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 시집 - 1980-1999
김정환 지음 / 이론과실천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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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환의 첫시집 <지울 수 없는 노래>에서부터 <순금의 기억>까지 수록되어 있습니다. 자서의 내용에서 처럼, 20년 동안 발표한 시 작품들이며 글자들이, 그의 소원대로, 깨알만큼 작습니다. 선집은 물론이고, <해방서시>의 ‘선집’ 부분 또한 뺐으며 <황색예수>의 경우, 모음집에서 겹치므로 반드시 필요한 부분 말고는 삭제하였습니다. 쉼표와 마침표 몇 군데 삭제하거나 첨가하고, 행갈이 몇 군데 가르거나 합치고, 형용사의 명사형을 몇 개 풀었습니다. 그것말고는 원래대로입니다. 차례는 이렇습니다.

  1996 순금의 기억
  1995 텅 빈 극장
  1993 노래는 푸른 나무 붉은 잎
  1993 하나의 2人舞 세 개의 1人舞
  1992 희망의 나이
  1991 사랑, 피티
  1990 기차에 대하여
  1989 우리, 노동자
  1986 황색예수3-예언, 그리고 아름다움을 위하여
  1985 좋은 꽃
  1985 해방서시
  1985 회복기
  1984 황색예수2-공동체, 그리고 노래
  1983 황색예수-탄생과 죽음과 부활
  1982 지울 수 없는 노래
  1999 오페라/시극 한국현대사 김구-열려라, 미래의 나라

  시집 <드러남과 드러냄>으로 2007년 백석문학상을 받게 되자 등단한 지 27년이 지나 처음으로 상을 받게 되었다며 고종석은 김정환에 관한 글에서 김정환씨가 그동안 아무런 상도 받지 못했다는 게 좀 기이해 합니다.  한국에 문학상은 너무 흔하고 그 재능은 저주받은 재능이 아니었고, 그의 존재는 주변적 존재가 아니었다면서요. 그리고 초기의 김수영문학상이 그에게 돌아가지 않은 건 그 상의 공정성을 크게 해칠 만 했다고 토로합니다.
  1985년 제5회 김수영문학상 심사 때 김정환의 <좋은 꽃>을 수상작으로 추천한 심사위원의 심사평 내용 일부를 조금 길지만 인용합니다. <좋은 꽃>의 시편들은 대체로 서술적이며 시편 낱낱의 완성도를 허술히 하고 있다. 선명한 심상도 부족한 편이어서 산만한 효과를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 시집 속에는 우리 시대의 어둠과 아픔의 파편이 처처에 박혀 있으면서 거역할 길 없는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시편 낱낱의 완성도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현장의 열기에서 말미암은 안스러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 몇 해 사이 이 책의 시인이 보여준 작품량은 소홀치 않다. 날렵한 동작으로 득점을 올리는 선수와 같은 밀도 있는 과작의 시인도 소중하다. 그러나 가끔 실수를 하면서도 이리 뛰고 저리 뛰어 선수들의 협동에 크게 기여하는 것 같은 열정의 시인도 문화현장의 열기를 위해서 아주 귀중한 존재이다. <왜 희망은 약속을 지켜 주지 않는 거냐>는 간절한 절규를 추천했으나 소수의견으로 머무르고 말았다.(유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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