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는 열다섯은 없다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6
손현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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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든 걸 잃어버리려고 태어난 것일까?"

태어남에 정확한 이유는 없다. '무엇을 위해 태어났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기 위해 우리는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순탄한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주노'는 열다섯의 소년이지만 결코 순탄치 않은 삶을 경험한다.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는 우울증에 걸려 자식들을 돌볼 여력이 없다. 어머니가 주워 온 17마리의 유기견들 때문에 가족은 떠돌이 신세가 된다. 제대로 된 집도 없는데 이 많은 유기견들을 사랑으로 보살필 수 있을 리가 없다. 학교에서는 '밥통'들의 괴롭힘을 받는다. 그야말로 불행의 중첩이다. 주노는 이 불행의 이유를 찾지 못해 좌절한다. 자신에게 닥친 시련이 어린 주노에게 너무나 버거웠을 것이다.

책임 지지 못하기 때문에 미성년자이고, 그러므로 그를 책임지고 보호해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내내 들었던 생각은, '곁에서 주노를 도와주는 어른이 있었다면 주노가 눈물 흘릴 일은 없었을까?'였다. 주노가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에 어른의 응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주노는 또래 친구인 예지와 호영이의 도움으로 긍정의 힘을 얻고, 유기견을 입양보내기 위한 파티를 열 수 있었다. 가장 힘이 되어주어야 했던 가족, 주노의 어머니는 당신의 괴로움에 짓눌려 있느라 함께 깔려 있던 주노를 보지 못했다. 나중에는 자신의 무관심하고 무기력했던 과거를 반성하지만, 주노가 받았던 상처가 과연 완전히 치유될 수 있었을까? 절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호영이의 아버지이자 동물병원 원장은 이성적이지만 매몰찼다. 현실적으로 보면, 당연히 조건 없이 유기견을 치료해주고 수술해줄 순 없었을 것이다. 아이의 도움 요청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 법은 없었으니까. 그러나 아이의 사정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주었다면,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노는 강했다. 어른들의 케어도 없고, 아이들의 괴롭힘을 받고도 꺾이지 않았다. 자신이 괴롭힘을 받는 상황에서도 예지를 지켜주려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자신의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을 예상했지만 그것이 두려워 주노는 물러서지 않았다. 겉으로는 툴툴대도 자신의 사람들은 챙기는 아이의 모습이 참으로 훈훈하게 느껴졌다.

주노처럼 가족, 유기견 17마리와 함께 길거리에 나앉는 청소년은 현실에서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주노처럼 모든 걸 잃어버리려고 태어난 건지 스스로 자학에 빠지는 청소년들은 분명 있을 것이다.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그런 아이들을 , 울고 있을 아이들을 우리는 떠올릴 필요가 있다. 도움의 손길을 뻗고 있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당당하고 씩씩했던 주노처럼, 그렇게 살아보자.

"개똥 같은 내 인생이라고 해가 뜨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주노의 인생에 밝은 해가 떴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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