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199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친구란 '오래두고 가까이 사귄 벗'이라고 한다. 주인공 '작은 나무(Little Tree)'가 5살 때 고아가 되어 체코키 인디언 혈통을 이어받은 조부모와 숲에서 생활하면서 지혜롭게 살아가는 법과 삶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 가는 이 책을 읽으며, 여기서 자연과 친구처럼 살아가는 인디언의 삶의 모습 속에서 사람간의 친구 관계 이상으로 우리는 자연을 오래두고 가까이 사귀어야 하는 절대적인 이유를 알게 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은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가지는 소박한 삶이다. 법정 스님이 말하시는 무소유가 같은 의미이다. 무소유가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삶이 아니라, 필요 이상으로 가지지 말라는 것이다. 하나가 필요한데 꿀벌처럼 둘이나 그 이상을 가지고도 상대적 빈곤감으로 자족함을 모르는 우리의 모습을 반성하게 했다. 누구나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자연의 모든 것을 친구로 삼는 삶과 환경 문제를 한번씩 떠들어대기만 하는 우리의 삶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자연은 도구나 재료가 아닌 친구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할머니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사랑할 수 없고, 또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 신(神)도 마찬가지이다'라고 말한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관계처럼, '작은 나무'와 조부모 관계처럼, 인디언들과 자연의 관계처럼 세월이 흐를수록 이해가 깊어지는 사랑이 아름답다. 사랑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고, 이해는 관심에서 비롯되고, 관심은 상대에 대한 노력과 배려에서 시작된다.

노력과 배려는 이기심에서는 나올 수 없다. 나만 생각하는 것에서는 사랑이 나올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나보다 남을 생각하는 삶이 한 차원 높은 나를 위한 삶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적다. 안다고 하더라도 실천이 뒤따르지 못한다. 자연과 나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자연을 위한 삶이 나를 위한 한 차원 높은 삶이다. 자연에 대한 노력과 관심으로 자연에 대해 이해를 하고, 이 이해가 깊어져 사랑으로 변해야한다. 그것이 우리와 우리 후손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다.

단순하지만 지혜롭게 살아가는 인디언의 모습은 문명이란 것으로 물들기 이전의 우리의 삶의 단면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자연을 다 알고 있다는 식이 아니면 자연 위에서 군림하고 있다. 우리 자신도 자연의 일부로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는 존재라는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을 망각하고 천년만년 이대로 살아갈 듯이 행동한다. 자연은 오래 참지만 한계가 지나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로 발전한다. 누구나 자연 앞에서 작아지는 자신을 체험해 보았을 것이다. 산 아래에서는 인간을 생각하며 살아가지만, 산에 오르면 자연과 신을 생각하며 나 자신을 숙연히 돌이켜본다.

이 책을 보면서 동심의 세계로 빠져드는 느낌이였다. 동심의 세계란 어떤 것일까! 아이들의 세상은 싸움도 미움도 증오도 슬픔도 없어 보인다. 동물적인 삶과 흡사하다.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심심하면 논다. 싸우는 것 같아도 우는 것 같아도 금새 잊어버리고 웃으며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아이들 세상의 모습이다. 아이가 커간다는 것이 어찌 보면 이런 동심의 세계에서 멀어져 가는 것으로 싸움을 알게되고, 미움과 증오. 시기. 질투. 슬픔이란 것들로 채워져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는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존경받는 사회가 되어할 필요를 느낀다.

카터는 <우리는 영혼을 팔지 않는다>에서 탐욕의 표적이 다 사라지고 나면, 바로 자신들이 그 표적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인디언은 자연과 친구로 살며 자신들이 자연이였다. 우리는 카터의 경고를 들어야 한다. 우리의 탐욕의 표적이 되고 있는 자연이 다 사라지고 나면, 바로 우리 자신들이 그 표적이 될 것이다. 편리와 발전이라는 겉모습에 나약과 파괴라는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는 우리 삶의 모습과 내용을 바꿔야 한다. 필요한 만큼만 가지고, 동심을 회복시키고, 영혼의 마음을 가꾸며, 자연과 친구로 살아가자. 우리에게 자연은 헤어질 수 없는 친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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