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힘들면 잠을 청한다.마음이 힘들면 안준철 시인님의 시집을 편다.새해를 맞아 새로 벌여놓은 일이 많은데아이들이 돌아가며 아프다.하필 자꾸 배탈이 나서 모든 일을 뒤로 하고 아이들 곁에서토닥이고 달그락달그락 집밥을 한다.이틀사흘이면 아이들이 낫고 나는 그제서야 안도하지만또 나의 무언가가 뒤로 미뤄진 서운함과 답답함을 달래야한다.시집 '나무에 기대다' 책장에서 꺼내 아무 페이지나 펼쳐본다.시'흐린날'이다.....나의 어둑한 좌상과 부끄러운 치부까지 소상히 기억하고 있는 벗에게 전화를 걸고 싶다...는 시 구절에 머물러본다.내 마음이 흐려지는 잠시, 그 순간을 그대로 바라보고 표현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시'바람의 당부'가 다가온다....가끔은 나도 가끔은 나의 광야로 내달리고 싶을 때/...야성의 시간이 그리워서이다/...삶에 안주하지 말라는 바람의 당부를 들으러 갔던 것이다.그 바람이 나에게도 불어오는 것만 같다.삶에 안주하지 말라는 바람의 당부를 소리내어 읊조려본다.역할과 책임에 짖눌려 내 정신이 잠시 맥을 추지못했다.바람의 당부를 나에게 가져오니 나의 정신이 사는 방에 신선한 바람이 불어오느듯하다.시' 아침풍경'을 따라가며내 삶도 물길처럼, 고요하게 흘러가며맑아지는 꿈을 품어본다.내 영혼의 휴게소, 잠시 머물러 충전하고 다시 나의 길을 갈 힘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