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지 가득 찍힌 점들은 세상의 수많은 말을 의미할까 생각했다. ‘말이 오고 가다’라는 말풍선을 보며, ‘가는 말이 고아야 오는 말이 곱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 갚는다.’ 등 말에 관한 여러 속담을 떠 올려 본다. 본문에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말들과 힘이 센 말들이 한마디씩 나오고 그 말을 할 법한 상황을 부드럽고 선명한 그림으로 보여준다. 표지에서 보았던 바로 그 얼굴도 보이는 것 같고, 그 아이가 속한 여느 가족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 책의 글을 쓴 이현정 작가님은 말이 느린 첫째 아이를 보며, 어떻게 하면 아이가 말을 잘하게 될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셨다고 한다. 그 덕분에 아이는 말을 잘하는 어린이로 성장했고, 그때의 경험과 생각을 담아 이 책을 펴내셨다고 한다. 작가님이 모든 아이가 아름답고 힘 센 말을 잘하고, 그 힘 센 말의 힘으로 친구들과 잘 어울려 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펴내신 것처럼 나도 같은 마음으로 이 책을 수업하는 아이들과 또 내 아이와 함께 보았다.
우리 첫째는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말을 묻는 말에 “고마워”를 비밀펜으로 적었다. 그리고 본문 첫 장에 나오자 함께 반가워했다. 유튜브에서 조벽 교수님이 높은 가치를 나타내는 순우리말이 “고마”이며, “고맙습니다”라는 말은 존경과 존중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감사합니다” 대신 자주 꺼내 쓰기로 마음에 담고 있던 말이어서 나는 더 반가웠다.
그림만 보아도 이야기가 들리는 그림책이어서 우리 아이들 더 어릴 때부터 보여줬어도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밖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하루 생활 중에 주인공 아이가 만나는 말들에 담긴 힘. 이제 한창 글자 익히는 재미에 빠진 6살 둘째 아이는 힘 센 말들을 찾아 읽으며 매우 즐거워했다. 다음 장을 넘길 때마다 또 어떤 말이 나올까 잔뜩 기대한 눈빛에 따뜻한 스킨십을 주고받으며 읽어나가는 시간이 더없이 소중하고 행복했다.
이 책의 그림을 그린 박재현 작가님은 아이가 태어나면서 좀 아팠다고 한다. 그래서 더 세심한 손길로 아이를 돌보며, 그때마다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과 마음을 그림에 담았다고. 따뜻하고, 정직하고, 튼튼한 아이로 자라주길 바라는 작가님의 마음이 담긴 그림이라 그런지 한 장 한 장 그림마다 받는 위로도 참 따뜻하다. 내가 받은 위로는 부모도 서툴 수 있다는 점, 나도 자연과 인사 나누고 말이 통하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는 점이다. 거기에 “괜찮아”, “안녕” 등 힘 센 말들이 나를 더 몽글몽글 따뜻하고 아련하게 해주는 기분이었다. 그림책을 보며 치유 받는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나는 유난히 말에 민감한 아이였었다. 말의 억양이 다소 강하다는 남도의 섬에서 나고 자랐으면서도, 욕설은 듣기 유난히 힘들어했고, 하다못해 친구가 “야!”라고 부르는 소리도 참 거슬려 했었다. 내가 그렇게 느꼈기 때문에 나는 남들에게도 그런 소리를 잘 못했다. 상대방이 상처받는 것이 싫다며 말을 빙빙 에둘러 말하기 일쑤였고, 그런 나의 화법은 상대방을 답답하게도, 또 오해하게도 하였다. 그런 내가 감정의 기복이 말에 그대로 드러나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 두 아이를 낳고 살고 있다. (할말하않...ㅎㅎ)

너도나도 기분 상하는 말이지만, 때로는 나를 지키는 말에 대해 아이들과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수업 현장에서도 다 읽어갈수록 아이들이 한 목소리가 됨을 느꼈다. 어떤 장면들에서 그랬을지는 책을 보셨다면 다들 짐작하실 거다. 아직 안 보셨다면, 직접 확인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