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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몽타주 - 발견과 전복의 역사
이동기 지음 / 돌베개 / 2018년 11월
평점 :
이 책은 ‘역사란 무엇인가’를 새로 묻기 위하여 현대사를 대상으로 한 작은 에세이라는 집필 의도에서 출발하고 있다. 역사라는 큰 무대에서 늘 주인공을 했던 정치가들과 그들이 만든 사건에만 관심을 기울인 것이 아니라 역사가 놓쳤던 개인의 일상사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400여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면서도 역사의 뒤안길에 숨겨져 있었던 이야기 속에 푹 빠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을 넘기게 된다. 이 책에는 역사가 딱딱한 사건의 나열만이 아니라 그 속에 담겨 있는 따뜻한 인간들의 이야기라는 증거들이 넘쳐난다.
특히 저자가 자신의 연구논문을 위해 방문한 통일 독일의 수도 베를린 기록관에 먼지 속에 묻혀 있던 자료와 조우하게 된다. 저자의 애틋한 관심이 없었다면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있었던 사건이 아름답고 슬픈 러브스토리로 만들어 지게되면서 또 하나의 작은 역사가 탄생하게 되었다. 저자는 자료를 분석하다가 ‘동독과 북한의 관계’에서 생겨났던 북한 유학생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또한 순전히 저자의 역사가다운 호기심과 개인적인 노력으로 ‘레나테 홍’이라는 인물을 발견한다. 레나테 홍은 동독으로 유학을 온 북한 학생과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하지만 본국 소환 명령을 받고 북한으로 돌아간 남편과의 연락이 두절되면서 옛 동독지역이였던 예나에서 그리움으로 외롭게 살고 있었다. 저자가 독일 친구들의 도움으로 레나테 홍을 만나게 되고, 저자는 레나타 홍의 간절한 이야기를 오마이 뉴스를 통해 ‘누구라도 까치가 되어 오작교를 놓아주길’ 이라는 내용으로 이 사실을 알리게 된다. 작은 뉴스에 많은 언론이 관심을 끌게 되었고, 드디어 독일 정부의 노력으로 2008년 7월, 47년 만에 평양에서 레나테 홍과 남편 홍종근이 실제로 만나게 된다. 이 얼마나 드라마틱한 이야기인가. 결국 이 이야기는 2015년 <사랑, 약혼, 이별>이라는 한 편의 영화로 제작되기까지 하면서 ‘조독 이산 가족사’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된다.
또한 이 책에는 역사의 마이너리그였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즐비하다. 역사가 너무나 중요해서 중요한 사람들만의 이야기일까? 이 책은 이제 역사에서 소외되었던 사람들을 어떻게 역사로 불러 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그래서 ‘선의 평범성’처럼 많은 사람들이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역사의 의인’에 대해서도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숨겨져 있던 이야기들이 얼마나 역사적인가에 대한 역사 속 진실 이야기와 마주하면서 전율이 느껴질 것이다. 역사를 사랑하고, 역사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 아니 역사를 새롭게 발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결코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