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 특별 합본판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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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회를 통해 읽게 된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특별합본판'. 책 5권 분량이 한 권에 다 들어있다 보니 그 두께가 어마 무시하다. 대략 1200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인지라, 읽기 전부터 두께에 압도된다. 보통 이런 벽돌책을 읽다 보면 양에 지쳐 읽다 관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중간에 끊어 읽기도 수월하고, 내용 자체가 워낙 흥미롭고 재밌어서 끝까지 재미있게 읽었다는!(물론 읽는데 시간은 좀 걸렸지만) 어렸을 적 많이 읽던 그리스 로마 신화는 만화책으로 접해본 것이 다인데, 줄글로 읽으니 색달랐다. 차례는 제1권 :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부터 제5권 : 아르고 원정대의 모험까지, 시대순으로 나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주제별로 그 내용이 정리되어 있다. 


제1권 :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 


합본판 전체의 서론, 도입부라고 생각할 수 있는 주제였다. 신화를 이해하기 위해 깔고 들어가는 기본 지식이라고 얘기해야 할까..? 바탕이 되는 중요한 소재에 관련한 이야기들이 실려있는 파트다. 신화 속 신발의 의미에서부터 신화의 창조, 뱀 또는 뿔의 상징성 등 폭넓은 이야기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특히 제우스 이전의 신, 그러니까 신화의 시초라고 볼 수 있는 이야기까지 실려있어 올림푸스 신들 이외의 신들의 일화까지 엿볼 수 있었다. 근간이 되는 이야기부터 시작하니 어렸을 적 만화책으로 읽었던 신화보다 더 깊고 넓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읽는 동안 과거의 기억을 하나하나 되짚어가며 새로운 의미까지 함께 탐구하다 보니 지식의 폭이 훨씬 넓어진 기분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황당하게 재미있는 세계> - 모든 것은 카오스에서 시작되었다, 티탄 열두 남매가 만든 세상, 신들의 전쟁, 올림푸스의 신들이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제우스가 꾸린 올림포스가 만들어지게 되는 과정을 아주 상세히 설명해놓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신화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에 대해 한참을 생각해 본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스 로마 신화 이외에도, 각 나라를 대표하는 신화들이 있기 마련. 특히 국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나로서는 우리나라의 단군 신화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단군 신화가 상징하고 있는 곰이나 호랑이가 그들을 숭상하는 사람들을 뜻하고 있다면,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말하는 시작은 그것보다 좀 더 근원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말하자면 인간의 탄생과 나라의 탄생 정도랄까..? 그래서 그리스 로마 신화가 가지고 있는 원형성에 대해 조금 더 주목해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세계인들이 모두 공유할 수 있는 공통적인 시초를, 바로 그리스 로마 신화의 탄생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제2권 : 사랑의 테마로 읽는 신화의 12가지 열쇠 


주제가 '사랑'이듯이 이번 부분은 사랑에 관련된 신화가 담겨 있다. 이성과의 사랑뿐만 아니라 동성, 또는 동과의 사랑까지 폭넓게 담고 있는 것이 이 주제의 특징이다. 어떻게 보면 동과 사람과의 사랑이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신화에는 황소를 사랑한 파시파에, 백조로 변신해 사랑을 나눈 제우스 등 현실에선 가능할 수 없는, 기이한 것으로 평가되는 사랑이 존재한다. 그 사랑을 표면적으로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보단다는는 그 속에 들어있는 의미를 나름대로 유추해가며 신화를 읽었을 때 조금 더 이해하기 수월할 것 같다. 신화는 이해하면 이해할수록 재미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이 주제가 그 말에 가장 부합하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연이 모여 인연이 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어찌 할 수 없는 힘으로 이루어진 사랑이 바로 앞서 말한 현실에서 불가능한(거의 그런) 사랑이다. 사랑의 엔딩을 극단적으로 두 가지 - 즉 비극과 희극으로 나눈다면 신화 속 사랑은 대부분이 비극에 가까운 것 같다. 희극으로 보여도 비극으로 끝나는 상황이 너무 많다. 어찌 된 것이, 신화 속 영웅이나 왕들, 여왕이나 공주 왕자들은 한 사람만을 사랑하면 안 될 것 마냥 바람을 피우고, 사랑에 눈멀어 싸우고 때론 죽기도 한다. 신화 속의 사랑이란 이름 아래 보여주는 모든 것들은, 자유라는 표현으로 다 얘기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것들을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 비도덕적이라고 칭할 수도 있는데, 신화 속 사랑이 뜻하는 것들을 현대의 의미의 사랑이란 잣대로 평가 내릴 순 없지 않을까? 그것들이 어떤 상징적인 것들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면 그 비도덕성까지 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비도덕적이란 생각은 이 부분에서 잠시 내려두자. 신화 속 무궁무진한 형태의 사랑은 그 자유로운 모습만큼 재미를 줄 테니!


