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과 함께 논다. 풀이랑 산다.

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풀 도감 (양장) - 우리 땅에 사는 흔한 풀 100종 ㅣ 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10
김창석 글, 박신영 외 그림, 강병화 외 감수 / 보리 / 2008년 7월

풀과 함께 놀지. 풀이랑 살지.

잎 넓적한 소리쟁이를 뜯어다 찧어서 모정 마룻바닥에

쓱싹쓱싹 줄을 그려놓고 작은 돌 주워다가 고누를 두지.

이른 봄에 밭둑을 걸으면 어느 새 서릿발 사그라든 틈에서  파란 봄까치꽃 피어 있고

논에는 자운영이 새파랗게 올라오지.

토끼풀로 꽃반지 만들어 몰래 짝꿍 책상 위에 올려 놓고

민들레 씨 훌훌 불며 둥둥 떠다니는 씨앗 따라 집으로 뛰어가지.

집에 오는 길, 방천에서 삐비 뽑아 주머니 빵빵하게 채워놓고

하나하나 하얀 속살 까서 입속에 쏙.

삐비 먹으면 배탈난다는 말도 있지만 달착지근해.

질경이 뽑아서 '질경이 싸움' 하고

한번 지면 심통나서 또 뽑고 또 뽑고 질긴놈 뽑아야 하는데 굵은 놈 밖에 없어.

그렇게 풀과 함께 놀지. 풀이랑 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