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디 아워스>의 내용을 선명하게 기억하진 못하는데, 적어도 이 장면이 '그 장면'이라는 건 알아챘다. 클라리사
댈러웨이가 '오늘'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집중해가며 읽다가 결말을 맞이하고 나면 다소 의아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되는데, 역자
해설에서 소개하는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에서 작가가 셉티머스 스미스를 클라리사 댈러웨이의 '알터에고'로 기능하게끔, 생전
클라리사를 만나본 적도 없는 이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삶)을 이해하게끔 설정했음을 알려준다. 영화 속에서는 (스포 주의) 버지니아 울프(니콜 키드먼)의 또다른 분신 같은 캐릭터인 로라 브라운(줄리안 무어)의 아들 리처드가 창문 밖으로 몸을 던진다. 모자 관계로 설정해 두 인물의 거리를 좀 더 좁혔다는 느낌이 든다.
또
하나 재밌는 비화는, 이 『댈러웨이 부인』 속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빅벤' 시계탑의 시종 소리를 작품 전반에 일관성을 부여하는
장치로 삼아 한동안 <The Hours>를 『댈러웨이 부인』의 잠정적 제목으로 삼기도 했다는 점이다(열린책들 역자
해설, 최애리). 아마 이 제목을 그대로 가져와 영화의 제목으로 삼은 듯 하다.
영국에
최초로 '서머타임'제가 도입된 것을 언급한 대목도 재밌다. 20년대 영국에는 참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났군, 생각하게 되는 것.
한국에서도 80년대 후반엔가 한 번 실시한 적이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길어봤자 8시 반 전후로 찾아오는 한국의 일몰에 비하면,
여긴 정말 시간을 혼동할 정도로 하절기 낮이 길어, 그야말로 서머타임이 필요한 대륙이다(?). 요즘은 대략 4시쯤 해가 떠서 밤
10시 즈음에 지는 것 같은데 여름이 깊어지면 더 길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