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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이 아니다 - 동물과 사람이 다르다는 당신에게
박주연 지음 / 글항아리 / 2023년 4월
평점 :
물건이 아니다 _동물과 사람이 다르다는 당신에게, 박주연 지음
얼마 전 인터넷에서 밀폐용기에 가둬 질식사한 토끼에 관한 기사를 보았다.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주인은 집에서 토끼 한 마리를 키우다, 다른 한 마리를 ‘사’ 왔는데 기존 토끼가 새 토끼를 괴롭히고 소란을 피우자, 새 토끼를 밀폐 용기에 가둔 것이다. 10시간 뒤, 토끼는 죽었다. 숨을 쉬지 못하고, 움직이지 못한 채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어갔을 것이다. 그는 죽은 토끼를 토끼탕을 끓여 먹겠다고 인근 천변에서 토끼털을 태우다 행인 신고로 경찰에 적발되었다. 재판 결과 그는 무죄. 토끼를 밀폐 용기에 넣은 것은 ‘동물보호법’ 상의 확대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토끼 주인은 무죄라고 선고했다.
토끼의 자리에 인간을 넣어 보아도 그 행위가 잔인한 학대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한 인간이 자기 뜻에 상관 없이 밀폐 용기에 갇혀 죽음에 이르러도, 재판 결과는 같을 수 있을까. 인간 위주로 돌아가는 이 사회에서 비인간 동물은 '인간과 다르지 않게’ 주체적이고 감정이 있으며 고통을 느낌에도 불구하고 물건이 아닌 생명체의 지위를 갖지 못했다. 약자를 지켜야할 법 조차도 동물을 물건 취급을 하며 가해자인 인간 편을 든다면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비인간 동물의 입장은 누가 대변할까?
이러한 고민이 대책 없이 뭉게뭉게 커져만 갈 즈음, SNS에서 <물건이 아니다> 행동단 모집에 눈이 반짝 떠져 바로 지원했고, 곧 박주연 변호사가 쓴 <물건이 아니다> 책을 받았다. 변호사가 쓴 동물보호법에 관한 책. 박주연 변호사는 동물권연구변호사 단체 PNR( People for Non-human Rights)의 공동 설립자이자 동물의 권리를 위한 변호 등 다양한 의법 활동을 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 동물보호법이 무엇을 하는지 정말 궁금했고, 저자의 활동에 흥미를 느낀 난 망설임 없이 바로 책장을 열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자 그동안 막연하고, 그 정체가 불분명해 보였던 동물보호법의 형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법을 통과하는 동물 관련 이슈와 저자의 시선이 교체하며 인간과 비인간 동물은 과연 다른 존재인지, 그 경계에 무엇이 있는지, 책을 읽으며 떠오른 물음표 앞에 중간중간 저리는 고통으로 읽기를 멈추었다. 저자는 개 식용, 동물 의료소송, 야생동물, 동물원, 동물 N번방, 동물 학대, 유기, 동물 실험, 공장식축산업과 같은 수많은 동물 문제 앞에서 현재 동물보호법이 동물에게 해줄 수 있는 것과 해줄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동물 이슈 앞에 자유로운 인간이 있을 지 모르겠다) 현재 동물법의 위치를 정의하고 부족한 점을 날서게 비판한다. 또 강화된 외국의 동물법을 예로 들며 우리나라의 동물법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많은 고민을 담아 치열하게, 제시해 주는데 그 내용이 동물을 사랑하던, 사랑하지 않던 이 사회에의 일원이라면 (동물에게 핏빛 빚을 지지 않는 인간은 없기에) 누구든 꼭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당장 눈 앞엔 인간으로 인해 평생 고통 속에 살다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동물들이 너무 많은데 그에 비해 법은 변화하는 속도가 너무 느리고, 법을 집행하는 이들에 대한 불신으로 동물 문제 앞에선 무력감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저자는 현장에서 수도 없이 이러한 어그러지고 슬픈 상황을 그대로 목격하면서도, 막막한 상황 가운데 절망할 지언정 포기하지 않고, 동물의 고통과 억울함을 위해 ‘지치지 않고’자기 일을 해내고 있었다. 타자의 고통을 응시하는, 타자의 고통에 눈물을 흘리는 이의 마음을 읽으며 어찌 힘을 내지 않을 수 있을까. 법이 이토록 따뜻하다면, 법의 시선이 그토록 집요하게 가장 약한 타자의 고통을 찾아 가 닿을 수만 있다면 어쩌면 동물에게 한없이 멀었던 법은 그제야 제대로 힘을 발휘하여 동물의 언어로 소리를 낼 수 있을지 모른다. 그 마음에 기대어 동물의 권리가 존중받고 그들이 태어난 모습 그대로, 이 땅에서 스스로가 주체가 되는 생을 살아갈 수 있기를, 비인간 동물과 인간 동물이 더불어 함께 할 수 있는 사회를 기대해 본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민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바란다.
“법은 어떠한 사회를 만들고, 이를 유지해나가겠다는 인간들의 약속이다. 우리 사회가 동물을 사물로 취급해온 그동안의 법적 관행을 반성하고, 목숨 있는 모든 존재를 더 치밀하게 존중할 것을 약속하는 곳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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