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 ㅣ 따뜻한 그림백과 6
김경보 그림, 재미난책보 글 / 어린이아현(Kizdom) / 2008년 12월
평점 :
따뜻한 그림백과를 만났어요.
생활 영역의 <옷, 밥, 잠, 집, 책>의 첫번째 시리즈에 이어 <물, 불, 나무. 쇠, 돌>의 두번째 시리즈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첫번째 시리즈에서 <잠> 이라는 책을 만나서 아이와 함께 읽으며 좋은 시간 갖었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며칠 동안 그 책만 보고, 또 보고 그랬거든요. 지금도 가끔 책꽂이에서 가지고 와서 읽어달라고 한답니다. 그렇게 반가운 책을 만나고 다시 한번 두번째 만남을 가졌네요. 역시 두번째 만난 <불> 이란 책도 저와 동준이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백과사전이라 하면 무겁고 딱딱한 내용들로 가득찬 책이라 생각하기 쉽죠. 그런 고정관념을 확 깨버린 그림백과랍니다. 저 또한 이런 신선한 책을 만나서 기쁘고요. 기존의 지식책과 이야기책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점에서 가장 후한 점수를 주고 싶네요.
알찬 내용과 따뜻한 그림...무엇보다 동준이가 유난히 잘 보는 책이라 더욱 마음에 들어요. 왜 그런지 따뜻한 그림백과 책을 좋아하더라고요. 자기만의 느낌이 있나봅니다. 코드가 맞다고 해야하나?^^ 그때는 2살이였는데, 지금은 해가 바뀌어 3살(23개월)이 되었네요. 동준이와 함께 따뜻한 그림백과를 만나보도록 할게요.
|
따뜻한 그림백과의 특징
1. 세상에 대한 지식과 정보, 생각을 그림으로 보여주는 3~7세 아이들을 위한 백과사전입니다.
2. <예술.문화>, <자연.과학>, <역사.사회>, <한국.한국인>, <생활> 5가지 영역을 기본으로 세상의 지식들을 아이들이 보기 쉬우면서 재미있게 엮었습니다.
3. 사실적이면서도 따뜻하고 현대적이면서도 한국적인 그림으로 글을 모르는 아이들이 읽어도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되어있어요.
4. 리듬감 있는 글이 조화롭게 그림에 얹혀 있어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5. 지식정보책과 이야기책이라는 경계를 허물었어요. 기존의 백과사전처럼 지식과 정보가 포함되어 있으면서도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 형식이랍니다.
|
밝히고 덥히고 태우는 불
그림 김경복 글 재미난 책보
표지에서부터 느껴지는 한국의 전통적인 분위기...우리나라 아이들 정서에 딱 맞는 그림이네요. 요즘 아이들 이런식으로 불을 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없죠. 엄마인 저도 직접 본 적이 없네요. 따뜻한 그림백과 <불>을 통해 한국의 전통방식을 살짝 엿볼 수도 있답니다. 책 표지가 하얀색 바탕이라 마음에 들어요. 하얀색은 그림을 더욱 돋보이게 하죠. 아이들은 알록달록한 색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이 책은 일반 그림책과는 다른 그림백과잖아요. 그래서 이런 깔끔한 디자인이 더 매력적이네요. 전면 책꽂이에 꽂아두면 알록달록 그림책 속에서도 쉽게 찾아 꺼낼 수 있답니다. 그럼 책의 구성과 특징, 내용 등을 이야기 해볼게요.
▶ 모서리가 둥글게 처리된 양장본
특히, 어린 유아들에게는 겉표지 둥글림 처리하는게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죠. 양장본이지만 겉표지와 속표지까지도 둥글게 처리해서 안심하고 책장을 넘길 수 있어요. 양장본이라 함은? 잠깐 사전의 도움을 받겠습니다.
