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작위의 세계 - 2012년 제43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정영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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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작위의 세계/정영문/문학과 지성사/ 2011.9]

 

 

자지 못지않게 이상하게 생긴 불알 두 쪽이 달려 있 는데 그것들은 한통속인 것 같으면서도 서로 딴마음 을 먹고 있는 두 사람처럼, 하나를 이루는 것 같으면 서도 따로인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불알들이 따로 떨어져 나와 자지와는 약간 거리를 두고 있는 이유 는 알 것도 같으면서 모를 것도 같았다. 또 그렇게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기도 한 불알들은 약간 음흉 하게 여겨졌는데,, 그것은 자지의 그늘에 가려 별로 주목을 끌지 못하며, 자지의 보조하는 역할에 머무 는 것 같은 그것들이 사실은 자지를 배후에서 꼭두 각시처럼 조종하며, 귀찮거나 즐거운 일을 자지에게 시키는 일을 하면서도 자신은 별로 하는 일이 없는 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 작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은 자지가 아니라 불알인 지도 몰랐다. <17p>

한데 국수를 먹다 만 후 이전에 치질을 앓으며 생각 한 것들을 생각하자 나 자신이 궁상맞은 동시에 청 승맞게 여겨졌는데, 궁상과 청승은 비슷한 것이면서 도 서로 약간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 같았다. 청승이 좀더 정서적이고, 그래서 좀더 처연한 느낌을 불러 일으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좀더 생각해보니 궁상 을 떨 때면 청승도 함께 떨지 않기가 어려운 것 같았 다. 궁상과 청승에 더해, 주책과 추태라고 말해도 좋 을 어떤 것을, 그것도 어지간히 떨고 있는 것 같았고, 그래서 그 모든 것들을 그만 떨면 좋을 텐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갈 수 있는데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떨 수 있는 또 다른 것이 없는지를 생각했고, 그래서 방정과 함께 치를 떨까도 하는 생각도 했는데, 새삼 스럽게 방정과 치를 떨 것도 없이 이미 방정과 치를 떨고 있는 것 같았다.<13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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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작가가 샌프란시스코에 머문 기간을 소설 의 형식을 통해 쓴, 독특한 형식의 체류기다. 화자가 작가자신이여서 허구의 진실을 경계마저 모호하다.

2012년 ‘동인문학상’, ‘대산문학상’, ‘한무숙문학 상’을 수상작이다. 문장을 다룰 줄 아는 재주를 가진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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