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기 좋은 이름
김애란 지음 / 열림원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초겨울이다. 초봄, 초여름처럼 이마에 조初 자를 새긴 바람이 푸른 띠를 길게 나풀거리며 우리 앞을 지나간다. 계절이 변하는 느낌을 몸이 먼저 알아챈다.
우리가 여전히 해와 별, 달의 운행을 기준으로 마디가 잘리는 시간 안에 산다는 게 이상하고 기껍다. 때론 24절기로, 어느 땐 먼 나라 신들의 이름으로, 그계절, 부르는 이름이 많아 좋다. 가르는 사이가 많아 좋다. 말은 제 이름을 닮기 마련인데 ‘겨울‘을 발음할 땐 입 주위가 바싹 쪼그라들지 않는다. 말이 추위를 타지 않아 좋다. 춥다‘를 강조하기보다 집에있다‘란 사실에 힘을 준 덕이리라. 혹한과 불모와 죽음의 계절에 주눅 들지 말고, 집에 가서 대화나 하라고, 군밤이나 까고 대화나 좀 하면서 그 가사假死시간을 견뎌보라고, 옛날 옛적 겨울을 겨슬‘이라 부른 사람들이 헤아린 덕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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