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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개
하세 세이슈 지음, 손예리 옮김 / 창심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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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 후 6개월, 장물 배달 일을 하고 있는 가즈마사는 개 다몬을 발견해 같이 다니기로 한다. 치매를 앓고 있는 가즈마사의 어머니는 다몬을 보고 예전에 키웠던 개로 착각하고 기력을 회복하고, 가즈마사는 가족을 위해 더 위험한 절도단의 일을 하기로 하고, 다몬은 가끔 남쪽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그리워한다. 다몬은 가즈마사를 떠나서도, 어릴적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개와의 추억이 있는 도둑, 성실하지 못한 남편 때문에 사이가 멀어진 부부, 그들을 돕기도 하고 도움을 받기도 하면서 점점 남쪽으로 향한다. 다몬은 남쪽에서 어떤 소년을 만나고 싶은 것일까.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들 자신만의 과거가 있고 자신만의 이유가 있다. 도둑질을 하며 살아가는 미겔에게도 도둑질로 살 수 밖에 없었던 불행한 어린시절이 있었다. 매춘부인 미와에게도 가족까지 등지며 매춘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글에서 보이는 시선이 그들에게 비판적이지 않은 것은 이들이 개와 함께 하기 때문일까. 다몬의 시선에서는 자신에게 친절하고 열심히 사는 인간들일 뿐일 것이다. 다몬은 자신이 배고프거나 다쳤을 때 그에게 보내진 친절에 감사하며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동안 그들에게 보답하는 듯 모두를 성심성의껏 돕는다. 등장인물들이 제각기 다른데 영리한 우리의 개 다몬에게는 친절했다. 그 덕에 읽으면서 불편하지 않은 마음이 들었다. 사람들은 어떻게 되어도 주인공인 이 개는 무사하겠구나 하고.

개가 주인공임에도 항상 사람의 시선으로 개를 바라보고 이야기는 진행되었고 그래서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글이었던 것 같다. 사람이 개의 마음을 읽을 수 없는 건 당연하고 그들의 행동을 통해 이런 생각이구나 하고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니까. 이런 설정이 이 다몬을 실제 있을법한 개로 생각할 수 있게 해 주었던 것 같다.

챕터가 더해 갈 수록 개가 스쳐가는 여러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구나, 사람들이 다양하긴 하네 하며 읽었다. 도둑이나, 매춘부나 사냥꾼들의 이야기들은 평범하다면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는 나에게는 그다지 공감하기 어려운 이야기였고,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소설로 읽기에도 그다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이 등장하는 글인 탓에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다'라는 설명이 자주 등장했던 것 때문이다.)아, 개가 등장하는 일본 옴니버스 영화를 글로 보는 느낌이다 라는 생각으로 책장을 넘기고 있었는데 마지막 '소년과 개'챕터를 읽으며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읽었다. 소년을 위해 몇 년이나 세상을 떠돌아다닌 개의 이야기를 읽으며 개와 함께 시간을 지내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을 올려다보는 그 선한 눈을 떠올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개들은 항상 그랬다. 자신에게 온 친절을 의심할 줄 모르고 한 번 마음을 준 사람에게는 계속해서 그 사랑을 표현한다. 한 번 받았던 소년의 사랑이 그리워서 지진으로 헤어지게 된 소년이 걱정되어 온 세상을 돌아다닌 개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어린 시절 함께했던 강아지들과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늙은 개가 생각나 나도 모르게 울고 있었다. 개는 말이 통하지 않는 다른 종이지만 서로 아끼는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인생의 동료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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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듯해 4자성어 초등 일기쓰기 : 중급 뿌듯해 초등 일기쓰기
뿌듯해콘텐츠연구소 지음 / 진서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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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듯해"는 4자성어로 4행시 일기를 쓴다는 기특한 아이디어의 일기장이다. 중급이어서 아직 어린 우리 아이와 함께하기엔 무리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엄마가 옆에서 무언갈 하면 항상 따라하고 싶어하는 아이라 어쩌면 해보지 않을까, 아님 내가 하면 되지 하는 생각을 일기장을 펼쳤다.

아이에게 사자성어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엄마랑 써볼까?하고 꼬셔봤지만 아이는 넘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라도 써보자 해서 썼는데 각각의 글자로 시작하는 문장은 만들 수 있었지만 문장을 연결해 이야기가 되는 일기를 쓰는 것은 쉽지 않았다. 사자성어도 나도 뜻을 알지 못하는 것도 꽤 있었다. 글을 쓰는 며칠 동안 사자성어를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고 몇 문장 안 되는 글이지만 일기를 쓴다는 소소한 성취감도 있었다.

