세이 <책장위고양이>로 연재된 글들이 실려있는 만큼, 다양한 주제와 글로 읽는 내내 너무 즐거웠다. 김겨울 작가님의 추천사에 적혀있듯이, 각기 다른 매력의 잘 차려진 디저트 한상을 배 터지게 먹은 느낌이다.

지난 학기에는 수필 수업을 들었다. 매주 선착순으로 주제에 맞는 글을 써내고, 다른 학우들이 글에 추천과 댓글을 다는, 졸업반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은 방식의 수업이었다. 내 글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에 대한 원초적인 부끄러움과 타고난 내성적인 나의 성격은, 온라인으로 진행된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글을 올리는 것을 굉장히 주저하게 만들었다. 결국 글을 제출하지 않으면 재수강을 할 수밖에 없다는 교수님의 공지에 겨우 다음 주제에 글을 쓰겠노라 (이 또한 꼴찌로) 댓글을 달았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그 뒤로도 재수강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았던 나의 의지는 계속해서 다른 주제의 글을 도전하게 만들었고 종강을 하는 날까지 총 4-5편의 글을 써서 낼 수 있었다. 다른 학우들에 비해 현저히 적게 쓴 글이지만 어쨌거나 고민하고 쓴다는 행위에 흥미를 붙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으며, 쓰는 행위에 대한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게 되었다.

일곱 빛깔 연작 에세이집인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를 읽으며 지난 학기의 수업이 생각난 것은 그 방식이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하나의 주제로 7명의 작가의 글을 볼 수 있다는 것, 말만 들어도 흥미롭다. 잔뜩 기대하며 읽은 책은 기대했던 것보다 더 재밌고 신선해, 이야기가 끝나는 것이 무척 아쉬울 정도였으니.. 수필 수업을 들었을 때 같은 주제로 20명 남짓의 학우들이 쓴 글을 읽으며 느꼈던 기분이 딱 이랬다. 하나의 주제에 모인 다양한 이야기들은 단편적으로나마 누군가의 삶의 모습, 또는 순간을 경험하게 해준다. 계속해서 글을 쓰는 학우들의 글에선 특유의 문체나 표현들이 툭툭 흘러나오곤 했는데, 그들의 이름을 다 외우지 못하면서도 글을 읽으면 '아, 저 때 이런 글을 쓴 사람!'으로 기억되곤 했다. 아마 이 책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팍팍 들었다. 더 이상 학우들의 글을 볼 수 없음은 무척이나 아쉬운 일이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학우의 마지막 작가 소감문엔 그가 글을 계속해서 써줬으면, 그래서 언젠가 다른 어느 곳에서라도 그의 글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진심 어린 마음을 구구절절 달았다. 책으로 만나면 더욱 좋을 것 같고! 그러나,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는 적어도 그런 아쉬움은 들지 않았다. 왜냐고? 이 책을 계기로 나는 그들의 다른 글, 또 다른 시 또는 평론 등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책 한 권을 통해 7명의 작가를 알게 되고, 그들의 또 다른 글들을 알아가면서 나의 문학 세계는 더욱 넓어질 것이다. 그래서, 솔직한 마음으로 이 프로젝트가 계속 그리고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지나면 과거가 될 지금 언젠가와 미래의 지금 언젠가에도 이 시리즈가 함께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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