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의 기분 - 책 만들고 글 쓰는 일의 피 땀 눈물에 관하여
김먼지 지음, 이사림 그림 / 제철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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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과와 문창과는 결국 ‘학문‘과 ‘예술‘의 차이였음을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취미로 끄적끄적 낙서 같은 그림도 종종 그렸는데, 무언가를 보고 따라 그리는 건 꽤 잘하는 편이었으나 실체가 없는 것을 상상해서 그리는 건 영 젬병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글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이미 있는 작품을분석하거나 내가 겪은 일을 글로 풀어내는 건 아주 쉬웠지만, 스토리텔링이나 문학적 감각은 제로에 가까웠다.
그런 글은 예술가들이나 쓸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나와는 거리가 멀었다. 난 그냥... 일기나 끼적이며 생을 마감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렇게 초등학교2학년 때부터 이어온 꿈을 나는 포기했다. - P22

"좋아해야 버틸 수 있는 일 같아. 이 일에 애정이 있어야 오랫동안 머물 수 있거든. 돈도 많이 안 주고 야근까지 많은데 누가 좋아하겠어? 그런데 불행하게도, 난 이일을 좋아하는 것 같아...." - P34

그래도 기왕 책갈피로 살아야 한다면 가급적 납작해지는 것이 좋겠지. 편집자의 삶이란 어차피 책 안에 담겨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 P52

"박사님! 이 책이 당장 큰돈은 벌어다주진 못하겠지만, 오랫동안 박사님만의 가치 있는 콘텐츠로 기억되게해줄 거예요. 방송으로 소비되는 이미지의 수명은 아주짧습니다. 하지만 책은 그렇지 않아요. 책은 먼 훗날에도 박사님이라는 사람을 기억하게 해줄 겁니다." - P157

그녀와 헤어지고 터덜터덜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는데 코가 시큰거렸다. 왜이러지.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위로의 말을 기어이 골라내지 못한 까닭은, 그 각혈 같은 괴로움이 부러웠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눈물에 질투가 났을지도 모른다.
나도, 글을 쓰고 싶었으니까. - P200

다시 화분에 물을 주기로 했다. 테이블야자를 위해서만은 아니다. 맑은 물 가득 떠서 찰랑찰랑하게 부어주는 짧은 시간 동안 나도 푸르른 숨 한 번 쉬게 되니까. - P240

오늘, 마음이 공허하고 외롭다면 책상 앞에 앉아 자기만의 글을 써보길. 당신은 곧 사랑받게 될 것이다. 최초의 독자인 당신 자신으로부터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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