 

몇 번을 붙들고 쓰는 모습을 보였더니 옆에서 아이가 하고 싶다며 책을 쓱 가져갔다.

 

사필귀정이 무슨 뜻이냐 물어보고, 아직 글을 잘 못 쓰는 아이가 '사실은 좋다'를 쓰려면 어떻게 쓰냐고 물어 시옷, 이, 시옷..을 계속 불러주며 만든 글이다. 우리 아이는 하고싶은 것이 많고 욕심도 많은 아이였다. 문장마다 '하고싶다'가 대부분이었다. 내용이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사자성어에 맞게 시작하는 문장을 생각해낸 것 만으로도 기특했다.

아이가 더 할게 없나 뒤적이다가 스티커 붙이는 곳을 발견했다. 몇 문장 쓰고는 냅다 스티커를 붙인다. 아직 공부해본 적이 없는 우리 아이에게는 제대로 된 글을 쓰기는 무리였지만, 스스로 글을 쓰고 공부할 줄 아는 초등학생이라면 4문장으로 일기를 쓰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4자성어를 익히며 4행시를 쓰고, 늘어나는 스티커를 보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잘 구성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며칠째 책을 펼쳐 일기를 쓰고 있다. 책장을 덮으며 '뿌듯해~'라고 생각하고 슬쩍 웃기도 했다. 귀여운 아이디어에 걸맞는 잘 지은 제목이다 싶다. 아이들이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서 사자성어도 익히고, 원고지 쓰는 법도 익힐 수 있는 여러가지를 고려한 구성도 마음에 들었다. 100일을 채우고 스티커도 붙여볼 생각이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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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세계
조영은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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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함께 생활하는 혈연 혹은 혼인으로 이어진 관계들. '우리가 남이가'의 남은 아니지만 내가 아닌 타인이기에 그와의 관계에서 오는 감정이란 게 꼭 편안함만은 아닐 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항상 함께 생활하는 게 당연하기에 그 관계에 대해 들여다보며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은, 그런 가족이란 관계에 대해 이 책 가족의 세계는 여러 상담 사례를 보며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가족 사이에도 참 여러 문제로 불행하다.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려는 부모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지 못하고 자신을 찾기도 하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임에도 결혼 후에는 사랑에 빠졌던 이유로 서로 다투기도 한다. 문제는 가족이라는 것. 가장 가깝고 속속들이 알고 있어 상처주기도 상처받기도 쉬운 가족이라는 것이다.

다투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갈등이 드러나지 않는 것은 오히려 문제가 있는 가정일 수도 있다고 한다.갈등도 잘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잘 싸우는 법은, 다투는 장소 '링'을 집안보다는 바깥의 커피숍 같은 곳으로 정하고, 시간도 1시간 정도로 제한하고, 서로 배고프거나 예민해진 시점을 피해 싸우는 것이 좋다고 한다. 대화의 규칙을 정해놓고 말하는 것도 좋은데 '나'로 시작하는 I-message는 평소의 사소한 다툼을 방지하는 데도 좋을 것 같다. '나는'이라는 주어를 주로 사용하는 것이다. '나는 텔레비전 소리가 너무 커서 시끄럽다' '나는 네가 양치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걱정이 된다."처럼 말이다. 긍정적인 감정 단어를 사용하는 것, 불만이 아니라 소망을 표현하는 대화법도 (싸울 때를 대비하여) 익혀놔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감정이 어떤지 알아차리는 것도 어렵지만 훈련이 필요한 문제라고 느꼈다. 내 감정에 이름을 붙이며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다 감정은"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가치에 비추어 볼 때 내가 지금 어떤 좌표에 있는지 알려주는 신호"라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내 욕구를 모두 충족시켜 줄 수 없음은 당연하다. "배우자는 내 모든 욕구를 충족시켜 줘야 한다"라는 결혼에 대한 통념이라는 문구를 읽었을 때 정말,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음을 깨닫고 행동하고 있는 걸 알았다. 사랑해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함께 하자는 마음이 맞아 같이 살고 있는 배우자인데, 그가 내가 원하는 걸 모두 해 줄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니!

