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인생을 살아본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짧은 것도 아닌 나이가 되고 보니 내가 걸어본 길이 아주 단편적으로 여겨졌다. 기업에 고용된 입장에서의 삶은 편안했던 적도 있지만 내 것이라 여겨지지는 않았다. 내 인생에 다른 길이 있을 수도 있을까 생각이 깊어지려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살면서 숱하게 만났겠지만 그들의 면면을 본 적은 없다. 하루에도 수천 명은 새로운 가게를 열고 또 사라진다는데 가끔 가게를 이용하면서 여긴 잘될 수밖에 없네 라거나 이러니 망하지 라며 평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내가 그 일을 하게 된다면...노력과 절실함이 더해져 시장조사에 나선 저자가 아침부터 밤까지 밖에서 이용객 수를 세고 있는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진다. 칠십칠, 칠십팔... 그게 자영업자 피땀눈물의 시작인 것도 같다. 그런데 왜 나는 그게 두근두근 가슴이 뛰는, 설레는 일 같이 느껴질까. 책을 덮고 아이디어 노트를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