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눈부심을 발견할게 - 감정어로 그리는 표정 에세이
이옥토 외 지음 / 타이피스트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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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 전철에서 마주 앉은 사람들의 표정을 유심히 살핀 적이 있던가. 업무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인간관계에 지칠 대로 지쳐있던 나는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신경 쓸 마음의 여유도 관심도 없었다. 피곤함에 짓눌리고 출근하기 싫은 마음이 가득했던 내가 찾은 해결책은 드라마, 영화 그리고 소설. 출퇴근길 스마트 폰 액정과 책에 빠져 내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기쁨과 슬픔은 과연 몇이나 될까.

 

유난히 업무 전화가 많이 걸려 온 오후. 그날은 처음으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싫어진 날이었다. 화장실에서 마주한 거울 속 빛을 잃은 내 모습이 너무나도 싫었다. 거래처의 무리한 요구는 정리되었지만 한껏 힘이 들어간 미간은 펴질 줄을 몰랐다. 제멋대로 구김살이 생긴 마음도 펴질 줄을 몰랐다. 내 마음이 힘든 날이라 그랬는지 퇴근길 전철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어둡고 지쳐 보였다.

 

내가 전철 속 사람들의 표정 속에서 피로, 우울, 무기력을 느낀 것과 달리 당신의 눈부심을 발견할게에 담긴 글에는 애정이 묻어난다. 네 명의 작가가 네 가지 감정을 관찰하고 자신의 이야기,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적었다.

 

#lovesome #사랑스러움 #이옥토 #33~34

예쁜 모습만 열심히 찍던 시간을 지나 어떤 모습이든 그저 사랑스럽고 귀해진다. 그가 그대로 있어 주는 것. 이렇게 살아 내 앞에서 여러 감정을 보여 주는 것. 그것이 드러나는 얼굴. 물감처럼 번지는 표정들. 나는 고민하다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다 주세요하는 사람이 된다. 어느 것 하나만 고를 수 있을 리가. 사랑 앞에서 그럴 수 있을 리가. 사랑을,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을 감내하고자 하는 사람 앞에서는 대상이 짓는 어떤 표정도 전부 사랑스러운 표정이 된다.

 

#delight #기쁨 #강혜빈 #74

슬픔이나 고통 덕분에 즐거울 수 있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에 더 우월하고 열등한 것은 없다. 같은 감정이라고 해서 매번 똑같은 강도로 다가오지도 않으며, 숫자로 나타낼 수도 없다. 우리의 감정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몸과 마음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감정들을 기다리던 친구처럼 환대하면 그들도 나를 아껴 준다. 슬픔을 온전히 슬픔으로 인정하고, 피하지 않고 바라봐 주면 물에 녹듯 스르르 사라진다. 기쁨을 정확히 바라보면 무심히 지나칠 때보다 더 깊고 커다란 빛을 건넨다.

 

#sorrow #슬픔 #한소리 #157

역에서 나오니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비 온다는 소식은 없었는데. 나는 일기 예보를 챙겨 보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우산이 없었죠. 그냥 머리를 푹 숙이고 거리를 걸었습니다. 그때 내 머릿속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분명 비를 다 맞고 있는데, 빗물이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내 안에 고이는 느낌.

 

#solitude #고독 #김이인 #190~191

자유, 충만, 이보다 좋을 수 없음, 무엇도 결여되지 않은 상태, 우주 혹은 영원과 닿아 있음, 언어로 표현할 수 없고 몸을 배제하고 설명할 수도 없는 총체적인 느낌이다. 그런데 이 기분, 이 감정, 이 깨달음은 불수의적이다. 이 영역에 내 마음대로 발을 집어넣을 수 없다. 그것이 나를 왜, 언제 초대하는지도 모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이 오면 즐겁게 반기고 그것이 가면 다시 차분해지는 것뿐이다.

 

책을 읽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회사도 그만두고 하고 싶던 일을 하는 지금 전철 속 사람들의 표정을 살핀다면 어떤 표정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올까. 내 마음의 물결이 잠잠해진 만큼 그때 나와 마주 앉았던 사람들의 마음도 조금은 누그러졌기를, 부드러워졌기를.

 

@yolko.bo_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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