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81
제인 오스틴 지음, 박용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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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평] <오만과 편견>: 결혼의 조건

 

    

1. 이 책의 줄거리는 이러하답니다.

 

딸만 다섯 명을 둔 베넷부인의 최대 관심사는 이 딸들의 결혼에 있다. 첫째 딸 제인은 딸 들 중 가장 아름다운 미모를 지니고 있어서 늘 엄마의 자랑거리이다. 둘째 딸 엘리자베스는 언니보다는 미모가 떨어지지만 똑 부러지는 성격과 지성미를 지니고 있다. 셋째 딸 메리는 책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에게 교훈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넷째 딸 키티는 언니들보다 미모에서는 뒤지기 때문에 늘 화장하는 것과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다. 다섯째 딸 리디아는 천방지축이고 앞 뒤 안 가리는 성격이어서 열 여섯 살에 남자를 따라 도주하여 온 가족을 비탄에 빠트린다.

 

어느 날 마을의 네더필드 파크로 재력가의 미혼남인 빙리가 이사 온다는 이야기가 온 마을에 퍼지고, 베넷가의 여자들은 모두 기대하면서 무도회에 참가한다. 무도회에서 빙리의 부자 친구인 다씨도 함께 인사를 하게 된다. 베넷 부인은 가장 예쁜 큰딸이 빙리와 연결되기를 바라지만, 생각보다 어렵게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결국 나중에 빙리와 결혼하게 된다. 또한 다씨는 엘리자베스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자신의 마음을 쉽게 표현하지 못한다. 다씨가 여자들에게 친절하지 못한 행동은 그가 부자여서 거만하다는 인상을 주게 되고 엘리자베스 역시 다씨의 청혼을 거절하면서 그를 오해하게 된다.

 

한편, 마을에 거주하게 된 군인 위컴이라는 남자와 리디아는 도망을 가게 되는데, 위컴과 다씨는 서로의 아버지로부터 인연이 깊었고, 위컴의 사기와 배신으로 다씨로부터 신뢰를 잃은 인물이다. 그러나 다씨는 엘리자베스 동생인 리디아를 위해 위컴의 도박 빚과 외상을 모두 갚아주고 결혼식을 하게 재정적인 지원을 해 준다. 훗날 엘리자베스는 자신을 위한 자신의 노력을 알게 되고 그에게 마음의 문을 연다.

 

이 책은 오만이 항상 나쁜 것만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우리가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는 편견에서 벗어날 때 진정한 사랑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책을 다 읽고 났을 때 왜 작가가 <오만과 편견>이라는 제목을 붙였는지 드디어 알 수 있게 된다.

 

2. 이 책을 읽다가 다음과 같은 생각, 느낌이 들었어요.

 

베넷 부인이 다섯 명이나 되는 딸의 결혼에 관심이 있는 것은 딸들에게는 재산을 증여할 수 없으며, 여자는 결혼을 해야 부모로부터 독립된 생활을 할 수 있는 당시의 영국 사회의 제도 때문이었다. 작가는 소설 속 등장 인물을 통해 베넷가의 재산을 친척인 콜린스라는 사람에게 물려줘야 하는 것에 대한 불합리한 제도를 소설 속에서 비난하고 있다.

 

이 소설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작가는 성격과 외모를 묘사하고 있어서 독자는 인물 속에 빠져들게 한다. 그리고 대화체 문장을 많이 활용하여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왜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인기가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영화에서 엘리자베스 역할을 맡았던 키아라 나이틀리의 연기는 압도적이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그녀의 얼굴과 연기가 매칭 될 만큼 인상적이었다.

 

이 소설을 통해 작가는 결혼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보편적인 생각을 담고, 가장 이상적인 결혼이란 어떤 것인지 엘리자베스와 다씨의 사랑을 통해 넌지시 제시한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도 결혼은 여전히 신데렐라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엘리자베스가 다씨에게 더욱 호감을 느낀 것은 그의 재력을 넓은 정원을 통해 확인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 넓고 아름다운 정원의 안주인이 되고 싶었다고 살짝 회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쩌면 이 소설은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판타지에 대한 소설이다. 독자들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엘리자베스와 다씨가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우여곡절과 갈등이 해결되는 과정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아마, 그것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묘미가 아닐까?

