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가님 산문집 특유의 그 느낌.
에세이인지 시인지였는데
이번엔 편지인지 시인지.
고정순 작가 특유의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이 책에도 한가득이다.
첫 장이 '달'이었는데 정작가님 것을 살짝 읽어보니 하하하! 같은 달 이야기인데 이렇게 다른 느낌이 들다니! 고작가의 달 이야기는 봄밤의 알전구처럼 따스하고 친근하고 말랑말랑한 느낌이라면 정작가님의 달은 폭죽 소리로 가득한 비행장이라니. 이 프로젝트가 이런 깨알재미도 선사하리라는 확고한 믿음이 새겼다.
'커피'에 대한 글에서는 "아버지에게 심하게 대들며 내가 언제 낳아달라고 했냐고 울부짖은 적이 있어요. 다른 심한 말도 했던 거 같은데, 이 말만 기억나요"라는 문장이 있다. 나는 이 말을 엄마에게 했었다. 그것도 시근 멀쩡한 20대 때... 뭔가 내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였는데 이 더럽고 험한 세상에 누가 낳아달라고 했냐고, 언제 나한테 물어보고 낳았냐고 다시 뱃속으로 들어가겠다고 내 머리통을 엄마 배에 갖다 붙이며 그야말로 울부짖었다. 그 때 엄마가 지었던 표정이 아직도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