표지를 두꺼운 합지(Hard Cover)로 만들어 붙인 책을 말합니다. 보통 본문은 실로 엮어 묶은 다음 책등에 엉성한 거즈와 같은 생사를 바르고 그 위에 질긴 종이를 덧붙여 만듭니다. 양장본은 본문과 표지를 따로 제작, 재단한 다음 면지를 이용하여 붙이는 방법으로 고급스럽고 품위가 있으며 내구성이 뛰어납니다. 백과사전, 연감, 법전, 보관용 장서 등에 널리 쓰입니다. 평소 대략 알고 있었던 양장본에 대해서 정확한 의미를 알았습니다. 사전까지 찾아볼 생각을 하다니...저도 저한테 놀랐습니다. ^^
▶ 들고 다니기 편한 크기와 무게, 그리고 종이재질
가로*세로 20cm 내외의 작은 사이즈로 책꽂이에서 쉽게 뽑아서 들고 올 수 있어요. 물론 무게도 가볍답니다.
그리고 종이재질은 일반 그림책과 다른 재질이네요. 저의 표현력이 부족해서 어떻게 전달해드려야할지 모르겠지만, 큰 백과사전용 재질이에요. 반코팅이 되어있어서 쉽게 찢어지지 않을 것 같고요. 물이 살짝 묻어도 금방 닦아내면 울지 않겠어요. 실제로 우리 동준이가 책을 보다가 침을 흘렸는데도 젖거나 울지 않았답니다.^^ 침 흘리고 조금 후에 닦았거든요.
실제 많은 물을 쏟았다면 어떻게 됐을지는 모르겠네요. 그 정도로 잘 구겨지지 않고 반들반들한 재질이랍니다.
▶ 부드럽고 따뜻한 말투의 진행과 따뜻한 그림
위에서 따뜻한 그림백과의 특징 설명할 때 리듬감 있는 글을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 진행하는 것처럼 되어있다고 했잖아요. 그 말에 살짝 공감하면서도 저는 다르게 느껴져요. 따뜻하고 감미로운 엄마의 목소리로 읽어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이들한테 꼭 구연동화를 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불을 피우면 열이 나거든요.
불이 타고 있으면 빛이 나거든요.
뜨겁고 빛이 난다고 해서 다 불은 아니에요.
먼 옛날에는 저절로 난 불이 있어야만 겨우 불을 썼어요.
나무, 석탄, 석유, 천연가스 같은 것은 연료로 쓰이죠.
이런 식으로 지식과 정보,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답니다. 옆에서 다정하게 말해주는 것 같죠?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그림...왜 따뜻한 그림백과인지 알게 해주죠. 그림을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채로 현장감과 사실감을 살려 자세히 묘사했어요. 아래있는 사진 중 소화기와 스프링 쿨러가 있는 사진은 실제 사진처럼 착각하기도했어요. 그만큼 구체적이고 자세히 묘사됐어요. 백과사전에 사진을 삽입해넣는 것과 같이 자칫 딱딱해 보일 수 있는 부분을 아이의 정서에 맞게 그림으로 그려냈어요.
▶ 한국의 전통적인 요소 접목
불에 대한 지식과 정보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불을 발생시키는 라이터와 성냥, 가스렌지 등이 나와요. 불을 끄는 도구인 소화기와 스프링쿨러도 나오죠. 이런 현대적인 요소가 들어있는가 하면 아래의 3가지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할머니가 아궁이에 장작불을 떼고 있는 장면, 정월 대보름에 쥐불놀이와 달집태우기를 하는 장면과 겨울 동안 얼어 있던 논과 밭의 마른 풀을 태워 해충을 없애는 장면, 도자기를 굽는 일을 하는 장면 등을 넣어 한국의 전통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불에 대한 여러가지 기능을 설명하면서 현대적인 부분만 넣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데, 전통적으로 불을 사용하는 모습을 넣어엄마와 아이가 함께 한국의 전통방식을 이해하고 알 수 있게 해주네요. 이 부분은 아이에게도 한국의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고, 정서적으로도 도움을 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집에 외국 그림책이 참 많은데, 이 책을 보면 역시 한국인의 정서엔 한국적인 요소와 그림이 최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 작은 글씨로 보조설명
본문 이야기 진행하면서 위, 아래, 중간 등에 본문 글씨크기 반만한 글씨로 보조설명이 추가돼 있어요. 본문 내용 중 궁금해할 만한 사실들을 다시 한번 설명해주고 넘어가네요. 어떤 내용인지 잠깐 볼까요?
