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건너는 여섯가지 방법 - 개정판
스티브 도나휴 지음, 고상숙 옮김 / 김영사 / 201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지금 감동적인 소설을 읽은 건지, 깨달음을 주는 연사의 강연을 들은 건지 모르겠다. 사막을 기어코 건넌 저자의 경험은 한 편의 소설같은 이야기가 되었고, 그와 나란히 전개되는 인생에 대한 비유는 마치 내가 사막에서 무릎을 꿇고 우러러보며 듣는 강연같았다. 스트레스를 받고 힘든 일이 있다가도, 이 책을 읽으면 씻은 듯이 날아갔다. 이 책은 나의 구세주였다. 아직 올해가 다 가진 않았지만, 내가 읽은 책 중 올해 최고의 책은 이 <사막을 건너는 여섯가지 방법>이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떠올랐고, 나를 뒤돌아보기도 했다.

 

 나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사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상을 향해 산을 오르고 있을 것이다. 지금이 아니면 누릴 수 없는 것들을 내일을 위해 참고, 흘려보내면서. 대의를 위해서라면 이런 소소한 것을 희생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자신을 속이면서. 저자는 말한다. 우리 인생에서 이러한 성취나 성공, 또는 목표가 전부는 아니라고. 우리는 정상에 다다르기 위해 안달하는 열병을 앓고 있다고.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의미 깊고, 즐거운 시간은 종종 현재에 충실하게 해주는 오아시스에서 일어난다고. 우리는, 아니 나는 현재를 버리고 도대체 어디로 가려는 걸까. 인생에서 성공이 과연 전부일까? 소소하게 살 순 없을까? 동물 키우면서, 책 읽고 글 쓰면서 말이다. 우리 사회는 왜 그렇게 성공, 성공 부르짖는 것일까.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패배자로 깔보면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산다면 그게 성공 아닐까. 왜 성공의 기준을 획일화시켜서 그에 걸맞지 않으면 실패자로 낙인찍는 걸까.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 또한 어김없이 이러한 성공의 물살에 휩쓸려 떠다니는 부표일 뿐이다. 그러니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지 못하면 초조해지고, 쉬어서는 안 될 것 같고, 하루 24시간이 너무나 모자라고, 소중한 친구를 만날 시간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겠지. 그런 나에게 작가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 말해주었다. 나는 지금 사막을 건너는 중이며, 오아시스를 만나면 쉬어가도 된다, 말해주었다. 그제야 뒤돌아보았다. 나의 하루를, 나의 어제를, 나의 인생을. 나는 너무나 전전긍긍해 있었다. 언제나 스트레스 상태에 있고, 소중한 것을 사랑할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그렇게 앞을 향해서만 달려갔는데 남은 건 '오아시스'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생각해보면 친구와, 엄마와, 또 다른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한 시간이 지금은 한 장의 사진으로 남아 내 보물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항상 들었다. 놀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 이런 기분을 느껴야 하는 나도, 친구들도, 우리 사회의 고된 면면들도 다 안타깝다.

 

 인생의 사막에서 뜨거운 샤워를 한 적이 있는가? 저자는 이렇게 묻고 있다. 놀랍게도 있었다. 나는 이별의 사막을 건너는 중이었다. 그의 마음을 알 수 없는 데서 오는, 나를 괴롭히기만 할 뿐인 끝없는 질문. '도대체 왜?' 그를 잊지 못해 밤마다 찾아오는 그리움과 눈물. 하지만 그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런 내 마음을, 진심을 전하면서 속에 있는 말을 다 털어놓은 후 나는 처음 느껴보는 해방감을 맛보았다. 그동안 나를 사막에 가둔 건 내 자신이 만들어 채운 사슬이었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사랑한다 말했을 때, 백설공주가 사과를 토해내듯 시원했다. 나는 이제 자유롭다. 왜 그렇게 끙끙댔는지도 지금은 잘 모르겠다. 내가 처음으로 맛본 '뜨거운 샤워'는 달콤했다. 이 샤워만 있다면 사막에 있어도 그리 괴롭지는 않을 것 같다. 언젠가는 이 샤워가 찾아올 거라는 걸 아니까.

 

 '사막'은 끝없이 황량한, 죽음의 장소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엔 사람도 있고, 정도 있고, 고기도 있고, 오아시스도 있고, 밤에만 볼 수 있는 별빛도 있고, 캠프파이어도 있고, 뜨거운 샤워도 있었다. 사막, 아니 인생에 이 정도만 있으면 살만 한 거 아닌가. 덤으로 나도 사막을 건너보고 싶다. 아직 체코도 못 가보고 있지만, 언젠가는—.

*우리가 가야 하는 방향은 `그저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과 같이 단순한 것일 수도 있다. p41

*이렇듯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사막을 여행하는 마음 자세이며 그 덕분에 우리의 여행이 더 풍요로워진다. 아마 그래서 투아레그족 언어인 타마셰크어에는 내일을 의미하는 단어가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p49

*우리의 자아에서 공기를 조금 빼면 현실 세상과 좀더 가까워지고 좀더 인간적이 될 수 있다. p109

*사막을 건널 때 우린 해변은 안중에도 없었어. 남쪽으로 계속 가면서 오아시스에서 쉬는 일에만 온통 관심이 있었잖아. p2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