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빌려 달라니...제목부터가 수상쩍은 책이다. 표지를 보면 듬직하고 커다란 아빠의 어깨 위에 행복하게 무등을 타고 있는 남자 아이와 아빠랑 눈을 마주치며 야구 글러브를 치켜든 여자 아이가 행복하게 웃는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 아빠가 돌아가시고 상복을 입은 아이들이 표정도 보이지 않게 덩그러니 서 있다. 훅~~~가슴으로 뭔가 들어오는 느낌이다. 아빠가 돌아가시곤 여름에도 겨울에 아빠가 골라준 바지를 입고 아빠랑 야구를 하고 싶다고 되뇐다. 그런 동생을 보던 누나는 '아빠를 볼 수 없다는 게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며 고개를 푹 숙인다. 코끝이 찡하다. 누나도 아직 어린 것 같은데 아빠를 못 잊는 동생을 보며 그 속을 헤아리느라 어깨가 축 처진 누이가 안쓰럽다. 우리 딸에게도 언젠간 닥칠 일인데....그렇게 생각이 이어지니 고개 숙인 누나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다. 힘든 현실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은 서로에게 상채기를 남기기도 한다. 그러다 누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서 동생을 일으켜 세우고 자신도 미소를 되찾게 된다. 그래.....아빠가 없으면 빌리면 되지!! 그 생각을 하느라 어린 누나는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겨우겨우 용기를 내서 말을 했을까를 생각하니 갑자기 어른이 돼 버린 것 같아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가족을 상실한 아픔을 이겨 내는 두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코끝도 찡해지고 가슴도 훈훈해지는 책이다. 그림책이 이렇게 다양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는 게 신기하다. 투박한 것 같으면서도 감정이 깊게 전달되는 그림의 힘도 큰 것 같다!! 우리 모두에게 다가올, 다가왔을 현실 앞에서 힘내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어지는 책이다. 아이와 이별에 대해 심각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