논밭의 불을 태우는 게 불장난은 아니에요. 불이 풀 속에 숨어 있는 해충을 없애 줘서 농사가 잘 되라고 하는거래요.
스프링쿨러는 불기를 감지하면 저절로 물을 뿌려요.
모래로 불을 덮어도 불을 끌 수 있어요.
▶ 지식.정보와 이야기의 만남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백과사전이지만 딱딱하지 않고, 그림책이지만 지식과 정보가 있어요. 다시 말해 지식과 정보를 이야기 형식으로 꾸민 그림백과책이지요. 위의 구성과 특징들을 살펴보면서 이미 내용을 살펴보았죠? 조금만 더 알아볼까요?
"불이 있어서 따뜻하게 지낼 수 있어요." 라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불이 있어 밤에도 책을 읽을 수 있어요. 하지만 뜨겁고 빛이 난다고 해서 다 불은 아니래요. 펄펄 끓고 있는 물이나 빨갛게 달아오른 쇳덩이는 뜨겁지만 불은 아니고요, 전등은 방을 환하게 밝혀 주지만 불이 아니죠. 불은 무언가가 타면서 빛과 열이 나는 거래요. 우리가 보는 불 중 가장 큰 불덩어리는 태양이죠. 처음부터 불을 사용한건 아니래요. 불은 여러가지 일에 사용돼요. 불을 끄는 도구에도 여러가지가 있죠.
이러한 내용들로 알차게 진행되고 있어요. 마지막 그림이 인상적이네요. 아이가 촛불켜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그림이네요. 동준이도 촛불끄는 걸 몇 번 해봤어요. 바로 생일잔치를 할 때죠. 케이크에 꽂힌 초를 보면 자기가 꼭 "후!~~"하고 불어서 끈답니다. 처음엔 잘 안 꺼지지만 여러번 불면 꺼져요. 그러한 현상이 신기한지 자꾸만 해보려고 하더라고요. 불은 참 고마운 존재이면서도 잘못 사용하면 무서운 존재로 바뀌죠. 동준이도 그런 불이 뜨겁고 무서운 것인지 안답니다. 김이 모락모락나거나 연기가 나거나 불꽃이 보이면 "앗! 뜨거" 를 외치네요. 엄마, 아빠 다음으로 처음 배운 말이랍니다. 그만큼 뜨겁다는 이미지가 동준이한테 강하게 남았던거죠.
이야기로 재미있게 꾸몄으면서도 지식과 정보를 습득할 수 있어 좋죠.
▶ 동준이가 좋아하는 페이지
동준이가 이 책을 보면서 가장 많이 펼쳐본 부분이에요. 왜 그런지는 엄마인 저도 모른답니다. 첫번째 그림인 소화기와 스프링쿨러가 나오는 페이지를 펼쳐놓고 한참을 보고 가리키면서 저한테 뭐라뭐라 하더라고요. 제가 그때마다 설명을 해줬거든요. "그래 불이나면 소화기로 꺼야하는거야, 그리고 불이나면 스프링쿨러에서 물이 슈욱!~~하고 나와서 불을 끌 수 있어. 모래로도 불을 끌 수 있단다." 이 설명을 반복적으로 들으려고 하는지 계속 같은 페이지만 가리켜서 제가 조금 귀찮기도 했답니다. 같은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했는지 몰라요. ^^ 그리고 자동차를 좋아하는 동준이, 역시나 소방차가 나오는 페이지를 한참 보네요. 게다가 소방차 소리까지 더해가며 열심히 봅니다. "에~~엥!~~" 계속 이러면서 보네요. 저는 또 열심히 소방차와 소방관아저씨에 대해서 설명해줬답니다.
