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요네즈 - 제2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전혜성 지음 / 문학동네 / 199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전 독서회에서 함께 토론할 때도 나의 어머니에게서는 볼 수 없고 동떨어 지기만한 철없고 염치도 없는 아정의 어머니 모습에 이해도 안되고 당혹스럽기까지 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아정의 어머니가 애처롭고 한 여자로서 이해되어지는 부분이 많았다. 자식 낳고 키우며 어머니로서 살고, 그 자식이 또 자식을 낳아 할머니가 되어도 여성이 아닌 중성이 되는 것은 아니다. 티 없이 맑게 웃고 있는 어머니의 영정 모습을 보며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떠올리는 아정은 아픔이 더했을 것이다.

우리는 어머니는 이러이러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틀을 만들어 두고, 어머니의 인생에는 별로 관심없이 그저 의무.책임.헌신.사랑 등을 강요하며, 어머니를 한 인간으로.여자로 보기를 두려워 하고 있지는 않는지...이제 나도 엄마란 존재가 되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의 엄마로서만 헌신적으로 살아가는 것 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생각과 내 자신의 삶을 책임지고 후회없이 살아 보겠다고 생각을 해보지만, 엄마라는 삶은 결국,자식을 떠난 독자적인 삶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아무리 마음에 안들고 싫어도 엄마는 엄마일 수 밖에 없다. 모성애가 누구에게나 마땅히 존재하는 것도 아니며, 그것도 만들고 키워 가야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자식을 낳는다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며, 기르면서 사랑을 키워 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낳은 정 보다 기른 정'이라고 하지 않는가. 자식이 엄마의 탯줄을 끊고 독립체가 되는 순간부터는 신뢰와 사랑이란 보이지 않는 줄로 묽이는 데, 이 줄이 처음부터 굵고 든든한 줄은 아니였을 것이다. 그래서 함께 살아가며 이 신뢰와 사랑의 줄이 끊어지지 않도록 노력 해야만 한다.

아정은 죽어가는 아버지 앞에서 조차, 머리엔 마요네즈를 바르고 얼굴엔 콜드크림을 바른 체 불평만 하던 어머니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 보다도 먼저 아머니를 자신의 마음 속에서 떠나 보냈다고 말한다. 어머니는 아정의 할머니인 자신의 어머니에게 너무 모질게 하여서 자신도 같은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며 지난날의 일들을 후회한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자신을 여왕처럼 떠 받들어 주지도 않았으며, 남자 답지도 못했다며 불만을 가지고 자신을 비하하며 살았다. 나이가 들어도 줄어들지 않는 아정이 어머니의 허영.불만.욕심들이 그녀의 삶을 행복하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 이였다.

어머니의 불행했을지도 모르는 삶은 접어두자. 그것도 어머니가 선택한 그녀의 삶이 였으니까. 어쨌든 '한 부모는 열 자녀를 거느려도, 열 자녀는 한 부모 못 거느린다.'고 하지 않던가. 부모님이 계셔 주시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해 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