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숨만 쉬어도 비용이 드는데 하물며 국가에는 막대한 운영비가 필요하다. 또 하루 하루가 바쁜 삶속에서 매달 원천징수를 따져볼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세금은 남보다 더 내는 게 아니면 ok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세금의 흑역사>는 5천년 전 수메르 문명부터 미래의 세금까지 세금의 변화과정을 정말 놀랍도록 깊이 있고 홍미롭게 서술한 책이다. 왕권은 처음에는 외부자나 노예 같은 약자에 세금을 왕창 물렸고, 근대 이후 국가들은 중산층의 세금 반란 등 시민혁명을 겪으면서 때로는 위기론을 내세우며 어쩔 때는 수수료 명목으로 포장해 걷어갔다. 정부들은 세금 제도에서 서로가 서로를 재빨리 복제했다고 한다.실용적인 입장에서 봐도 앞으로 점점 거래과정이 투명해지면서 세수가 늘어난다는 전망을 배울 수 있었다. 세금결정은 일종의 데이터 싸움이다. 최근처럼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반영치 않고 과거의 소득세, 주택세 보유 기준을 고수하는 정부의 속셈은 무엇일까? 초국적 플랫폼에는 과세가 애매해서 과세 초점이 국내 특히 토지에 맞춰진다고도 한다.평범한 시민한테는 세금이야말로 피부로 느껴지는 가장 강력한 국가 통치 행위다. 500쪽이 넘는 이 책에서는 시민사회와 소통하지 않고 결정한 징세는 어떤 그럴듯한 명분에도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새로 알게 되는 역사적 사실도 많고 저자들이 중간중간 통찰을 넣어둬서 잘 읽히는 책이다. 국가는 합리적인 개인들의 의사결정의 총합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