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안에서 세워진 건물은 지금도 남아 있다. 도시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에든버러에는 그런 건물이 수천 개가 넘는다. 거기서 후손들은 여전히 와이파이 번호를 공유하고, 책을 보고, 설거지를하고, 부부싸움을 하고, 빵을 굽는다. 그리고 그 수많은 건물 중 한 곳을 내어 전 세계 학자와 작가들을초대한다. 그중 나는 9백 몇 번째 참가자였다. 그곳에서 나는 계단을 오르다 말고 종종 세계지도에 박힌 색색의 점을 바라봤다. 그러자 곧 그게 호의나 배려이기 전에 가스 검침원이 주민들의 집에 남겨놓는 표식처럼 한 나라의 건강과 건재를 뜻하는 일상적인 기호로 다가왔다. 여름이 끝날 무렵, 나는 그곳에서 ‘당신은 왜 글을 쓰는가‘란 질문과 다시 만나보기로 했다. 누군가 우리에게 삶이, 인생이, 역사가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는데 굳이 왜 그런 수고를 하느냐 묻는다 해도 할 수 없었다.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