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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시대의 노동전략
이상락 지음 / 갈무리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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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자본론의 정치적 해석>으로 유명한 해리 클리버(Harry Cleaver)의 지도하에 씌어진 박사학위논문에 기초하고 있다.

저자는 케인즈 경제학이 이끌었던 포드주의가 위기에 처하면서, 슘페터 및 그의 추종자들에 의한 자본의 위기극복전략이 등장하였다고 보고, 이에 대한 노동계급의 관점에서의 대응전략, 특히 컴퓨터 통신 네트워크를 이용한 전략을 주장한다. 저자의 기본적인 입각점은 네그리(Antonio Negri)나 클리버로 대표되는 정치적 해석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최근 한국의 진보진영에서도 유행하는 노동거부 및 노동의 자기가치증식 등의 관점이 따라오는 것은 물론이다.

슘페터와 맑스를 정치적 대립점으로 설정한 점(나는 해리 클리버의 최근 저작을 follow-up한 바 없기 때문에, 이것이 저자 고유의 관점인지 아니면 클리버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그리고 인터넷공간 등을 이용한 적극적 노동전략을 제시한 점, 그 자체는 매우 흥미로운 아이디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등장한 모든 경제위기 극복전략을, 예컨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신자유주의적 시장논리나 정부의 적절한 개입 및 규제를 주장하는 논리나 간에, 모두 슘페터주의에 갖다 붙이는 것은 지나치게 작위적인 것으로 생각된다.

맑스의 자본론 또는 가치론의 정치적 해석은 요즘과 같은 회색의 시대에 근본주의적이고 급진적 관점을 일관되게 주장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진보주의자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정치적 해석이 지나치면 음모이론적 해석과 구별되지 않을 위험이 있다. 예컨대, 정보화 사회에서 기업조직의 수평적/네트워크형으로의 변화라는 흔히 지적되는 사실조차 자본의 음모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다.

한편, 컴퓨터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형성되는 가상공간(cyber-space)은 분명히 현실공간에 의해 규정되고 그 영향을 반영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의 자율성과 반작용을 가지고 있음에 유의하여야 한다.

즉, 현실공간에서의 사회운동이 가상공간에서의 운동으로 투영되기도 하지만, 가상공간 나름의 자율적 운동이 생겨나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가상공간의 문제를 오직 현실사회에 존재하는 노동-자본의 계급적 갈등의 도구로만 파악하는 듯하다. 즉, '사회에서 네트로'의 관점만 있을 뿐, '네트에서 사회로'의 관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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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자본주의 혁명
이케다 노부오 지음, 이규원 옮김 / 거름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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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터넷이 가져온 자본주의 사회의 변화를 설명하는 책이다. 서두와 말미를 맑스의 공산당선언으로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특이한 발상이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인터넷이라는 것 자체가 출생에서부터 발전과정까지가 자율분산적인 공동체적 성격을 갖는 이른바 'stupid network'이라는 점에서, 예컨대 전화 등의 'intelligent network'(= 모든 정보와 기능이 중앙에 집중되는 네트워크)과는 다르고, 그러한 의미에서 오히려 더 발전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수직통합형 기업조직이 수평적 네트워크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한다.

그러므로, 가령 Microsoft처럼 운영체제에서부터 애플리케이션까지 모든 것을 통합하려는 움직임은 바보같은 시도이며, 결국은 리눅스나 OSS(open source system)운동 등의 민간의 자발적인 노력에 의해 분쇄(?)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서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터넷성립의 역사(ARPANET에서 MOSAIC 등)에 관한 서술이나, 후반부의 일본형 기업시스템의 붕괴원인에 대한 설명 등은 경제학이나 인터넷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루할 정도로 진부한 것들이다.

따라서, 아이디어의 참신성은 높이 사고 싶으나, 전체적으로 그리 훌륭한 도서는 아닌 듯하다. 다만, 인터넷의 역사나 일본기업시스템 등에 관해 잘 모르는 초심자라면 권장할 만하다. 150여 페이지 정도의 분량에 압축적으로 그림까지 곁들여 잘 요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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