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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첩 스파게티
라이너 하흐펠트 지음, 한수진 그림, 배명자 옮김 / 서교책방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아니야, 너희들은 아무것도 하지 마!”
디터와 악셀에게 엄마가 외치는 이 소리.
제가 평소에 너무 많이 하는 말이라 저는 이 말이 너무나 공감되어 빵 터지고 말았어요 ^^
우리 아이가 스스로 잘하길 바라면서도, 막상 뭔가 하려 하면 “기다려, 위험해, 엄마가 할게” 하며 자꾸만 먼저 나서게 되네요.
이 책에 나오는 디터와 악셀의 엄마도 같은 마음이었겠죠. 몸이 아파 병원에 가는 순간까지도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고, 울라 이모가 올 때까지 기다려” 하며 당부하는 모습에 어찌나 공감이 되던지요.
그런데 문제는—울라 이모가 못 오게 됐다는 것! 아이랑 책을 읽다가 그 대목에서 저도 모르게 “안돼!”라고 소리를 질렀어요. 엄마 없이 아이들만 집에 남게 된 상황이 얼마나 아찔한지 상상만 해도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거든요.
하지만 걱정은 역시 엄마만 하는 건지.. 아이는 그 장면부터 더 큰 함박웃음을 지으며 디터와 악셀처럼 그 상황을 더 즐기는 거 같았어요 ^^

아이들이 배가 고파 음식을 찾아다닐 때도, 늦잠을 자서 학교에 지각할 때도 머리가 지끈 지끈 아파진 건 저만일까요? ㅎㅎ
그런데 그중에도 감동 포인트가 있었어요. 평소 사고뭉치 같은 디터가 어린 동생 악셀을 챙기기 위해 조퇴까지 감수하며 유치원 픽업을 가는 모습은 정말 대견했어요. 혼낼까 하다가도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그런 순간, 엄마라면 다 알죠.

이런 걱정스러운 어른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온갖 임기응변과 속임수로 난감한 상황도 잘 헤쳐 나가는 아이들인데요. 아이들이 요리책을 찾아 점점 발전해 나가고 끝까지 노력하는 모습에서 정말 많은 걸 깨달을 수 있었어요.
늘 못할 거라고, 위험할 거라고, 불안한 마음에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아빠, 엄마가 다 해줄게 했던 저의 지난날들이 너무 부끄럽게까지 느껴지더라고요. 우리 아이도 만약 갑자기 혼자 집에 잠시라도 있게 되면 과연 혼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또 다른 걱정도 되었고요. 아무리 아이가 다칠까 봐 걱정되고 아직은 어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 같아도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처음엔 미숙했지만 점점 노력해서 끝내 성공해 내는 두 아이를 보며 우리 아이도 많은 생각을 한 거 같았어요. 오늘 저녁에는 제가 음식 재료를 다듬는데 다가와 한참을 쳐다보더니, “엄마! 내가 이 정도는 도와줄 수 있을 거 같아요” 라며 작은 손을 빌려 쓰라고 내어주더라고요. 얼마나 기특하고 뭉클했는지 몰라요.

빨래 개기, 신발 정리하기, 간단한 요리 돕기…
이 책 덕분에 우리 집에서 아이가 해볼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찾아보고, 아이랑 함께 진지하게 얘기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어요.
‘아직 어려서 못 해’라는 생각보다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해 주는 것,
그게 진짜 엄마의 역할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어린이 뮤지컬 "고추장 떡볶이"의 원작이라고 하는데 저는 아직 그 뮤지컬을 보지 못해서
기회가 되면 아이와 함께 뮤지컬도 보면 아주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