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김연수/자음과모음]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건 나의 일이었다. 너와 헤어진 뒤로 나는 단 하루도 너를 잊은 적이없었다. 2005년을 기점으로 너는 나보다 더 나이가 많아졌지. 그럼에도 네가 영원히 내 딸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내 안에서 나 보다 나이가 많은 네가 나왔다니, 그게 얼마나 대단한 경험인지 네게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있는 입술이 내게는 없네. 네 눈을 빤히 쳐다보고 싶지만, 너를 바라볼 눈동자가 내게는 없네. 너를 안고 싶으나, 두 팔이 없네. 두 팔이 없으니 포옹도 없고, 입술이 없으니 키스도 없고, 눈동자가 없으니 빛도 없네. 포옹도, 키스도, 빛도 없으니, 슬퍼라, 여긴 사랑이 없는 곳이네.<228p>

 "제 영화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상징은 날개입니다. 말하자면 이런 식이에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는 심연이 존재합니다. 그 심연을 뛰어넘지 않고서는 타인의 본심에 가닿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우리에게는 날개가 필요한 것이죠. 중요한 건 우리가 결코  이 날개를 가질 수 없다는 점입니다. 날개는 꿈과 같은 것입니다.  타인의 마음을 안다고 말하는 것이야 하나도 어렵지 않지만, 결국에 우리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방법은 없습니다. 그럼 날개는 왜 존재하는 것인가? 그 이유를 잘 알아야만 합니다. 날개는 우리가 하늘을 날 수 있는 길은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날개가 없었다면, 하늘을 난다는 생각조차 못했을 테니까 하늘을 날 수 없다는 생각도 없었을 테지요."<27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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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나누어가진 기억들, 함께 겪은 괴로움, 그 많은 어긋남, 그리고 화해, 심연의 격동., 사람사이 정은 이런 것들 일까?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이라고 했던가! 그 가슴에서 다리까지 가는 길은 또 얼마나 멀고 험할 것인가.!

김연수소설에는 시대를 지나온 아린 기억의 단상들이 숨어 있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건 나의 일이었다.'
맘에 담고도 넘치도록 좋은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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