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 만들다 우는 밤 - 홀로 글을 찾고, 다듬고, 엮습니다
홍지애 지음 / 꿈꾸는인생 / 2023년 3월
평점 :
출판사 5년의 시간이 담긴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겨가며 마주한 이야기에는 책 만드는 일의 즐거움만도, 그렇다고 고달픈 현실만 담겨있지만도 않다.
‘출판사 5년의 기록이지만 출판사의 행적이기보다는 내 마음의 행적에 가깝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에는 ‘꿈꾸는인생’ 출판사 대표가 홀로 책을 만들어 오며 통과한 수많은 순간들 속 무수한 감정들이 알알이 담겨있다. 그것들을 따라가다 결국엔 ‘가운데가 붙은’ 꿈꾸는인생 출판사에 푹 빠져버리고 마는 게 이 책의 함정이라면 함정이다.
‘서른 다섯에 9천만 원을 못 마련하느냐’는 부동산 아저씨의 말에 ‘9천은커녕 9백도 통장에 없어’ 잠자코 있었다는 이야기는 남 이야기 같지 않아 괜히 내가 얼굴 붉히며 큭큭 댔고, ‘꼭 척 책일 필요는 없잖아’라며 모두가 말리는 책을 기어이 출판사의 1호 책으로 펴낸 대표의 단단함에 반해 홀린 듯 그 책을 주문했다. 배본사 화재로 책이 다 불타버린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해피엔딩을 기대하며 다급하게 책장을 넘기다 먹먹함에 책을 내려놓았다. ‘책을 만들며 생길 수 있는 일이란,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로 확대되었다’며 ‘경계가 넓어진 만큼 나는 작아진 채로 내 바른 자리를 잘 지킬 수 있기를 기도한다’는 작가의 겸허함에 나도 모르게 숙연해졌다. 출판사 대표의 남다른 취향 고백과 테이블 천의 비침에 집착하며 도서전을 준비하는 모습에는 웃음이 쏟아지다가, 팔리지 않는 책들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 결국 ‘나 때문인 것 같아’라는 한 줄 자책감만 남은 페이지에서는 공허한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작가가 숱하게 들었던 “그래도 너는 책을 만들잖아.”란 말에 묻히고 만, 혼자라서 더 힘들었을 1인 출판사의 현실이 책장을 넘길 때 마다 가슴에 콕콕 박혔다.
그럼에도 책을 덮은 후 마음 깊이 오래도록 남은 건 역시 꿈꾸는인생 출판사의 미래를 그려보는, 그리고 책 만드는 일이 즐거운, 꿈 많은 출판사 대표의 희망찬 마음이다.
다시 첫 페이지를 펼쳤다. 거기에는 이런 말이 있다.
‘당신의 꿈을, 꿈꾸는 당신을, 때로는 꿈꿀 여유조차 없는 당신의 날들을 응원합니다.’
출판사에서 나온 책 몇 권을 읽어본 것 외에는 온라인으로 출판사의 책 소식을 전해 듣는 게 전부였는데 ‘책 만들다 우는 밤’ 덕분에 ‘꿈꾸는인생’의 책들이 알록달록, 새로운 옷을 입은 것처럼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책 만드는 일이 아주 즐겁다는 출판사 대표인 작가가 앞으로도 즐겁게 책을 만들 수 있기를, 앞으로도 ‘좋은’ 이야기를 많이 찾고, 다듬고, 엮어주기를 응원하며 기다린다.
“같은 마음에 위로를 받는, 처음 알게 되는 사실에 나의 세계가 넓어지는, 값진 고백에 박수를 보내게 되는, 무례하지 않은 관심에 고마운, 지금을 소중히 여기도록 하는, 우리 서로 사랑하게 만드는, 그런 의미. 아무나 쓸 수 있기에 더욱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그 이야기를 열심히 찾고 다듬고 엮어 보겠다.” (p.128, 책 만들다 우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