심리상담이 더 널리 행해질 수 있는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심리학이 아이들이 배워야 하는 필수 과목에 들어간다든가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경제적 능력에 관계 없이 힘들다는 마음을 토로할 수 있는 곳이 더 가까웠다면 학창시절의 조금 더 젊은 나는 조금 덜 힘든 청춘을 보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불안이 많은 성격이었다. 하지만 불안을 드러내어도 도움을 받을 수는 없어서 실제로도 괴롭고 힘들다는 생각이 가끔 드는 것 말고는 나를 둘러싼 상황은 다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부인'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힘들어했다. 조금 마음이 편해진 것은 나이를 더 먹고서였고 이 책에서 소개한 심리상담과 비슷한 과정을 혼자서 겪어낸 후였다. 우리 엄마 아빠도 힘들어서 그랬구나. 나보다 더 어린 엄마는 그때 어쩔 수 없었을 거야. 그때는 상황이 그랬으니까 라며 이해하고 그때 내 마음이 이랬구나 하며 스스로를 달래가는 참 오랜 시간을 들여야 했다. 심리학을 배웠더라면 이 과정이 좀 더 쉬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힘들게도, 남을 불편하게도 하는 여러 방어기제들은 나를 지키고자 하는 무의식의 산물이다. 인간이라면 편안하고자 하는 것이 당연한 본능인 것을 인정하고 의식적으로 나를 사랑하고 아낀다면 가족과 겪는 어려움도 조금 더 쉽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일찍 만났더라면 내 마음이 더 편했을 텐데 하는 책들을 요즘들어 만난다. 생각해보면 지금 내가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가 있기 때문에 이 책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가족의 문제로 힘든 모든 분들이 이 책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같은 문제로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고, 이를 치유할 수 있는 용기도 얻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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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명상을 하면 좋겠어요 - 고통으로 얼룩진 세상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법
팀 데스몬드 지음, 허윤정 옮김 / 한문화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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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당신이 명상을 하면 좋겠어요' 라니 잠시 배웠던 요가 선생님같은 같은 조근조근한 말투가 떠오른다. 눈 감고 배에 힘을 주고 숨 들이마쉬고~ 내쉬고, 호흡에 집중하세요. 명상이라는 걸 잘 몰랐던 내가 떠올렸던 건 명상에 대한 이런 이미지뿐이었다.

 

명상이라는 것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만 가지고 대했던 이 책은 '명상이 뭐예요?"라는 나의 어린아이같은 질문에 명상을 통한 마음가짐의 변화가 어떻게 자신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주변 사람들을 돕고 공동체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거대한 답변을 내놓았다.

 

고통스러운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지 않고 현재의 행복을 직시하는 법, 갈등 상황에서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상대를 존중하면서도 서로의 욕구를 중시하는 의사소통의 기술, 자신의 고통에 어떻게 연민을 느끼고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같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생각의 훈련과 더불어 무아의 법칙으로 명상이라는 행위가 삶과 멀리 있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발 붙이고 있는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인 수련 방법과 함께 설명해준다

생각이라는 것은 원래 부정적인 감정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라고, 그것을 막기 위한 것이 마음챙김 수련이고 명상이라는 도구라고 작가는 말한다.

마음이 산만해지거나 이 수련이 내키지 않으면 스스로 이렇게 말해보자.

'내 마음은 실제로 다른 생각들이 중요하다고 믿는구나

하지만 나는 지금 딱 1분 동안 내 삶에서 아름다운 것들을 떠올리도록 나에게 허용한다.

그 밖의 다른 생각들은 모두 기다리면 돼.'

당신이 명상을 하면 좋겠어요 中, 삶에서 아름다움 발견하기, 28쪽

삶의 아름다움에 집중하는 것 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고통을 외면하자는 게 아니라 현재 가지고 있는 '잘못되지 않은 것'을 알아차리는 것, 마치 "치통이 없는 상태를 즐기는 것" 같은 것 말이다. 사람들은 원래 마음에 들지 않거나 바꾸고 싶은 것들에 집중하기 마련이어서 이 수련은 균형 잡힌 사고방식을 지니도록 해준다고 한다. 이 1분간의 수련은 나에게 현재 있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바로 옆에 앉아있는 아이의 온기, 마주 웃어주는 아이의 웃음소리, 아이 덕분에 웃는 순간 순간들, 시원한 저녁과 따뜻한 차 한잔, 행복한 것들을 떠올리는 1분은 나에겐 정말 큰 효과가 있었다

이 책이 내 마음에 닿았던 부분은 명상을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항상 두렵지 않거나 평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 내용이었다. 작가처럼 절에서 몇년이고 수련하고 나서야 이런 사고방식으로 살 수 있는 거 아니야? 하는 내 질문에 작가는 아내의 고통으로 자신이 흔들렸던 순간을 고백한다. 고통을 벗어나고 싶은 인간일 뿐이라고. 아내의 자신의 고통을 호소했을 때 그 고통을 자신의 괴로움으로 받아들이고 아내와 있는 것을 벗어나고 싶었다. 이런 기분을 수치심으로 느낀 순간 작가는 명상을 통해 "이런 느낌은 인간적이고 아름다운 거야. 살아 있는 존재는 모두 고통을 싫어해. 이런 반감도 네 안에 깃든 생명의 일부야" 라는 생각에 다다를 수 있었고 아내의 고통을 다시 바라볼 수 있었다고 했다.

