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본주의 편의점 3 : 소비와 마케팅 ㅣ 자본주의 편의점 3
정지은.이효선 지음, 김미연 그림, 이성환 감수 / 가나출판사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를 때가 많았죠.
너무 비싸거나 꼭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사주지 않으면 아이는 어김없이 이렇게 말하곤 했어요.
“엄마, 카드 있잖아. 카드로 사!”
처음엔 그런 말이 귀엽게 들렸지만, 반복되는 모습을 보며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아이에게 카드가 돈이라는 개념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죠.
현금처럼 눈앞에서 빠져나가지 않으니, 아이 눈에는 ‘카드만 있으면 뭐든지 살 수 있다’고 여겨진 겁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우리 아이만의 문제는 아닐 거예요.
요즘 아이들은 디지털 결제에 익숙하다 보니 ‘돈의 흐름’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해요.
보이지 않는 결제는 공짜처럼 느껴지기 쉬워, 갖고 싶은 것을 다 가지려 하고 소비를 제어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이번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도 이런 내용과 관련이 있는데요.
책에 나오는 이득이의 친구 수찬이도 유튜버를 따라 충동적으로 소비를 결정하고 핸드폰 결제로 하다 결제일에 돈이 없어 빌리러 다니기도 하고,
누나인 금리는 돈을 갚을 뒷일은 생각 안 하고 핸드폰 결제로 쇼핑을 하고 방송을 즐기고 다녀서 이득이를 애타게 만들죠.
이득이가 금리 누나 때문에 골치 아픈 상황을 겪게 되는 과정에서
‘과소비 지수, 마케팅, 희소성, 파산, 합리적 소비’ 등 아이가 꼭 알아야 할 경제 개념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해요.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와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어려운 경제 개념도 아이가 재미있게,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자본주의 편의점’ 시리즈의 큰 장점이죠.
특히 이번 이야기에서 아이가 흥미로워했던 내용은 “쇼핑과 감정” 이야기에요.
감정이 쇼핑을 결정한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사람들의 소비 결정 과정 중에서 감정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해요.
실제로 사람들은 슬픈 감정을 느꼈을 때 상실감을 쇼핑으로 채우기 위해 물건을 더 많이 사게 된다고 해요.
그런데 현금을 쓰면 돈이 줄어드는 게 보이기 때문에 뇌는 고통을 더 느끼게 되고 신용카드는 결제 후에 돌려받기 때문에 상실감을 덜 느끼고 돈을 더 쉽게 쓰게 된다고 해요.

물론, 돈을 무조건 아끼는 게 능사는 아니겠죠. 꼭 필요한 곳에, 계획적으로 소비하는 지혜가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도 잘 담겨 있었어요.
책에서는 ‘과소비 지수 계산법’을 통해 나의 소비 습관을 점검하는 방법까지 알려주니, 단순한 동화를 넘어선 실제적인 경제교육서 같았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아이가 스스로 “이제부터 용돈의 일부는 저축하고, 일정 비율 이상은 쓰지 않겠어!”라고 계획을 세우는 모습을 보며 깜짝 놀랐어요.
주말엔 용돈 기입장을 사러 가자고도 하더라고요. 소비를 무조건 참는 게 아니라, 계획적으로 잘 사용하는 법을 깨달은 것 같아 무척 든든했습니다.
경제 개념이 막연한 우리 아이들에게 이 책은 첫 경제 수업으로 딱 좋은 출발점이 되어줄 거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