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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세계
조영은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가족, 함께 생활하는 혈연 혹은 혼인으로 이어진 관계들. '우리가 남이가'의 남은 아니지만 내가 아닌 타인이기에 그와의 관계에서 오는 감정이란 게 꼭 편안함만은 아닐 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항상 함께 생활하는 게 당연하기에 그 관계에 대해 들여다보며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은, 그런 가족이란 관계에 대해 이 책 가족의 세계는 여러 상담 사례를 보며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가족 사이에도 참 여러 문제로 불행하다.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려는 부모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지 못하고 자신을 찾기도 하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임에도 결혼 후에는 사랑에 빠졌던 이유로 서로 다투기도 한다. 문제는 가족이라는 것. 가장 가깝고 속속들이 알고 있어 상처주기도 상처받기도 쉬운 가족이라는 것이다.
다투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갈등이 드러나지 않는 것은 오히려 문제가 있는 가정일 수도 있다고 한다.갈등도 잘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잘 싸우는 법은, 다투는 장소 '링'을 집안보다는 바깥의 커피숍 같은 곳으로 정하고, 시간도 1시간 정도로 제한하고, 서로 배고프거나 예민해진 시점을 피해 싸우는 것이 좋다고 한다. 대화의 규칙을 정해놓고 말하는 것도 좋은데 '나'로 시작하는 I-message는 평소의 사소한 다툼을 방지하는 데도 좋을 것 같다. '나는'이라는 주어를 주로 사용하는 것이다. '나는 텔레비전 소리가 너무 커서 시끄럽다' '나는 네가 양치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걱정이 된다."처럼 말이다. 긍정적인 감정 단어를 사용하는 것, 불만이 아니라 소망을 표현하는 대화법도 (싸울 때를 대비하여) 익혀놔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감정이 어떤지 알아차리는 것도 어렵지만 훈련이 필요한 문제라고 느꼈다. 내 감정에 이름을 붙이며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다 감정은"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가치에 비추어 볼 때 내가 지금 어떤 좌표에 있는지 알려주는 신호"라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내 욕구를 모두 충족시켜 줄 수 없음은 당연하다. "배우자는 내 모든 욕구를 충족시켜 줘야 한다"라는 결혼에 대한 통념이라는 문구를 읽었을 때 정말,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음을 깨닫고 행동하고 있는 걸 알았다. 사랑해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함께 하자는 마음이 맞아 같이 살고 있는 배우자인데, 그가 내가 원하는 걸 모두 해 줄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니!
심리상담이 더 널리 행해질 수 있는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심리학이 아이들이 배워야 하는 필수 과목에 들어간다든가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경제적 능력에 관계 없이 힘들다는 마음을 토로할 수 있는 곳이 더 가까웠다면 학창시절의 조금 더 젊은 나는 조금 덜 힘든 청춘을 보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불안이 많은 성격이었다. 하지만 불안을 드러내어도 도움을 받을 수는 없어서 실제로도 괴롭고 힘들다는 생각이 가끔 드는 것 말고는 나를 둘러싼 상황은 다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부인'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힘들어했다. 조금 마음이 편해진 것은 나이를 더 먹고서였고 이 책에서 소개한 심리상담과 비슷한 과정을 혼자서 겪어낸 후였다. 우리 엄마 아빠도 힘들어서 그랬구나. 나보다 더 어린 엄마는 그때 어쩔 수 없었을 거야. 그때는 상황이 그랬으니까 라며 이해하고 그때 내 마음이 이랬구나 하며 스스로를 달래가는 참 오랜 시간을 들여야 했다. 심리학을 배웠더라면 이 과정이 좀 더 쉬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힘들게도, 남을 불편하게도 하는 여러 방어기제들은 나를 지키고자 하는 무의식의 산물이다. 인간이라면 편안하고자 하는 것이 당연한 본능인 것을 인정하고 의식적으로 나를 사랑하고 아낀다면 가족과 겪는 어려움도 조금 더 쉽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일찍 만났더라면 내 마음이 더 편했을 텐데 하는 책들을 요즘들어 만난다. 생각해보면 지금 내가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가 있기 때문에 이 책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가족의 문제로 힘든 모든 분들이 이 책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같은 문제로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고, 이를 치유할 수 있는 용기도 얻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