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주님을 만나는 시간 - 최고의 기도를 배우다 꼭 읽어야 할 마르티니 추기경 시리즈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 지음, 안소근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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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가장 많이 한 기도 또는 기도문이라면 주님의 기도라고 할 수 있다. 짧게 짧게 하는 화살기도와 자유기도를 포함하더라도 주님의 기도를 드린 횟수가 훨씬 많다. 하지만 이 기도가 가진 깊은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음미하기 위해 바친 시기는 최근에 들어서야 비로소 이루어졌다. 습관적으로 예배의 마무리나, 미사 중에 또는 주모경을 바치는 중에 바치며 흘려 보냈던 시간을 생각한다면, 이 책을 접하고 난 이 시간이 참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이 책은 이탈리아의 마르티니 추기경님이 사제들을 대상으로 한 피정 중에 이뤄진 강론을 기반으로 구성된 책이다. 내가 마르티니 추기경님을 알게 된 계기는 유명한 소설가이자 인문학자인 움베르트 에코와의 서신문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분인데, 박학다식함은 물론이고 꽤 열린 사고를 가진 사제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이런 연유로 이 책을 접했을 때는 반사적으로 호감과 신뢰감이 피어 올랐다.

책을 읽으며 얻게 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주님의 기도가 지닌 심오함에 대해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었고 고민할 수 있었던 점이다. 그리고 앞으로 의미를 곱씹으며 이 기도문을 바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주님의 기도는 하느님의 나라를 바라는 이들이라면 마땅히 지향해야 하고 취해야 할 덕과 행동에 대한 집약체이다. 신앙적인 면과 일상 생활이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이 기도문 중에 고루 어우러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하느님의 크신 사랑이 핵심이란 사실도 다시금 상기시켜 준다. 기도문의 문장 하나하나의 의미가 심오하며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완벽한 기도라는 사실에 감탄하게 한다.

사실 이 책, '쉼'은 쉽게 읽혀지는 책은 아니다. 주님의 기도가 지닌 심오함을 조금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임을 상기하며, 천천히 묵상하며 읽기에 적합한 책이다. 힘든 하루를 보낸 이들에게나 의미 없는 하루를 보낸 이들에게는 참된 쉼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피정의 집을 찾아서 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피정이 지닌 본래의 의미인 '영적인 쉼, 주님께 온전히 기대는 일임'을 고려해 보면, 주님의 기도를 통해 일일 피정을 누리는 즐거움도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리라 여겨진다.

끝으로 주님의 기도는 우리가 기도를 바쳐야 할 대상이신 주님께서 친히 가르쳐 주신 기도이다. 이 사실만으로도 이 기도가 지닌 의미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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