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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미스 해전 - 세계의 역사를 바꾼 전쟁
배리 스트라우스 지음, 이순호 옮김 / 갈라파고스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목적은 세월과 함께 인간의 업적은 사라져서는 안 되고, ...위대하고 놀라운 위업 또한 사람들의 명예를 얻지 못하고 잊혀져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헤로도토스가 그의 불후의 명저 <역사>를 쓰게 된 이유를 밝힌 대목이다.
배리 스트라우스의 <살라미스 해전>은 기원전 480년 벌어졌던 크세르크세스 왕의 페르시아 해군과 테미스토클레스가 지휘한 그리스 해군과의 그 유명한 살라미스 해전을 다룬 책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아테네가 주도한 그리스 연합 해군은 이 전투에서 페르시아 해군을 크게 이기고 이후 지중해 유역의 해상권을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스트라우스는 이 책에서 당시 해전이 벌어졌던 지역의 상세한 지도 및 양 군의 함선 규모와 배치 상황, 병장기, 병력 규모 등에 대한 철저한 고증을 통해 살라미스 해전을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이 책이 헤로도토스의 <역사>와 아이스킬로스의 비극 <페르시아 인들>, 그리고 플루타르코스의 <테미스토클레스의 생애>에 주로 근거하면서도 이들 각 문헌들을 서로 비교 대조해 보고 서로 맞지 않는 부분 등에 대해서는 정황적 증거를 충분히 고려해 새로운 합리적인 해석을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이러한 해석을 완벽하게 단정짓는 것은 아니다. 바로 그 때문에 "...했을 것이다", "...이지 않을까"라는 말이 자주 쓰이는 것을 보게 된다.
이것은 현대의 역사가라면 누구나 겪어야 할 하나의 시련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사료에 대한 신빙성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E.H.Carr가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사료의 엄밀성에 대해 결벽적일 정도로 집착했기 때문에 단 하나의 역사서도 남기지 않았던 한 노교수를 언급하면서 "그는 불확실한 사료는 절대 이용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모든 사료가 불확실했다"고 말한 바와 같이, 우리는 헤로도토스를 비롯한 고대 작가들의 저작을 그대로 믿을 수도 없고, 또 믿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역사에 대해 영원한 회의주의자가 되어야 하는가? 실망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역사는 우리에게 있어 '단순한 기록'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해석'의 여지도 남겨두기 때문이다. 즉,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Carr)를 통해 끊임없이 역사를 재구성해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스트라우스의 <살라미스 해전>은 바로 이러한 방식에 의한 성공적인 역사 정립의 한 전범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그리고, "기록은 기억보다 강하다." 불확실한지언정 이러한 소중한 기록들이 남아 있기에, 그리고 그것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역사는 여전히 소중한 것이다.
이 책에 대한 상세한 내용 소개는 하지 않으려 한다. 앞으로 이 책을 손에 들고, 한 장씩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약 2500년 전의 살라미스 해전의 현장으로 조금씩 빠져드는 시간여행의 재미를 여러 독자들로부터 빼앗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전 읽은 카이사르의 <갈리아 내전기> 옆에 꽂아둔다.