 

<오만과 편견>의 플롯은 지금도 새롭게 변주되면서 새로운 제목의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결말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바로 그것이 이야기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3. 책 속의 문장에서 이런 것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어요.

이번에는 메리가 자기 학식을 드러냈다. “거만함은 모든 사람이 갖고 있는 성질이야. 누구한테나 있는 것이고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그쪽으로 기울게 돼 있어. 자기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실질적이건 상상적이건 일종의 자기만족을 갖지 않는 사람은 없어. 그리고 허영심하고 오만함은 다른 거야. 우리가 그걸 혼동해서 쓰고 있는 거지. 우린 허영심을 갖지 않고도 오만해질 수 있어. 오만함은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갖고 있는 견해하고 관련된 것이고, 허영심은 다른 사람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해주었으면 하는 부분과 관련이 있지.” (pp. 32~33)

 

이건 불행한 사태고, 여러 사람들이 이런저런 얘기를 할 거야. 그치만 우리는 사악한 물결이 밀려드는 걸 저지해야 하고, 우리의 상처받은 마음에 위로의 기름을 부어주어야 해.” 엘리자베스가 그 말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자 메리가 다시 이런 말을 했다. “리디아에게 이런 일이 벌어져서 안됐지만, 우린 여기서 교훈을 얻어낼 수 있어. 여자가 정조를 상실하면 회복할 수 없다는 것, 한번 발을 잘못 들이면 끝없는 파멸이 빠진다는 것, 여자의 평판이란 것은 아름다움만큼이나 깨지기 쉽다는 것, 여성은 남성에게 아무리 주의를 해도 부족하다는 것 등이지.” (p. 395)

 

소설 속에서 메리는 책을 좋아하고 항상 책을 읽는 장면이 등장하고 교훈적인 이야기를 많이 한다. 작가는 메리를 통해 당시의 사회 통념을 전달하고 있다. 거만함과 오만함 그리고 허영심에 대해 잘 분석하면서 결혼을 할 때 경계해야 할 감정이라는 점도 알려주고 있다.

 

애정에는 애정 자체만 있는 게 아니라 고마움이나 허영심 같은 게 끼어들어서 혼동스럽게 만들어. 그래서 애정이 제멋대로 가게 놔두면 안 되는 거야. 우린 모두가 자연스럽게 사랑을 시작할 수 있어. 약간의 호감만으로도 충분히 사랑을 싹틔울 수는 있지. (p. 35)

 

사랑은 고마움과 허영심과 혼동해서는 안 되고 호감으로 사랑을 시작하라고

 

샬럿은 이제 목적을 달성하게 되었으므로 차분히 생각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아도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콜린스는 현명한 사람도, 호감을 주는 사람도 아니긴 했다. 그녀가 남자나 결혼에 대해서 아주 높이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결혼 자체는 항상 그녀의 목표였다. 교육은 잘 받았지만 재산은 별로 없는 여자로선 결혼이 명예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생활 대책이었고, 결혼이 가져다줄 행복감이 아무리 불확실하다고 해도 결혼이 가난에 대한 가장 나은 대비책임이 분명했다. 이제 그러한 대책을 확보했으니, 아무도 아름답다고 생각해주지 않는 여자로서는 아주 좋은 기회를 잡은 것이 분명해 보였다. (p. 170)

 

작가는 당시 보통 여자들이 생각하는 결혼관을 샬럿이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결혼을 명예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생활 대책이거나 가난에 대한 대비책으로 선택하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결혼의 의미를 생각해 보라고 이야기 해주는 듯 하다.

