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과 안정 - '결혼'이 만드는 꿈과 불안, 그 너머 관계의 기하학
안희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8월
평점 :
안희제 작가의 책을 계속 읽어왔다. 빠른 속도로 깊어지는 사유에 경탄하게 된다. 너무나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결혼이라는 주제를 둘러싸고 있는 개념들과 욕망들에 대해 예리하고 치밀하게 여러 층위로 나누어 분석하고, 이를 이론적인 논증을 통해 다시 개념화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현실과 이론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놓치지 않고 수행해가는 작가의 사유의 단단함과 깊이에 놀라움과 부러움을 가지게 된다. 이 책은 쉬이 예상할 수 있는 결혼에 대한 사회학적인 연구가 아니었다. 뻔한 비판으로 글을 맺지도 않았고, 안일한 대안을 손쉽게 제시하지도 않았다. 이론에 파묻히지도 경험만을 숭상하지도 않았다. 현실의 문제를 보다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질문들을 던지며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를 생각하게 했다.
결혼이라는 너무도 중요한 인륜지대사를 우리는 얼마나 깊이 생각하고 치러왔나. 일단 나는 그렇지 못했다. 사랑하니까 결혼한다는 너무나 낭만주의적이고 나이브한 생각 하나로 결혼하고 난 후에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욕망들과 관습 및 가정 내의 권력관계와 이해관계들에 부딪히며 고통스러웠다. 죽음을 생각할만큼 고통스러웠던 결혼 후의 일련의 사건들을 떠올리며 지금이라도 이런 책이 나외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내가 결혼 전에 이 책을 접했더라면, 나는 아마도 조금은 다른 선택을 현명하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책은 결혼만이 주어진 당연한 귀결인 것처럼 믿어왔던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날 자유를 스스로 찾을 수 있는 힘을 주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진정으로 서로를 의지하고 사랑하는 친구들의 사랑과 선택을 존중하는 태도에서 따스함과 애정이 느껴졌다.
그런대 이 책을 출판사에서 제공받았다고 글 말미에 밝힌 어느 리뷰는 정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결혼은 사랑의 완성이라는 행복한 판타지에 푹 빠진 나머지 이 책의 비판적
분석에 기분이 나빴나보다. 저자의 논의를 반박한다면서 어떤 근거도 제시되어 있지 않고 본인의 나쁜 기분을 책에 대한 평가로 호도하고 있다. 근거, 논리, 이론, 연구, 독해 등에 대한 이해를 모든 독자가 가질 필요도 또 가질 수도 없겠지만, (여러 번 책을 반복해서 읽었다면서) 본인의 책에 대한 몰이해를 새로 나온 책에 대한 조롱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다면, 글을 쓰지 않으면 된다. 타인의 지적 성과물을 근거 제시도 없이 폄하하는 이런 태도가 요즈음 인터넷 문화의 폐해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