제3권 : 신들의 마음을 여는 12가지 열쇠


떼려야 뗄 수 없는 신과 인간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 로 제3권, 신들의 마음을 여는 12가지 열쇠 파트다. 신의 존재 유무는 인간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이 의미하고 있는 것, 신화라는 이야기가 말하고 있는 것들은 인간이 바라는 것, 인간이 생각한 것이 투영된 결과물이다. 그래서 이 두 관계는 굉장히 집중해서 봐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신의 존재 유무에 관해 회의적인 사람들도 그리스 로마 신화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이유가 이런 부분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나오는 신들, 실은 인간이 숨겨둔 교훈이 가득한 존재지 않을까? 


신화의 원형성을 앞에서 잠시 언급한 적이 있는데, 원형성은 제3권에서 가장 잘 드러나고 있다. 합본판 전체를 보았을 때, 그저 그리스 로마 신화에 관련한 이야기만 서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동양의 신화도 여러 번 등장한다. 서로 전혀 다른 대륙에 살고 있었음도 불구하고 비슷한 내용의 신화가 존재한다는거, 정말 신기하지 않은가? 생각해보면 소름 돋는 사실이다. 전지전능한 신을 설정해두고 인간의 삶을 얘기하려 했던 과거 인류의 조상들의 상상력과, 폭넓은 세계관이 유독 인상 깊은 부분이었다. 


제4권 :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 


앞선 3권까지는 '~의 12가지 열쇠'였다면 제4권은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이다. 앞에서 주제에 맞게 여러 일화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면, 4권은 아예 제목부터 중심인물이 헤라클레스로 설정되어 있다. 인간의 몸으로 신이 된 전설적인 인물, 헤라클레스의 일대기가 담겨 있는 부분이다. 그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신이 되기까지 험난한 여정 속 헤라클레스의 모습을 낱낱이 살펴볼 수 있다. 


그는 어떻게 보면 인간과 신의 중간에 있는 존재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제우스는 그를 인간 세상을 통치할 수 있는(?), 큰 힘을 가진 인물이 되길 바랐지만, 헤라의 무시무시한 (그러나 이해 가는) 질투로 인해 그는 처음 제우스가 의도했던 것과 달리 더 험난하게 세상을 살아간다. 헤라클레스의 이름부터 헤라의 영광이며 이것이 본명이 아니라는 점이 이 부분을 읽으며 제일 놀랐던 사실이었다. 워낙 유명한 헤라클레스인지라, 본명도 헤라클레스일 줄 알았는데 아마 나처럼 신화를 잘 몰랐던 사람이라면 이 사실에 함께 놀랄 것이다. 그는 초인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 힘으로 인해 아내와 자식을 때려죽이는 등 술만 마시면 포악해져 살생을 저지르는, 영웅의 모습과는 정반대인 모습을 보여준다. 예컨대 영웅이라고 하면 한 점 티끌 없이, 대의를 위해서 살아가는 인물이 아니던가? 그동안 배웠던 영웅적 일대기의 모습을 닮은 헤라클레스이지만 이런 부분에선 영웅이라고 보긴 또 힘들 것 같다. 그러나 그가 발광한 이유 또한 신에게 있었으니, 그 자신만을 본다면 영웅이라고 봐도 될 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여러모로 복합적인 인물상이다.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은 그가 자신의 아내와 아들들을 죽인 죄를 씻기 위해 아르고스의 왕 밑으로 들어가 행한 12가지 일들을 말한다. 인간이라면 절대 불가능한, 지옥까지 갔다 오고 잠시 지구의 축을 들고 있기도 했던 헤라클레스는 그 여정에서 신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지만 자신의 비상한 능력으로 12가지 과업을 훌륭히 완수한다. 그의 여정은 어떻게 보면 계획된 것이나, 계획되지 않은 것이기도 했다. 헤라에 의해 제우스가 의한 헤라클레스의 인생이 바뀌고 후엔 헤라의 영광을 얻고 올림푸스의 새로운 신이 되기도 하니 - 알다가도 모를 신화의 세계란! 읽을수록 흥미롭고, 분량이 줄어들어갈수록 아쉬웠다. 