 

캐서린 여사는 엘리자베스에게 자매들이 모두 몇이나 되며, 그 자매들은 아름다운지, 교육은 잘 받았는지, 아버지가 어떤 마차를 소유하고 있는지, 어머니의 원래 성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 물어댔다. 엘리자베스는 그렇게 묻는 태도가 뻔뻔스러워 보였지만 기죽지 않고 대답해주었다. (p. 228)

 

인물, 학벌, 재산, 성격은 결혼을 할 때 따져야할 조건이 아닐까? 이것은 지금도 변함없는 결혼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이 네 가지 조건 중에서 어떤 것을 가장 우선 순위에 두느냐 하는 것이 바로 개인의 취향이고,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젊었을 때 결혼을 할 때는 인물을 따지지만, 나이가 들수록 성격이 가장 중요한 순위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결혼을 할 때 역시 중요한 것은 재산이다. 재산을 많이 소유한 남자일수록 자신이 원하는 여자와 결혼할 확률이 높다는 것은 바로 이 점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재산이 중요한 이유는 먹고 사는데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돈이 많을수록 더 좋은 곳에서 더 좋은 것을 많이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고 그래야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 근데 내가 쬐끔은 아름답다고 생각한 건 내가 그 여자를 맨 처음 보았을 때분이지. 그 뒤론 그 여자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 보여.” 다씨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이렇게 대꾸해주었다. (p. 372)

 

감사함과 공경심이 애정의 좋은 바탕을 이루기 때문에, 다씨에 대한 엘리자베스의 감정 변화는 그럴 만했다. (p. 383)

 

이 문장은 다씨가 엘리자베스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표현하고, 또 엘리자베스가 다씨를 좋아하게 된 계기를 보여주는 문장이다. 서로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혼자서 끙끙대는 인물의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다.

 

 

다씨는 열렬한 사랑에 빠진 사람만이 할 수 있을 만큼 감정적으로, 그리고 열렬하게 자기의 마음을 표시했다. 엘리자베스가 그의 눈을 바라볼 수 있었더라면 격렬한 기쁨이 그의 얼굴에 얼마나 퍼져 있는지를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가 볼 수는 없었지만 들을 수는 있었다. 그는 자기감정을 전달하면서 그녀가 그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느끼게 해주었고, 그의 애정이 얼마나 값어치 있는 것인지 그녀가 알 수 있도록 해 주었다. (p. 502)

 

이 문장은 사랑에 빠진 남녀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자기감정을 전달하면서 서로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를 느끼게 해주고, 자신의 애정이 얼마나 값진 것인줄 서로 알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야말로 진짜 사랑의 모습이 아닐까? 나는 <오만과 편견>이란 책에서 이 문장이 가장 빛나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건방져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해도 돼요. 그랬고 볼 수 밖에 없어요. 사실 당신은 겸손이나 복종이나 호감 같은 것에만 길들어 있어서 신물이 난 거예요. 당신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만 말하고 생각하는 여자들한테 싫증이 났겠죠. 난 그들하고 다르기 때문에 당신이 관심을 일으키게 된 거라고요. 당신이 정말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건방진 나를 미워했을 거예요. 그렇지만 당신 자신을 감추려고 노력하는 가운데서도 당신의 감정은 항상 고상하고 정당했어요. 그리고 당신 마음속으로는 자기한테 잘 보이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철저히 경멸했던 거예요. (pp. 521~522)

 

이 문장은 다씨가 부자여서 잘 보이려고 아첨하는 다른 여자들과는 달리 엘리자베스는 오히려 그 앞에서 당당하고 자부심을 잃지 않았다. 그런 행동이 다소 건방져 보일 수도 있는데 다씨가 그런 자신의 모습을 사랑해 준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는 문장이다. 나는 이 문장이 바로 제인 오스틴이 <오만과 편견>이라는 소설을 통해 이 소설을 읽는 모든 여자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소설이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결혼하고 싶어 안달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자신에게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여자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 그렇게 할 때 진짜 멋있는 남자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530여 쪽이 넘는 긴 이야기로 해주고 있다.

 

 

, 그런데 중간중간 삽화가 많이 나와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그림이 원본에도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당시에는 소설책에 그림을 넣는 것이 유행이었을까?

 

4. 추천사

 

고전은 고전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분명히 있다. 200년 전의 이야기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통한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의 희노애락은 서로 엇비슷하다는 것이다. 너무도 유명한 소설이니만큼 아직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멋있게 살고 싶은 세상의 모든 여자들에게도 추천 해주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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