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 오는 길 - 화가 남궁문의 산티아고 가는 길 - 가을 화가 남궁문의 산티아고 가는 길 계절별 시리즈 4
남궁문 지음 / 하우넥스트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가는 길 오는 길

 

남궁문/하우넥스트(2011.9.15)

 

스페인 북쪽을 가로지르는 ‘산티아고 가는 길’을 화가 남궁문은 네 번을 걸었다. 한 번을 걷는 것도 보통이 아니다. 그 길이 무려 최하 800킬로미터에 이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세 번을 계절 별로 걷고, 나머지 가을만큼은 아껴두었다가 맨 마지막에 걷는다. 그것도 거꾸로.

 

왜 거꾸로 걸으려고 했을까? 아마도 그는 자신이 걸어온 인생을 반추하고 싶었을 것이다. 실제로 길을 걸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늘상 걷던 길도 거꾸로 걸으면 보이는 게 다르고, 느낌도 다르게 다가온다는 걸. 그도 그랬다. 모두가 이상하게 쳐다보는 시선 때문에 소심한 마음이 상하기도 하고, 때로는 더욱 외롭기도 했다. 하지만 걸었던 길을 다시 거꾸로 걷는다는 건 분명 용기이며, 새로운 세계를 덧칠하는 화가의 작업과도 같은 것이다.

 

글을 읽는 내내 그가 부러웠다. 스페인 현지인과의 우정도 그랬고, 길을 걷다가 만나는 한국 사람과의 친분맺기 과정도 그랬다. 물론 고국에 돌아와서는 상황이 달라졌음에 또 다른 마음의 짐이 되기도 했겠지만, 그에게 있어서 걷는다는 사실은 분명 커다란 깨달음의 연속선상에서의 환희였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그가 부러웠다. 왜냐 하면 나도 오래 전부터 그 길을 경외하고 있었기에.

 

오랫동안 길과 친해본 사람만이 갖고 있을 포스. 그리고 다르샤나의 품 안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그의 경험들. 전편에 깔려 있는 화가적 시선에서 우러나오는 직관뿐 아니라 성 야곱이 걸었을 길이 주는 의미를 나도 한 번쯤은 느껴보고 싶어졌다. 아주 강렬히!

 

앙드레 부르통은 “걷기 예찬”에서 무수히 많은 자연과의 교감을 쏟아냈다. 내가 볼 때 화가 남궁문도 그에 못지 않다. 그는 왜 걸을까?라는 원초적인 질문에는 결코 답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늘 사람과 교감하고 따뜻한 자연, 따뜻한 가슴으로 바라보는 자연을 곁에 두고 있다. 사람을 만났을 때 그가 하는 행동들은 오히려 극히 인간적이고 솔직했기에 성직자만큼이나 경건하고 높은 경지에 있는 깨달음 같기도 했다.

 

아침 창문 밖으로 드러난 세상이 어느 새 휘황찬란하게 바뀌어 있었다. 성추의 계절이 벌써 와 있었고, 밭에는 서리마저 앉아 있었다. 나는 또 길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길 걷기가, 간혹 다이어트의 한 방법으로 인식되는 경향도 있지만 길이 주는 연속성과 단절성, 그리고 길만이 가지고 있을 비밀스런 구석을 찾아 이 가을을 걷고 싶다. 낙엽을 밟으며 낙엽이 내는 소리와 낙엽이 마찰하며 일으키는 묘한 마른 잎 냄새가, 이 가을을 더욱 풍성하게 하지 않을까? 한 권의 책과 함께 가볍게 떠나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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