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일기 (리커버 에디션)
롤랑 바르트 지음, 김진영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Journal de deuil

Roland Barthes



" 프랑스가 사랑한 현대 사상가 롤랑 바르트, 그가 어머니를 잃은 이후 2년간 써내려간 지독하리만치 집요한 상실의 슬픔 "


감각적인 디자인에 확 꽂혀 바로 받아 본 책은 슬픔과 죽음, 시간과 애도에 관한 작가 나름대로의 고찰이 그대로 담겨 있는 일기를 엮은 책이었다.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근 2년간 그가 두서 없이 써내려간 메모들을 읽으며 형용할 수 없는 슬픔과 우울의 감정에 빠졌던 것 같다. 특히 죽음, 죽음 후에 남겨진 사람들의 모습이 겹쳐 보이면서, 한때 내가 죽음에 관해 이유 없는 열망을 가지고 있었던 것들을 조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해준 책이다. 그가 말하는 '애도'는 애도라는 단어 하나의 의미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이고 다양한 뜻을 포함한다. 그래서 책을 다 읽은 지금도 나는 정확히 이 책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애도가 무엇인지 누구에게 설명할 수가 없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그가 말하는 것, 애도와 슬픔을 마음으로 온전히 이해했다는 것.



한편으로는 별 어려움 없이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이런저런 일에 관여를 하고, 그런 내 모습을 관찰하면서 전처럼 살아가는 나. 다른 한편으로는 갑자기 아프게 찌르고 들어오는 슬픔. 이 둘 사이의 고통스러운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 같아서 더 고통스러운) 파열 속에 나는 늘 머물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지는 또 하나의 괴로움이 있다: 나는 아직도 '더 많이 망가져 있지 못하다'라는 사실이 가져다 주는 괴로움. 나의 괴로움은 그러니까 이 편견에서 오는 것인지 모른다. 


11.21.


소중한 누군가를 잃은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잃음이 꼭 죽음으로 귀결되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때론 누군가가 떠나간 자리가 더 큰 상실감을 안겨줄 수 있다. 롤랑 바르트의 경우 어머니의 죽음이 큰 역할을 했지만, 내가 그의 일기를 읽으며 생각한 죽음은 한 사람의 것이 아닌 여러 사람의 것이었다. 누군가는 나에게 지나간 인연을 너무 돌아보지 말라고 하였고, 이제 잊을 때도 되지 않았냐고 말한 사람도 있었지만 나에게 그것들은 절대 잊힐래야 잊힐 수 없는, 아프게 찌르고 들어오는 슬픔 그 자체이다.

그의 메모를 모아둔 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는 날짜 순서대로 정리되어 있는데, 같은 날에 여러 개의 메모를 쓴 것도 있고 며칠을 건너 쓴 것도 있다. 어제의 고민이 그 다음날의 고민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누군가의 일기를 읽는다는 것은 이런 재미가 있는 것 같다. 결말이 없고 끊임없는 질문과 생각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읽는 독자 또한 끝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내가 그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은 유명 작가라는 점, 지금 내가 읽고 있는 게 어머니를 읽고 쓰게 된 애도의 과정이 담긴 일기라는 점뿐이지만 그런 것들을 넘어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일기'라는 서술 방식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렸을 적 '안네의 일기'를 읽었을 때와 같은 느낌을 <애도 일기>에서 받을 수 있었다.

그는 그가 적고 있는 이 메모가 문학이 될까 봐 두려워한다. 그의 두려움이 현실이 되었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막 적은 일기가 사후에 엮여 책으로 출판된다니, 생각만 해도 부끄러워 쥐구멍으로 숨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마음은 후반부에 가선 조금 달라지는데, 그는 그의 개인적인 작품이 남는 것보다 어머니, 자신의 마망과 관련한 기억과 글들은 자신이 죽고 나면 아무도 알지 못할 것이기에- 글을 씀으로써 이를 남겨두고 싶어 한다. 그의 글쓰기에 대한 열망과 애정은 일기 속에서도 여러 번 엿볼 수 있다. 부끄럽지만.. 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나는 그의 태도에 정말 감동했다. 순수한 고뇌와 글을 쉽게 여기지 않는 그의 모습은 내가 본받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쉽게 쓰인 글을 경계하기', 어쩌면 그가 막 휘갈겨 쓴 메모도 그 고뇌에 바탕해 있는 심도 있는 글이 아닐까?

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는 그동안 내가 해왔던 애도의 과정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지나간 떠난 이들에게 나는 과연 최대한의 슬픔을 표현하고 아파했는지, 그래서 잊혀지진 않더래도 잘- 보낼 수 있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사유하게 만든다. 그 슬픔을 글로써 승화해나가며, 마망이 죽은 1년간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그리움으로 가득 써내려간 그것들을 어찌 가볍게 읽을 수 있을까. 그 어떠한 글보다 고민하게 되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