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사회학 푸른사상 시선 104
안준철 지음 / 푸른사상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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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음주에 있는 공부 모임의 벗들에게 선물하려고 '생리대 사회학'을 두 권 샀다.

우리는 아이들을 잘 돌보는 엄마이고 싶기도하고,

아이들이 성장하는 동안 나 자신의 성장과 성숙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30~40대 여자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바람들때문에 때로 스스로를 다그치다가 자주 마음이 고단해진다.

그러다보면,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자책하는 날들을 보내고 밖에라도 나갈라치면 몹시 경계하며 방어적이 되는 날들이 있다.

내가 그렇게 차갑고 뾰족하고 굳어져있던 어느 날, '생리대 사회학'이 나에게 왔다.

앉은 자리에서 후르륵 읽고, 다음날 또 읽고, 이후로는 특별히 다가온 시들을 마음으로 음미하며

며칠을 보냈다.

 

어떤 따스함과 용기, 버티는 힘과 유머...정도의 말로는 부족한 좋은 기운이 나에게 스며들었다.

그 기운덕분인지, '눈' 이 달라졌다. 안과에서 측정하는 시력말고,  '내가 나 자신을 바라보는 눈, 곁에 있는 이를 바라보는 눈, 세상을 바라보는 눈', 즉 마음의 눈에 가시가 걷히고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중에서도 [안개와 풍경], [온전한 시간] [억새]를 인생꿀팁! 이라고 손꼽고 싶다.

 

[안개와 풍경]중에 '안개는 풍경을 지워서 풍경을 만들지만/ 지독한 안개는 풍경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을'하는 구절을 보며, 식구들에 대한 나의 애정이 때로 지독한 사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에게 지독한 안개가 된다면 식구란 얼마나 버거운 관계일까. 식구뿐 아니라, 어떤 주장, 어떤 고집등등 여백이 없는 안개처럼 풍경을 뒤덮어버리는 생각이라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앞으로 안개를 만날때마다, '여백'과 '지독한 사랑'을 떠올려 경계하는 마음을 가질 것이다.

 

[온전한 시간]은 특히 내가 여러번 읽었던 시이다.

여러번 읽은 후에 나에게 '온전한 시간'을 주기로 했다. 2박3일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던 중이었는데, 식구들 끼니 걱정, 아이들 등교준비 걱정, 아이들과 부대끼는걸 버거워하는 남편 걱정에 여행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보다 뭔가 무리하는 게 아닌가하는 불편한 마음이 있었다. 그런중에, '온전한 시간'이라는 말을 만나서 자유로워졌다. 덕분에 식구들 돌볼 걱정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만난 벗과 그야말로 '온전한 시간'을 보내고나니 아침이 훨씬 홀가분하다. 

 

[억새]를 읽다보면 '같이 다정해지자고'하는 안준철 선생님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는 것같다. 이제 어떤 기준으로나 어른이 되었는데, 사는게 막막해지는 순간에는 나도 '어른'을 찾아가고 싶다.   어떤 해결책을 바라는 게 아니라, 조금더 버티고, 조금더 힘을 내서 나자신을 놓지않을 수 있도록 하는 그런 기운을 받고 싶다고 떠올린다. 그러다가, 언제까지 이렇게 의존적일테냐하고 자책하게 되는데, 그 외롭고 답답한 마음자리에 '세상 쓸쓸할수록 다정해지자고/ 함께 다정해지자고' 하시니 나는 그저 반갑고 고마운 마음으로  시에다가 대고 '예!'하고만다.

지난 해 동네 하천인 '남천'에서 억새를 유심히 보아 두었던 경험이 시[억새]를 더 가까이 느끼는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자연을 그냥 무심히 볼때는 몰랐던 것이 시의 마음을 입으면 자연을 더 깊이 바라보게되고 자연과 통하는 느낌이 든다.  시[억새]덕분에 올해의 억새물결이 더욱더 기대가 된다. 

  

친구들을 만나면 이 세 시 가운데 하나는  소리내어 읽어볼 작정이다.

시가 있고, 벗들이 있고, 때로 버겁지만 다시 힘을 내 볼  내자리가 있어 참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다니...놀라운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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