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김정현 지음 / 문이당 / 199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죽음에 대한 미움. 분노. 두려움. 거부의 욕망. 삶에 대한 체념. 아쉬움. 미련. 남은 시간에 대한 초조. 인생에 대한 허탈. 허무...

죽음의 날을 받아놓은 심정. 갑작스럽게 알게 되었든 아니든 간에 자신이 죽게 된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두렵고 허망한 마음이 앞설 것 같다. 그리고는 분노가 일 것이고, 그 상태가 지나면 체념의 단계를 거칠 것이다. 더 나아가면 남겨질 이들을 위한 헌신을 생각해 볼 것이다. 죽는 이보다 남겨진 자의 슬픔이 더 크다는 말이 있지만, 남겨진 자는 시간이 흐르면 그 슬픔은 바래지고 잊게 된다.

죽는 이는 역시 죽으면 그만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죽음도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된다. 사실 자신의 죽음은 자신에게나 대단한 것이지 다른 이들에게 무슨 상관이 있을까? 자신이외의 남의 죽음에 대해 얼마나 심각해 보았는가. 잠시 나도 언젠가는 죽겠구나 라는 생각을 갖고 숙연해 지는 일 말고 뭐가 있었을까. 그 다음은 뭐냐 말이다.

오늘 이 시간에도 끝없이 생명이 태어나고 죽기를 계속하고 있다. 나의 존재가 태어나고 또 죽었다고 해서 모든 이의 세상이 끝나는 것도 시간이 멈추는 것도 아니다. 나의 태어남과 동시에 나의 세계가 시작되었고 내가 죽음과 동시에 나의 세계가 끝난 것뿐이다. 정말로 허망한 것이 삶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일 매일의 삶이 덧없을 수 있지만 하루 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값지게 보내야 하지 않겠는가. 죽음을 자신과는 별개의 문하고 언젠가는 나도 죽기는 죽겠지 라는 막연함으로 사는 것보다는 언제 죽더라도 삶의 계획을 세워 사는 것이 위로가 되지 않겠는가.

*한정수는 친구인 의사 남박사 에게 자신이 췌장암 말기라는 말을 들은 후. 사실을 부인하며 한편으로는 인정하며 술에 젖어 자신의 병을 은폐한 채 견디어 간다. 드러내지 않는 그의 사랑을 보지 못하는 아내. 자식들로부터 소외당하며 살아왔다. 그런 마음을 아는 유일한 안식처는 친구 남박사 한사람 뿐 이었기에 그는 너무 외로웠다. 죽기 전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일식집에 갔는데 그곳에서 소령이란 여자를 알게되고, 잠시나마 그녀의 따뜻한 배려로 죽음을 준비하게 된다.

그는 소령이 준비해 준 아내의 선물을 손에 쥔 채 모든 장기를 기증하기로 하고는 안락사의 방법을 택한다. 그는 사람 냄새가 그리운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며, 자식들을 사람 냄새가 나는 사람으로 키워달라는 편지를 아내 영신에게 남긴다...우리도 사람 냄새 풍겨보자. 사람 냄새 맡으며 사랑을 나누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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