그리고 아이가 누워서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며 두 손을 모아 한 쪽 얼굴에 갖다대고는 "코!~~" 하네요. 자고 있다고 얘기하는거죠.
이 페이지는 그나마 조금 봤지만 위의 두 페이지는 정말 수십 번은 더 펼쳐보더라고요. 안방, 주방, 거실까지 들고 다니고 책을 보면서 계속 읽어달라고 강요하는 통에 엄마는 정말 귀찮았답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니 흐뭇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발견해서 더 없이 기쁘네요.
|
♣동준이는 그림백과가 좋아요.♣
장소를 불문하고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보고 또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나봐요. 주방 바닥에 앉아서 보는 모습이 제일 웃겨요. 그것도 계속 같은 페이지만 펼쳐놓고 보고있습니다. 아이의 책 보는 모습은 언제봐도 흐뭇하기만 하네요.
♣동준이의 책 읽기♣
동준이의 책 읽는 모습을 담아봤어요. 하루에 이 책을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었는지 모릅니다. 엄마인 저는 문장을 다 외웠을 정도입니다. 동준이 혼자서도 보고, 엄마 무릎에 앉아서도 열심히 들었답니다. 엄마가 책 읽어 주는 모습도 동영상으로 담았는데 엄마의 모습이 단정하지 못한 관계로 올리지는 못하겠네요.^^ 서평 작성하는 동안에도 무릎에 올라와 안겨서는 책을 계속 펼쳐보았답니다. 그리고 독후활동도 하고 싶었는데 불에 대한 내용이다보니 직접 불을 사용할 수는 없고, 간단히 초에 불을 붙여 불어보게 하는 정도로 마무리 했어요. 그리고 가스렌즈 불을 켜 주면서 이것도 불이라고 이야기해주고요. 천장의 현광등이나 전등의 불도 켰다 껐다하면서 이 부분은 불이 아니라고 설명해 주었답니다. 동준이가 좋아하는 따뜻한 그림백과 어떻게 보는지 한번 같이 감상해보세요.
동준이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ikorea82/50040358429
|
따뜻한 그림백과와의 만남을 마치고
전에도 말했듯이 책 한 권이 사람한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떤 책을 만나냐에 따라서 자신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이 바뀔 수도 있잖아요. 물론 객관적인 입장에서 책을 읽고, 익히고, 평가해야하지만, 주관적 입장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봐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책을 보는 방식이 다르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따뜻한 그림백과를 만난 건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늘 함께 있는 엄마로서는 중요한 부분이였다고 생각해요. 창작동화, 세계명작동화와 같은 좋은 책도 많이 있지만 이들 책에서 얻지 못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걸 느꼈어요. 아직 말도 잘 못하고 어리지만 동준이도 저 나름대로의 느낌을 가지고 책을 봤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들도 아이들만의 취향과 느낌이 있는 거니까요. 동준이와 함께 책을 읽고 보면서 참으로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을 갖을 수 있었네요. 이런게 행복이 아닐까요? 함께 있어서 즐겁고 기분좋은 것 말이에요. 마음이 편안하고 훈훈해지네요. 마지막 문장이 기억에 남네요. "무언가를 간절하게 바랄 때 촛불을 켜요. 조그만 촛불이 어둠을 몰아내지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문장입니다. 서평 주제와 맞지 않는 얘기지만 요즘처럼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나라와 가정이 잘 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마음의 촛불을 켜고 지금의 시기를 빨리 몰아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책이야말로 좋은 책이라는 생각을 해 보면서 서평을 마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