제5권 : 아르고 원정대의 모험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특별 합본판 마지막을 장식하는 제5권 아르고 원정대의 모험은, 이아손이 금양 모피를 찾아 떠난 일대기가 담겨 있다. 아르고 원정대에 참여한 인물들이 걸출한, 당시에 한 주름 잡던(?), 유명 영웅들이라 이 일대기는 그 내용이 방대할뿐더러, 무척 풍성하다. 미지의 지역, 험난한 흑해를 넘어 금양 모피를 가져오기 위해 떠난 이아손과 그의 원정대, 즉 아르고 원정대의 모험은 어떻게 전개되고 끝이 날까?


아르고 원정대는 앞선 제4권의 주인공이었던 헤라클레스도 등장한다. 비록 중간에 원정대에서 빠지긴 하지만 헤라클레스는 여기서도 꽤 위엄 있고 비중 있는 인물로 나온다. 개인적로 이아손보다 그 원정을 함께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훨씬 두드러지게 나온 것 같다. 물론 이아손 역시 비상한 재주를 가졌지만 말이다. 그를 돕는 조력자나 신들이 있지 않았더라면, 과연 그가 금양 모피를 얻어올 수 있었을까?


개인적으로, 마지막 권이 항해기로 끝난다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아르고 원정대 이야기기가 끝났을 때, 나 또한 신화의 탐구라는 거대한 항해를 마치고 현실로 돌아온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작가님이 던진 신화의 실마리를 나름대로 해석해가며 신화를 탐구하다 보니 이제 길을 걷다가도, 수업을 듣다가도 곳곳에서 등장하는 신화 속 인물들의 이름과 내용에 저절로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내 생각보다 신화가 우리의 삶에 꽤 깊이 들어가 있다! 예컨대, 요즘 철학 수업을 듣고 있는데, 니체가 말하는 초월적인 존재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인물의 예가 바로 디오니소스다. 술을 통해 현실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그는 속박되지 않는, 초인적인 주체라고 할만하다. 디오니소스라는 이름이 나오고 교수님이 그 신의 탄생을 설명할 때 어찌나 반가웠던지!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수업에서 이렇듯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이 예로 등장하는 것만 봐도, 신화는 알면 알수록 인간의 삶을 통찰하게 되는 중요한 이야기인 것 같다. 



대략 한 달간 읽은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특별 합본판. 시험 기간과 겹쳐 시간이 빠듯했지만, 잠시나마 책 속 신화이야기로 도피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읽는 내내 줄어드는 페이지가 아까웠던..! 사진 또는 명화와 함께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그 당시 사람들이 생각했던 신들의 이미지를 대략 유추해볼 수도 있고, 현실과 대비하며 신화가 가지고 있는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탐구해보는는 시간은 앞으로도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를 참 행복하고 뜻깊게 만들어준 책,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특별 합본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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