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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호박 ㅣ 그림책이 참 좋아 17
이승호 글, 김고은 그림 / 책읽는곰 / 2014년 3월
평점 :
똥덩어리, 똥강아지, 똥구멍, 똥개....
우리집 어린이들이 자주쓰는 말들입니다.
특히나 남자 어린이들은 초등 입학과 동시에 "똥" 들어가는 단어를 왜이리 좋아할까요?
그래서 인지 우리집 똥강아지들은 똥호박을 읽고 그림을 보면서 내내 깔깔거리며 정말 좋아합니다.
그림은 또 어떠한가요? 호통아저씨의 커다란 얼굴, 동이가 싸놓은 무지막지한 똥, 둥글 넓적한 늙은 호박을 보면 어른도 아니들도 깔깔대네요.
첫 페이지를 열면 동이랑 동순이가 사는 정겨운 동네가 펼쳐지며 우리 어른들의 어렸을 적 정서가 있습니다.
단단한 흙마당에 수놓아진 아이들의 그림, 검정 고무줄을 이용한 고무줄 놀이가 있는 그림을 보니 문득 어렸을 때 동무도 생각나고 그립기까지 하네요.
그러고 보니 동네어르신들 중에 유독 무섭거나 호통치는 어르신들은 꼭 한분씩은 계신것 같아요.
여기에 등장하는 호통아저씨는 힘도 무쟈게 세고 목소리 또한 쩌렁쩌렁 울립니다.
우리의 호통아저씨는 동이,동순 오누이에게 구덩이에 똥을 싸보라는 제안을 합니다.
전 문득 요 대목에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집니다.
우리집 어린이들은 눈이 똥그래지면서, "으악, 창피하게 똥 싸래", "누가 보면 어쩔라구"...
아마도 요즘 동네에 호통아저씨 같은 사람있으면 신고 들어가겠죠?
암튼 귀여운 동이녀석 전형적인 똥 그림처럼 똥 다운 똥을 한 무더기 싸네요.
이 똥은 씨앗을 통해 호박꽃을 피우며 작은 애호박이 결실을 맺고 작은 애호박을 시작으로
어른 손만한 호박들이 주렁주렁,.. 여름 내내 호박 요리를 먹어봅니다.
(앗, 저는 호박잎쌈 너무 좋아해요.. 그거 가장 맛있는 잎은 특정한 크기의 호박잎이 있다는 사실!!)
호박전, 호박잎쌈, 채썰어 만든 수제비~...)
서리가 내리는 가을이 되면 호박은 엄청 크디큰 늙은 호박으로 성장합니다.
늙은 호박의 빛깔은 바로 누런 똥색~
이 늙은 호박을 잘라 그 안에 있는 주홍빛 호박속 살로 정말 맛있는 호박죽이 되고,
시루떡 사이에 꿀처럼 달콤한 호박시루떡도 맛 볼수 있죠.
그리고 호박 속에는 손톱만한 호박씨들이 그득합니다.
이 늙은 호박을 먹은 오누이의 똥은 다시 실한 호박을 얻을 수 있는 밑거름이 되고 그 밑거름은 다시 호박에서 ->똥으로...
요즘 아이들은 모든 농산품이나 정육, 수산물은 대형마트나 시장에서 흔히 볼수 있습니다.
시골에 살지 않는 한 농산물의 수확과정은 잘 모를 뿐더러 잘 포장된 완제품만 만날 수 있어요.
저 어렸을적에는 지나다니는 오솔길 옆에 옆집 담장에 마당에 지천에 호박 천지였습니다.
호박뿐만아니라,.. 비오면 정말로 듣기좋은 파밭, 고추밭, 무밭, 배추밭,.. 넝쿨에 달려있는 오이등,. 심고 가꾸어 수확하여 우리들 밥상에 올라가기까지 과정을 볼 수 있는 생활 그 자체였죠.
그 점에 지금 우리아이들에게 많이 아쉬울따름입니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내가 동순이였을지도, 애 아빠가 동이였을지도 모르겠네요.. ㅋㅋ
p.s 저희 작은녀석이 오늘 독서록에 "똥호박" 독서기록을 쓰고 한무더기 똥을 그렸답니다.
님과 반 아이들이 보고 엄청 웃고 책도 돌려보며 무척이나 좋아했다고 자랑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