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오히라 미쓰요 지음, 양윤옥 옮김 / 북하우스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나에게는 이 제목이 두 가지 뉘앙스로 풍겨져 왔다. 첫 번째는 '그러니까 당신도 살란 말이야!!'식의 절규 및, 애원 조.. 두 번째는 '그러니까 당신도 살 수 있어..'라는 식의 희망과, 소망 조.. 어떻게 보면 같고, 어떻게 보면 다른 뉘앙스의 제목... 이 뜻을 분별하려면 '그러니까'를 알아야만 했다.

책을 처음 읽기 전, 표지 쪽을 보면 이 책의 주인공인 '오히라 미쓰요'의 간단한 프로필이 나온다. 프로필만 보아서는 어떤 영화의 한 줄거리 같았다. 그리고, 책에 나와 있는 사진을 보아서는 전혀 그런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을 것 같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참 흥미가 생겼다. 도대체 어떻게 하다가 이런 인생을 살게 되었을까... 미쓰요가 이런 인생을 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중학생 때 받은 왕따가 원인이었다. 미쓰요는 왕따로 인해 생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외로움과, 멸시 속에서 고통의 나날을 보낸다. 그리고, 결국은 미쓰요를 할복자살에 이르게까지 한다. 주인공이 할복자살이란, 이름만 들어도 끔찍한 자살 방법을 택하게 된 것은 폭탄인 왕따의 심지에 배신이라는 불이 붙은 결과였다.

중학교 2학년생인 어린 시절의 어느 날... 주인공은 듣기에도 끔찍한 할복 자살을 기도하지만, 그 결과는 너무나도 참기 힘든 아픔뿐이었다. 할복... 정말 무서운 방법이다. 가끔 일본의 사무라이가 나오는 영화들을 볼 때, 그들이 할복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마도 주인공이 일본인이기에 자살하는데도 이런 영화가 한 몫 하지 않았나 싶다. 어쨌든, 주인공은 한번도 아닌 무려 다섯 번이나 칼로 자신의 배를 찌른다. 얼마나 분노가 치솟았으면... 얼마나 아픔이 컸으면...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때까지 단 한 번도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종교적인 영향(기독교)이 물론 컸다.

내 목숨은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어려서부터 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 그리고 그 충동을 그대로 실행에 옮기는 사람의 심리 상태를 아주 잘 이해한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때의 상황은 좀 이해가 갈 것 같다. 누구나 몇 번은 외로움을 경험해 보지만, 이런 왕따의 경우처럼 지속적으로 사람을 외롭게 만들고, 지치게 만들면 어린 마음에 자살을 하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이게 되고, 청소년의 성격상 그대로 실행에 옮기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본다. 주인공은 그런 냉담한 사회의 희생물이었다.

미쓰요의 비행 부분은 정말 영화 같았다. 왜냐하면 한 인간이 경험한 비행치고는 정말 그 양(?)이 많았기 때문이다. 자라나는 청소년의 경우에 어떤 한 시점에서의 경험이 그 인생 자체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한다는 것을 알았다. 주인공 미쓰요의 경우, 중학생 시절 당한 왕따의 엄청난 고통이 지금의 비행을 저지르게 된 가장 기본적인 이유이다. 어떤 한가지 일로 인해 한 사람의 삶 자체가 전체적으로 파괴되고, 그 사람 주위에 있는 사람도 또한 고통을 받게 된다. 미쓰요는 나중에는 어머니를 발로 차고, 때리는 등, 거의 성격 파탄에까지 이르게 된다.

하지만, 누구에게든 기회는 있는 법... 이렇게 소위 '망나니'같은 삶을 살고 있던 미쓰요에게도 그 기회가 찾아온다. 바로 지금 미쓰요의 양부인 '오히라'씨를 만나게 된 것이다. 오히라씨는 미쓰요가 망가진 삶을 살고 있는 것을 보고 끊임없이 미쓰요에게 새로운 삶을 살 것을 권유한다. 지금 미쓰요가 하고 있는 일처럼... 모든 인간에게는 다 기회가 오기 마련이다. 미쓰요는 그 기회를 잡았다. 평생 사람을 믿지 않겠다던 미쓰요였지만, 딱 한번만 오히라씨를 믿어 보겠다는 그녀의 결심은 그녀에게 찾아온 기회를 잡는 성공적인 마음가짐이었다. 어떻게 보면 미쓰요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비록 한때,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생각하지도 못할 그런 끔찍하고, 악몽 같은 삶을 살았지만, 지금은 정반대로 그녀의 삶과 비슷한 방식으로 생활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 헌신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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