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 어느 여행자의 기억
변종모 글.사진 / 허밍버드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
* 삶이란 문득 이렇게 경건한 것이다. 버릇처럼 다가오는 하루하루를 기꺼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내는 것, 때로 외롭고 지루하거나 힘든 모든 것들은 스스로 이겨낸 뜨거운 마음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P 99 -
* 모든 것이 공기처럼 자연스러웠으나 모든 것이 공기처럼 소중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 P 109-
* 자주 불행하다 생각했다.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고 자신에게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 번도 취한 적 없었다...때로는 내가 나에게 도취되어 스스로 즐거워지는 일, 그것으로 내가 행복해지는 일, 그것이 가장 가까운 혁명이다. - P 127-
* 진심으로 진심을 대하는 일은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 P 185-
*소박한 마음과 따뜻한 정성으로 사는 이들을 나는 오래오래 기억할 것이다. - P185-
* 여행이 좋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여행은 한 권의 책을 읽듯 누군가를 펼쳐보는 것이라고, 그것이 좋아서 나를 떨리게 하든지 그것이 힘들어 나를 조각내든지 상관없이 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만으로도... - P 229- |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가슴이 떨린다.
내가 변종모 님을 처음 알게 된 것은 EBS '세계테마기행-솔로몬 제도편' 에서였다.
조용하고 사유적인 말투, 내성적이지만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검색해보니 '여행작가'라고 하신다.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라는 책을 사서 읽었다.
깜짝 놀랐다.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잘 쓰여진 그의 글과 눈과 마음을 흔들어놓는 그의 사진들...
읽고 또 읽었던 책들이 여행 에세이 였지만, 이 책은 결심하게 했다.
' 이 분의 책은 꼭 사서, 서재 방의 가장 눈에 띄는 곳에 꽂아 두고 읽어야지'라고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 이후에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이라는 책이 출간되자마자 바로 구입했다.
나는 '믿음'혹은 '기대감'을 주는 저자가 좋다. 사실 저자를 보고 책을 선택하는 편이다.
의외로 안전한 방법이다.
세상은 아직도 많이 따뜻하다는 것을 알게 해준 길 위의 당신들.
이 책은 길 위에서 만난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길 위에서 만났던 '따뜻한 사람들'이 보고싶었다.
카오산로드에서 같은 여행자 라는 이유로 '선의'를 베풀던 사람들, 상해에서 모유수유 중이었던 내가 수유실이 없어 '어떻게 할까?' 망설이고 있는데, 기꺼이 자신의 휴게실을 내어주고, 내가 괜찮다는 데도 계속 부채질을 해주시던 동방명주의 화장실 청소하시던 분, 홍콩에서, 싱가폴에서 자신의 바쁜 시간을 마다하고 목적지까지 안내해주었던 사람들, 오사카 난바역에서 심하게 무거웠던 캐리어를 함께 들어주고, 내가 잘 가는지 지켜보다가 또 계단이 나타나자 다시 나타나서 함께 그 무거움을 나누었던 그녀,,,
그 고마운 얼굴들, 미소들이 아직도 내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있다.
불안한 비행은 끝이 났고, 나는 아무렇지 않게 이곳에 닿았으므로.
'좋은 공기'라는 이름을 가진 거대하고 오래된 도시, 부에노스 아이레스 - P 107-
나는 이 글귀에서 '공감'과 '동경'을 동시에 느꼈다.
비행기를 타고 가다 심한 터뷸런스를 만났을 때, 사실 불안하지 않은가?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꼭 가보고 싶기에, 내 마음을 오롯이 고정시킨 문구였다.
저자의 여행기 곳곳에서 나는 그가 '인도'란 나라에 특별한 사연과 감정이 있음을 감지했다.
그리고, 인도에 관한 그의 사진과 여행기가 참 좋다.
과장스런 통신사 광고처럼 떠들어 대거나 미화시키지 않고, 인도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와닿게 보여주고 있다.
길이라는 학교가 내게 가르쳐준 최고의 지혜는 '성공의 척도는 나에게 있다. 너와 나의 성공이 같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다른 사람을 의식하면서 산다. 나는 '여행'을 통해 점점 '즐거운 나'가 되어가는 것 같다.
무조건 부딪쳐보는 것. 뭐든 해보고 뭐든 느껴보는 것...
여행의 최고의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여행 에세이가 참으로 흔하다.
다 읽고 싶지만, 책은 너무 많고 생활은 바쁘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때다.
좋은 여행 에세이기도 하거니와, 좋은 글, 좋은 사진으로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 줄 '좋은 책'이다.
강추(Two thumps up!)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