 

책을 읽고 나니 명상이라는 것이 마음의 평온한 상태에 도달하기 위한 생각하는 방식의 수련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평온함은 나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내 마음의 평온으로 주변 사람들을 도울 수도 있고 나아가 공동체의 일원으로 사람들을 도울 수도 있다. 다른 사람도 보살필 수 있는 고통을 보듬는 마음의 힘. 그것이 명상의 힘인 것 같다.

생각과 관련하여 내가 알아낸 가장 유용한 방법은

생각이란 요청하지 않은 의견과 조언을 끊임없이 주는 친구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만약 당신을 정말 사랑하는 친구가 당신에게 조언하기를 지속한다면 친구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그런 경우 그의 말을 곧바로 거부하거나 무시하지 않아야 한다.

왜냐하면 친구는 당신을 염려하고 있으며

그가 '항상' 틀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친구의 말을 아무 의심 없이 믿어서도 안 된다.

그의 말에 주목하고 그가 신경 써주는 것에 감사한 다음,

스스로 알아보고 나서 그 말이 믿을 만한 내용인지 결정하는 게 이상적이다.

당신이 명상을 하면 좋겠어요 中, 두려움 없애기, 200쪽

몸이 아닌 요소들을 몽땅 제거하면 몸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게 된다. 따라서 우리 몸은 '우리'가 아니고, 심지어 '우리의 것'도 아니다. 이런 무수한 요소들이 함께 모여 있는 상태가 몸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자신의 몸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에 대해 그렇게 자랑스러워 하지도 않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에 그렇게 당혹스러워하지도 않게 된다. 오히려 몸은 고유하고 소중한 단기간의 선물이 된다. 그러니 자기 몸을 그렇게 바라보기 바란다.

감정, 지각, 생각, 자각에 대해서도 똑같은 분석을 적용할 수 있다.

당신이 명상을 하면 좋겠어요 中, 무無의 예술, 142~143쪽

대지와 만나기 명상수련은 우리 자신의 모든 부분을 '나도 아니고'. '내 것도 아닌'것으로 보는 수련이다. 그 특성들은 우리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된 무아적 요소이다." 나의 고통까지도 내 것이 아닌 누군가로부터 전달된 것이며 이를 연민으로 품을 수 있다면 고통을 후세에 전달하지 않고 더 나은 세상을 물려줄 수 있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나의 마음챙김 수련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며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힘도 가질 수 있게 해준다. 명상을 하면서 나의 마음을 보듬는 행위는 세상을 보듬어줄 수도 있는 행위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폭풍의 한가운데에 앉아 있어도 온전히 존재할 수 있기를,

비록 불확실함과 고통으로 가득 찬 현실일지라도

바로 지금 여기로 완전히 주의를 돌리기를,

우리 몸 안의 여린 짐승이 어떻게 반응하든 그냥 내버려두고,

그 짐승에게 다른 존재가 되라고 요구하지 않기를,

완전한 사랑과 수용으로 몸과 마음을 바라보면서

삶의 아름다움을 온갖 형태로 음미하기를

우리 모두 행복하기를. 우리 모두 건강하기를 .

우리 모두 안전하기를. 우리 모두 사랑받기를.

당신이 명상을 하면 좋겠어요 中, 당신만의 1만 시간, 243~244쪽

글을 쓰는 일요일, 출근하기 싫은 내일이 다가오기에 생각을 잠시 돌려보았다. '아 내일 출근하기 싫다, 내일이 오는 것이 싫다. 월요일이니 매우 바쁘겠지, 하루종일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지쳐서 집에 와서 쓰러져 놀기만 하겠지, 하려던 운동도 못하고 책도 못 읽을 거야. 그런데 내일은 아직 다가오지 않았고 나는 이렇게 글을 쓸 시간이 주어져 평온한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고 있어, 아주 마음에 드는 순간이고, 내일은 내일의 일이 있겠지만 지금 이 순간을 느껴보자. 내일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은 지금의 나를 괴롭힐 수 없어'라고.

위대한 부처의 가르침을 이런 사소한 일에 사용하려니 조금 부끄럽지만, 내 마음이 조금 편해졌으니 너그러우신 부처님도 이런 쓰임을 싫어하진 않으실 것 같다.

