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슬픔, 말하는 사랑 - 우리가 시를 읽으며 나누는 마흔아홉 번의 대화
황인찬 지음 / 안온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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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의 시를 좋아한다. 그의 시가 가지고 있는 감정과 그만의 표현을 좋아한다. 그런 그가 산문집을 냈다기에 냉큼 서평단에 신청하였고, 천천히 읽었다. 읽는 순간동안 내 마음속 무언가가 치유받는 기분이었다. 읽고 난 후는 항상 상쾌했다. 아껴 읽느라 오랫동안 끼고 살았다.


사랑과 슬픔. 이 두 가지가 결국 문학이 작동하는 방식이자 존재하는 이유가 아닐까. 사랑은 아름답고 아름다움엔 얼마간의 슬픔이 따른다. 우리의 삶은 아름답고 때론 슬프다. 삶을 그려내는 것이 문학이라 하던가. 그의 시선을 따라 가다 보면 우리는 슬픔을 읽고 사랑을 말할 수 있게 된다.


시인 특유의 섬세한 감각으로 감정과 삶을 포착하는 그는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아름다운 표현으로 풀어낸다. 읽는 내내 밑줄 긋기 바빴던 기억이 난다. 아름다운 표현, 마음에 남아 오랫동안 자국이 남을 것 같은 문장을 찾는 사람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책 속에서]


내 삶에서 내가 제대로 이룬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고, 아름답고 좋았던 시절은 모두 과거에 있으며 또 그 과거의 흔적은 이제 찾아볼 수도 없어서, 살아 있는 이 순간순간이 모두 무겁고 버겁게만 느껴지는 것, 내가 한없이 보잘것 없고 왜소하게만 느껴지는 그 마음, 저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20p


누군가를 보거나 만나는 게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걸 받아들이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아픔이 필요할까요. 얼마나 많이 혼자 그리워하고 혼자 생각에 빠졌다가 혼자 낙담하는 시간이 필요했을까요. 그게 무슨 마음이고, 어떤 시간인지 너무나 잘 알아서, 그 시간이 떠올라 마음이 아픈 시입니다. -57p


사람이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생물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거나 미워하며 살아가는 것이겠죠. -130p


무엇인가를 깊게 사랑하는 마음이 결국 우리를 슬픈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거예요. -154p


문학은 결국 이미 지난 일이야, 다 잊어버려, 그렇게 말하는 대신, 잊지 말자고, 혹은 잊지 않겠다고 말하는 일이거든요. 나의 슬픔도 타인의 슬픔도 모두 잘 기억하기 위한 수단이 바로 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학을 하는 사람이란 어쩌면 잘 잊지 않는 사람인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드네요. -28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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