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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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친구들 만나러 가는 길에 시간이 남아서 들린 서점에서 산 책이다. 크리스마스 느낌이 물씬 풍기는 표지의 이 책은 그 몇 권 집은 책들 중 유일하게 구매로 이어졌다.

책 주제가 주제인 만큼 1월 안에는 읽고 싶었지만 조금 늦은 2월 초에 완독하고 지금 이 글을 쓴다.

상실의 종류를 모두 보여준 느낌의 책. 그 상실 속에서의 인간. 담담하면서도 어딘가 서글프고, 위로받는 책.

문장들이 마음 속에 침투해 자리잡고 비 온 뒤 맡을 수 있는 물냄새처럼 머문다.


스크린 빛이 일방향적으로 쏟아지는 가운데 어둡고 텅 빈 객석에 앉은 우리는 때로 우주를 표랑허는 서람들처럼 막막하게 상상된다. -...- 사년 만에 나를 되찾아샀을 때도 크게 다르지 않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그뒤로는 함께했던 시간들을 아쉬워하는 ‘그리움의 종신형‘에 빠지게 되었으니까 - P68

밤에는 잠들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았다. 병실 문을 열면 어둠 속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보였다. 복도 미등과 내 손전등 빛이 흘러들면 잠 못 든 채 밤을 보내고 있는 사람은 더 뚜렸해졌고 나는 그렇게 해서 실루엣들이 인화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한 컷 한 컷을 완성한다면 그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영화가 될 것이다. - P100

어쩌면 우리는 그 밤들 내내 영화를 찍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서로가 서로의 영화에 관객이 되어, 이 사랑이 가망 없는 것이라도 어떻게든 그것이 지닌 일말의 빛을 지켜주면서. - P102

올해 크리스마스에도 눈이 올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마치 누군가의 머리 위로 죄 사함을 선고하듯 공중에서 끝도 없이 내려오는 그 눈송이들이. - P221

여름의 숲이 어딘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의 활기에 차 있다면 가을의 숲은 평온을 향해 조용히 열리는 공기를 가지고 있었다. 햇살이 순해지고 바람이 선선해지면서 자연스레 차분해지는 사람들 마음과 닮아 있었다.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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