왜 책의 제목이 「당신이 명상을 하면 좋겠어요」가 되었는지 알 것 같다. ' 생각의 방향을 바꾸는 훈련만으로 인생은 조금 나아질 수 있어요'라고,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구에게나 그렇게 전하고 싶을 것이다. 요즘 책에 위로를 많이 받는다. 가지를 뻗어나가는 여러가지 생각들에 지쳐 있을 때 만난 감사한 책이다. 책을 펼치는 순간만은 굉장히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명상을 하지 않아도 명상으로 마음을 회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내 마음을 평온하게 해 주었다. 이 책은 한동안 내 책장의 손 닿는 곳에 있을 것 같다. 현재를 보고 일어나지 않은 두려움을 떨치는 수련에 능숙해질 때까지. 그래서 순간 고통스러운 생각에 빠지더라도 금방 헤쳐나올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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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상담실 - 반려견과 가족이 행복해지는 88가지 방법
단 유미코 지음, 최종호 옮김, 노야 마사히코 감수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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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모님 댁에는 올해 8살이 되는 페키니즈가 있다. 요 녀석이 처음 집에 왔을 때, 아는 분에게 분양받아온 요 녀석은 전에 있던 집에서는 대소변을 가리며 얌전한 강아지라 했다. 하지만 얌전하다던 요 강아지는 똥오줌 못 가리고 대문 앞 사람 기척, 진공청소리 돌리는 소리, 이웃집  드릴 소리 등 자잘한 일상소음에 맹렬히 짖어대고 사람들이 먹고 있는 음식에 자기가 좋아하는 과일, 고기류가 있으면 달라고 매달리고, 끙끙거리다가 한번 혼나고는 잠시 후 다시 끙끙대어 밥 먹는 것조차 방해하는 민폐 강아지가 되어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어려서 그렇겠거니 하고 인터넷을 통해 강아지 배변 훈련법 등을 검색하여 시도해보았지만 쉽지 않았다. 배변훈련은 하루종일 강아지를 지켜보고 있다가 동 마려운 제스처를 취하면 재빨리 화장실로 보내는 것이었는데 신호를 알아차리기 어려워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였고, 밥 먹을 때 마다 끙끙거리는 게 불쌍하다며 먹을 것을 주곤 하시던 어머니도 훈련에선 큰 적이었다. 그렇게 강아지는 배변문제로 묶여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사람 밥 노리는 끙끙거림도 우리가 익숙해져 갔다.

 

 이 책 강아지 상담실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성견의 행동 수정과, 노령견을 돌보는 방법도 나와 있어 노령견인 우리 개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이 책은 개를 키우면서 발생할 수 있는 고민거리들을 88개의 항목을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5개의 주제로 나누어져 있어 우리 강아지에 해당하는 문제가 무엇인가 쉽게 찾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개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병원과 수의사를 활용해요, 매너 훈련과 의사소통, 집 밖에서 문제가 생겼어요, 사고와 재해를 예방하고 대처해요, 의 5가의 주제로 '개의 언어를 이해하자' 기분을 전하는 몸짓의 진짜 의미', 노령견과의 생활 등의 내용을 1~2페이지 정도로 간단히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정말 좋았던 것은  '강아지의 대장'이 되는 법을 기본으로 모든 훈련 방법을 가르쳐준다는 점이다. 개는 무리생활을 하는 동물이어서 서열이 확실하게 나뉘어있다. 음식도 대장이 먼저 먹고 난 후에 먹는다. 개의 대장이 되지 않으면 훈련도 어렵고 자칫 나쁜 습관을 만들 수도 있다. 사람과 가장 친근한 동물로 여겨져 사람들 틈에서 살아가지만 개는 사람과 다른 종족의 동물임을 깨닫고 이해하는 것이 그를 진정한 반려견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행복해 질 수 있는 길이 아닐까. 가령 대장이 먼저 먹이를 먹는 습성을 모르고 식사 전 강아지의 음식을 먼저 주는 습관을 들였다면 강아지는 그것이 자신이 이 무리의 대장이기 때문에 먼저 먹을 수 있다고 인식하고 가족 내에서 대장 노릇을 하려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강아지를 예뻐하기만 할 게 아니라 그 행동이 무엇 때문인지 이해하고 사랑해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을 배운 것 같다. 반려견과 함께라면 한번은 읽어두면 좋을 책인 듯 싶다. 이제 우리 강아지와 함께 실천해봐야겠다. 몇년을 함께 할 지 모르지만 그 시간이 우리 가족, 강아지와 사람 모두에게 행복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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