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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같은 사람입니다 - 치매, 그 사라지는 마음에 관하여
린 캐스틸 하퍼 지음, 신동숙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5월
평점 :
이 책을 보자마자
저희 엄마가 생각이 났어요.
저희 친정엄마께서 치매를 앓고 계시는
외할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거든요!
작년에 고관절을 다치셔서 수술을 하시고
병간호도 몇달을 하셨는데…
그 후에 요양병원에 보내는 것을
엄청 고민하시다가
결국 본인이 모시고 살겠다는 어렵고도 큰 결심을
하셨죠!
수술을 하고 연세도 있으시다보니
치매도 함께 왔어요…
다행이라 해야할진 모르겠지만
초기 단계라
심하진 않지만 했던 얘기를 또 하고 또 하고
가족을 알아봤다가 못알아봤다가 하시더라구요!
티비 속 드라마나 영화에서 치매를 소재로 한
이야기가 나올 때만 봤고… 나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던
치매가 비로소 몸소 깨달아졌어요!
딸이다보니 아무래도 친정에 자주 가게되는데
그러면 외할머니도 늘 보게되니까요 ㅎ
이 책은 치매 병원에서 목회하시는
치매 노인 담당 목사님께서 쓰신 책이에요!
치매에 대한 연구도 계속 하고 계시면서
치매 병동에서 많은 치매인을 만나며
그 경험을 토대로 책을 쓰셨더라구요!
*치매 환자라는 표현에는 일정한 편견이 들어 있다고 보고 저자의 취지에 따라
치매환자 대신 치매인 이라고 표현 하셨어요!
*사라짐 vanishing 이라는 단어의 어원을 탐색하던 중에
17세기 초 네덜란등서 융성했던 어느 정물화 화풍에 관심이 갔다.
바니타스 화풍은 , 구약성경 전도서에 나오는 반복구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에서
유래했다. 바니타스화는 삶의 허무함과 세속적인 성취의 덧없음을 상징하는 물건들을 세심하게 골라 배치한다.
거울, 깨지거나 옆으로 기울어진 유리그릇, 책, 시들어가는 꽃, 해골 같은 물건들은 언젠가는 죽을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을 깊이 생각하게 한다.
-사람들은 치매를 그리 가깝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마치 "모든 인간은 이토록 쉽게 사라져버릴 수 있다"라고
경고라도 하는 듯 멀리한다.
그러나 남을 도우려면 먼저 나 자신이 성장해야 한다고 페마 초드론은 말했다. 세상이 어떤 가치도 제공할 필요가
없다고 쉽게 치부해버리는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내가 한 인간으로서 성숙할 수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저 또한 역시 치매를 저와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생각해왔었어요. 우리 가족중에 치매에 걸릴 사람은 없다고
확신 아닌 확신을 하며 살았었는데... 외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시면서 치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이 책의 저자인 목사님께서 치매인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침묵과 결핍을 가치 있게 여기고, 기이함과 즉흥성을
포용하고, 비언어적이고 비선형적인 특성들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게 됐다는 말을 보며...
기억을 잃고... 혹은 기억이 왔다갔다 하시는 할머니를 바라보며 예전과 다른 할머니가 아니라 그냥 우리 할머니는
동일한데... 할머니의 다소 기이함과 즉흥성을 포용하는 것에 대해 배웠어요. 할머니가 왜 저러시지? 가 아니라
그럴수 있구나! 로의 변화.
*많은 환자가 병원 규칙상 정해진 임상적 대면 그 이상의 인간적인 만남을 간절히 바란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할머니가 한번 친정에 오시고 난 후 딱 한달째 되는 날이었어요.
새벽에 엄청나게 큰 쿵 하는 소리에 아빠엄마가 깨셨는데...
침대에 계시던 할머니께서 본인이 걸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고 새벽에 화장실에 가려고
침대에서 내려와 걸으려고 하시다가 넘어지고 말았어요.
그렇게 다쳤던 다리를 또 다치게 되셨고 또 수술을 하시게 됐어요.
그 전부터 할머니가 "지팡이를 갖다달라. 나는 걸을 수 있다." 하시며 계속 고집을 부리셨는데.
그 사달이 나고 말았어요. 수술 후 또 입원생활을 하시며 계속 고집부리시는 할머니 때문에
다시 모셔야할 엄마가 이제는 자신이 없다. 몇달째 이어진 병간호로 인해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신
엄마가 많이 지치셨던 거죠.
그래서 엄마의 형제들은 한두달간은 고민하고 회의했어요.
이제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보낼 것인지....하는 문제로요.
그렇게 엄청나게 고민하다가 요양병원에 보내기로 결론이 났어요.
집에서 모시다가 또 이런 사고가 난다면 그 땐 정말로 힘들것 같아서 내린 결정이었어요.
그렇게 요양병원에 가게되셨는데... 하루가 멀다하고 자식들에게 전화하시는 할머니셨어요.
바로...저자가 말씀하신... 인간적인 만남을 간절히 바란다는 그 마음이셨던거죠....
코로나로 인해서 요양병원의 면회도 안되는 상황이라 아마 더 외로우셨을 거에요.
그래서 집에와서 계속 불러내서 얘기하시고... 했던 얘기 또하시고... 또하시고
집에 찾아오는 가족들마다 같은 얘기 또 하시고 하신게 아닐까 생각했답니다!
치매인이 겪는 사회적 상실
다른 질병과 다르게, 치매는 '안다는 것' 즉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을 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한
의문을 제기한다. 한 사람의 인식 능력은 보통 다른 사람의 이름과 역할을 제대로 알아보는 능력으로 규정된다.
인식능력 저하는 치매의 가장 큰 불안 요인이다.
저도 20대와는 다르게 30대가 되니 정말 기억력이 급속도로 쇠퇴하는게 느껴졌어요.
그러면서 내가 알았던 것을 까먹거나 잊어버리거나 아예 그걸 알았다는 사실 조차도 모르게 되버린다면
얼마나 슬플까 생각하게 되었어요.
얼마전 큰 감동을 주었던 드라마 "나빌레라"에도 은퇴한 후 세상사람들이 바라볼 때 늦은 나이에
자신의 꿈 발레를 도전하는 할아버지가 등장하죠. 그 할아버지도 초기 치매로...점점 기억을 잃는 과정이 나오는데...
자신이 아는 것을 잊을까봐 메모를 열심히 하며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치매인 들에게
그 불안감이 얼마나 클까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
치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새롭게 생각해보게 되고
또 주변에 치매인 가족을 둔 분들께도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에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